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나침반/이 맛

예산 수덕사 어죽 맛집 가루실가든

난짬뽕 2021. 5. 1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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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수덕사 어죽 맛집 가루실가든

 

지난주 토요일에 선산을 가느라 시골에 내려갔습니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 일찍 다녀올 마음으로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했습니다. 산소에서 내려오니,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시골에 내려가면서 남편이 어죽이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예당저수지 쪽으로 갈까 하다가, 문득 지인이 알려준 수덕사 근처의 어죽 집이 생각났습니다. 예전부터 유명한 예산 수덕사 근처의 어죽 맛집이라고 하는데, 저희 부부는 처음 가게 되었습니다. 

 

 

예산 방향에서 수덕사 쪽으로 가다가 좌측 작은 사잇길로 들어가다 보니 둔리저수지가 나왔습니다. 저수지를 끼고 조금 더 가다 보면 가루실가든 영업 중이라는 표시가 눈에 띕니다. 

 

 

저렇게 서있는 풍선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식당의 주차장은 넓은 마당이라 많은 차들을 주차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식당은 여느 가정집처럼 생겼고, 간판이 붙어 있지 않았습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라, 혹시라도 영업 전일까 봐 출발하기 전에 먼저 전화를 걸어 식사를 할 수 있는지 여쭤봤습니다. 그런데 이미 9시부터 문을 여셨다고 하네요. 막상 식당 앞에 도착하니, 이미 열 대도 넘는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식당 안 역시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정말 맛집이 맞나 봐요. 

 

 

가루실가든

충남 예산군 덕산면 가루실길 180(둔리저수지 옆)

전화 : 041)337 4630

메뉴 : 송사리매운탕, 새우매운탕, 미꾸라지매운탕, 빠가사리매운탕, 메기매운탕, 어죽

 

 

메뉴는 빠가매운탕, 새우매운탕, 잡탕매운탕, 메기매운탕, 미꾸리매운탕 등의 다양한 매운탕과 어죽이 다입니다. 아침이라 그런지 매운탕을 드시는 손님들은 없었고, 모두들 어죽 한 그릇씩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손님층도 다양했는데, 특히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을 모시고 온 가족들이 많았습니다. 아마 어죽이 씹을 것은 별로 없지만 영양이 풍부하고, 또 소화가 잘 되어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많이 오시나 봅니다. 

손님들이 많이 계셔서 따로 식당 내부 사진은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식당 안은 큰 홀과 몇 개의 룸으로 나뉘어 있었고,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어서 편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먼저 주문을 하고 나면 밑반찬이 나오는데, 이 식당의 김치들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배추김치는 김장김치인데 맛이 시원하고 깔끔해서 자꾸만 손이 갔습니다. 또 깍두기 역시 달콤 시원하여 저희 부부는 김치를 두 번이나 갖다 먹었습니다. 원래는 처음에 한번 세팅되고는 부족할 때마다 손님들이 직접 셀프코너에서 갖다 먹도록 되어 있었는데, 주인 분께서 센스 있게 김치가 떨어진 테이블을 어떻게 아시고는 손수 서비스해주셔서 편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정말 예전에 먹던 짠지 맛 그대로였습니다. 엄마가 살아계셨을 때 제가 왠지 밥맛이 없으면 엄마는 이 짠지를 밥 위에 올려 주셨습니다. 그냥 특별한 맛이랄 것도 없는 짠 무에 불과했는데, 이거 하나면 밥 한 그릇을 뚝딱 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운이 없거나, 소화가 잘 안될 때, 입맛이 없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앞에 있어도 별로 먹고 싶지 않을 때 제 입맛을 살려주었던 이 음식을 이곳에서 만나게 되니 정말 어린 시절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맹숭맹숭한 흉내만 낸 짠지가 아니라, 진짜 맛이 나는 짠지였습니다. 

 

늘 생각합니다. 음식은 단지 먹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요. 하나의 음식에는 그 누군가의 추억이 있고, 사랑이 묻어나고, 그리움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함께 밥을 더 많이 먹으면서, 맛있는 기억들을 새록새록 심어야겠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불쑥불쑥 튀어나와 뜻하지 않은 시련들을 견디게 만드는 행복한 자양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삭이 오이 고추와 청양고추가 같이 나와 취향에 맞게 골고루 드실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남편은 청양고추를,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저는 아삭이 고추를 먹었습니다. 오이도 싱싱해서 이것 역시 두 접시 먹었습니다. 

