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볼록 렌즈

두 얼굴의 생명력, 빨강

난짬뽕 2021. 4. 11.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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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생명력

빨강

 

 

인칭대명사 '그'나 '그녀', 남성의 소유대명사 '그의', 상대방을 가리킬 때 호칭하는 '씨' 등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조사한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 목록에서 베스트를 차지한 단어들이다. 이와 같은 언어 사용 빈도 조사 대상에 오른 백여 개의 단어 가운데 색상 이름으로는 오직 '빨강'이 유일하게 20위 안에 올랐다고 한다. 이에 반해 초록이나 노랑, 파랑 등은 목록 100위 안에 들지 못했으며, 아예 소수의 의견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굳이 그러한 조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우리들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빨강의 위력은 매우 강하다. 옛사람들이 말하길, 빨강은 용감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좋아하던 색상이라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 빨강은 병마와 악귀를 쫓는 동시에 부를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 오늘날까지도 중국의 연극 무대에서는 붉은 얼굴을 한 남자를 성스러운 인물로 묘사한다. 인디언들은 신을 불러내는 의식 때 빨간색을 사용하였는데, 특히 춤을 출 때 얼굴을 붉게 칠했다고 전해진다. 

 

미를 추구하는 화가와 디자이너들은 빨강의 성향을 힘, 삶의 기쁨, 역동성, 매혹, 젊은 도전, 외향성 등의 어휘로 표현한다. 반면에 사랑과 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개념도 없지 않다. 그만큼 빨강이 갖는 의미는 매우 다양하다. 지극히 보편적이면서도 자극적인 성격을 지닌 천혜의 얼굴. 그러므로 빨강은 그 어떤 색상의 이름도 아닌 일반적인 기호의 개념이다. 빨간색은 속내를 들여다볼 수 없어 더욱 간절하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신비한 보석상자다. 눈을 감고 슬며시 손을 넣어 본다. 그 순간 우리들이 느끼게 되는 감정의 파노라마는 과연 어떠한 그림일까. 인생의 승부수가 존재하지 않는 빨강은 컬러에서의 레드에 불과하다. 

 

 

불멸의 생명에너지와 권력 상징

강렬한 빨간색의 가장 큰 상징은 바로 '생명력'이다. 원시시대 사람들은 사냥을 하는 과정에서 피를 흘리면서 죽는 짐승이나 혹은 상처 입은 사람의 몸에서 나온 피를 보면서 강렬한 생명의 힘을 느꼈다고 한다. 그것은 치열한 생존 경쟁 사회에서 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기도 했다. 즉, 빨강은 피의 색이기는 하지만 죽음과 연결되지 않고 혈기 왕성한 생명력으로 가득 찬 원기를 나타낸다. 

 

 

실제로 인류의 역사 이래 강인한 적대자의 피를 마심으로써 자신도 강해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처럼 인간의 빨간 피는 영원히 살아남고자 하는 강한 생명 에너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빨간색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힘과 권력의 상징으로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고대 로마에서는 극소수의 부호만이 '토가'라고 하는 빨간색 상의를 입었으며, 백성의 생과 사를 결정하는 지배자라는 징표로 추기경과 왕도 빨간색 외투를 입었고, 사형 집행인 역시 빨간색 관복을 입었다고 한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대관식에 귀족의 권위와 영광, 영원한 불멸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빨강 카펫이 깔렸었고, 옛날 우리나라의 임금들도 대부분 빨간색 옷을 입었는데 이 모두 빨간색이 갖는 힘과 권력의 상징에서 비롯된다. 중세시대에 염색비가 가장 비싼 색이 바로 빨강이었다고 한다. 당시 모직 10kg을 염색하려면 '케르메스'라는 자연산 벌레 14만 마리가 필요했다. 결국 힘 있고 돈 있는 귀족과 황제만이 빨간색을 독점할 수 있었다. 

 

 

액운을 제거하고자 하는 방패

빨강이 지닌 또 하나의 의미는 바로 귀신을 물리치고자 하는 의미가 깃든 색이라는 것이다. 간장독에 잘 익은 빨강 고추를 띄우는 것도,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액막이가 된다고 여기는 것이나, 이사를 하거나 고사를 지낼 때 반드시 시루떡을 하는 것도 붉은 기운으로 부정한 것이 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아들을 낳은 집 대문에 새끼줄에 빨강 고추를 달아 놓는 것도 부정을 멀리하기 위한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신부의 얼굴에 연지 곤지를 바르는 것도 음귀를 물리치기 위함이고, 여름날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는 풍습도 귀신이 두려워하는 상징물이다. 

 

 

과거에는 정월 대보름날 궁중의 내시원에서는 빨간색의 옥추단이라는 약을 만들어 임금께 바쳤고, 민간에서는 아녀자들이 아궁이에 불을 때다가 치마에 불똥이 튀어 구멍이 나면 빨강 천으로 꿰매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또한 음습한 곳을 찾아드는 악귀를 쫓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빨간색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귀신을 쫓고 복을 부르는 색'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 축의금이나 세뱃돈은 반드시 빨간색 봉투에 넣어 준다. 일본인들은 붉은 도미를 매우 귀하게 여겨 반가운 손님이 오면 도미요리를 내놓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빨강을 운 좋은 색깔로 여기는 일본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태양을 국기의 상징으로 삼을 만큼 빨간색을 숭배하는 그들은 생선 중에서도 특히 도미를 행운을 가져다주는 귀한 식품으로 여겼다. 왜냐하면 도미의 빛깔이 붉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축하하는 자리에서는 반드시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구운 도미를 내놓는 풍습이 생겼던 것이다. 통째로 구운 도미구이에서는 완전한 형태로 사람을 축복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부적의 색깔 역시 대부분이 빨간색인데, 나쁜 귀신이나 악한 기운을 정화하는 힘이 이 안에 들어 있다고 믿었다. 마케도니아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악마를 묶어두기 위해서 침실의 문에 빨강 실을 꼬아 매어두었으며, 스코틀랜드에서는 악마로부터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목에 빨강 리본을 매주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장을 찍을 때에도 빨간색 인주를 바른다. 그것은 인주의 붉은 기운이 악한 것을 물리치고 좋은 일만 생기게 해 달라는 바람에서 비롯된 독특한 문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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