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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필립 라킨
나무들이 잎을 꺼내고 있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이.
새로 난 싹들이 긴장을 풀고 퍼져 나간다.
그 푸르름에 어딘지 모르게 슬픔이 있다.
나무들은 다시 태어나는데
우리는 늙기 때문일까? 아니다, 나무들도 죽는다.
해마다 새로워 보이는 비결은
나무의 나이테에 적혀 있다.
여전히 매년 오월이면 있는 힘껏
무성해진 숲은 끊임없이 살랑거린다.
작년은 죽었다고 나무들은 말하는 듯하다.
새롭게 시작하라고. 새롭게,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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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라킨은 죽음과 무, 허상과 실상, 생성과 소멸에 관한 시를 쓴 영국 시단이 낳은 가장 뛰어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옥스퍼드대학 영문과 수석 졸업 후 평생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시를 썼다고 하네요. 영국 계관시인으로 임명되었으나 대중 앞에 드러나는 것을 주저해 사양했고, 단 네 권의 시집을 남겼다고 합니다.
어느덧 5월이네요. 봄이 꽃들에게, 꽃들은 우리들에게 설렘의 행복들을 한아름 안겨주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5월이 다음은 나무들 차례라고 말하는 듯하네요. 5월이 나무들에게, 나무들이 우리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라고. 새롭게, 새롭게."
생기 있는 나뭇잎으로 살랑거리며, 자꾸만 우리들의 어깨를 다독입니다. 푸른 숲의 격려와 나무들의 토닥임으로 인해 5월을 걷는 저의 발걸음도 사뿐사뿐 좀 더 가벼워지는 것 같네요. 이 계절, 여러분 모두의 5월도 숨 막힐 정도의 아름다움과 벅찬 순간들로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5월은 그 자체로 설렘과 행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어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꽤 괜찮았던 하루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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