 

 

드디어 어죽이 나왔습니다. 개인별로 따로 뚝배기에 담아 나왔는데, 사진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걸쭉하지는 않습니다. 마치 맑은 수프처럼 후루룩 후루룩 마셔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자연산 참붕어와 국내산 양식 미꾸라지가 들어간다고 메뉴판에 쓰여있는데, 모두 곱게 갈아서인지 굵게 씹히는 맛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식감이 더 좋았습니다. 잘게 썰은 깻잎과 듬뿍 들어간 국수도 좋았습니다. 그에 비해 밥알은 적게 씹힙니다. 예당저수지 쪽의 어죽은 밥알이 더 많이 느껴진다면, 이곳은 국수 양이 더 많았습니다. 

 

 

너무 뜨거워서 처음에는 개인 접시에 덜어 식혀 가면서 먹었습니다. 먹기 좋은 온도로 식혀져 입안에 넣으니, 그 맛이 확연히 느껴졌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매운기가 도는데, 그 매운맛이 강하지 않고 기분 좋을 만큼의 칼칼함이라서 자꾸만 입맛을 돋게 했습니다. 식감은 목에 넘기기 가벼웠지만, 결코 그 맛은 가볍지 않았습니다. 왠지 한 숟가락 입에 넣을수록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전혀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은 맛이었는데, 그래서 더 시원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이 식당의 어죽이 왜 이렇게 시원할까 생각을 했는데, 그 비결은 바로 이 민물새우에 있습니다. 어죽에 민물새우를 넣으면 정말 감칠맛이 나면서 시원합니다. 물론 다른 식당의 어죽에도 민물새우가 들어가겠지만, 가루실가든의 어죽에는 민물새우가 정말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씹히고 씹히고, 또 씹히고~~ 국수만큼 많이 들어가 있어서 국물 맛이 정말 좋습니다. 

테이블마다 어죽에 들깨가루를 넣어 먹으라고 놓여져 있었는데, 저는 들깨가루를 넣지 않은 채 그냥 먹었습니다. 들깨가루를 넣지 않아도 재료 본연의 맛이 충분히 고소하고 맛있었습니다. 

 

 

일요일과 공휴일 오후 3시~4시까지는 재료 준비를 위한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하네요. 아마 휴일에는 손님들이 더 많이 오셔서 그런가 봐요. 그럼 평일에는 따로 쉬는 시간이 없어서 어느 시간에 와도 식사를 할 수 있나 봅니다. 모든 메뉴는 포장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또 매주 월요일은 식당 문을 닫고요. 

 

 

 

정말 뜨거운 어죽을 훌훌 불면서 맛있게 한 그릇 다 먹었습니다. 이렇게 남김없이 다 먹고는 배불러하는 저에게 남편은, 어죽은 먹을 때 배가 불러도 소화가 잘 되니 부담이 없을 거라고 하네요. 정말로 국물까지 완전 다 먹어서 배가 불렀지만, 더부룩한 불편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식당을 둘러싼 둔리저수지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주위에 계신 다른 분들의 말씀이 들리네요. 이곳은 장사가 잘 되어 사람이 너무 많아 늘 대기표를 뽑고는 줄을 서야 한다고요. 그래서 아침 일찍 와야 된다고요. 저희가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하여 아마도 줄을 서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었던가 봅니다. 

 

 

항상 음식이, 음식 그 이상으로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산소에 갈 때도, 또 저희 엄마 산소에 갈 때도 언제나 그곳에서 저희들은 그리움을 먹습니다. 남편은 어린 시절 아버님과 물고기를 잡아 오면 어머니께서 어죽을 끓여주셨다고 합니다. 제가 결혼했을 때에도 아버님께서는 종종 남편과 그물로 물고기를 잡아 오셨는데, 그때만 해도 물고기 손질을 하지 못하는 저를 대신해서 아버님께서 손수 물고기 배를 따고 손질해서 직접 어죽을 끓여주셨습니다. 그 추억이 있어서인지, 남편은 아들이 어렸을 때 함께 가끔씩 낚시를 하러 가곤 했습니다. 비록 예전처럼 직접 잡은 물고기로 어죽을  끓이지는 못했지만, 아들 역시 어죽을 잘 먹습니다. 

 

어느 날 문득 어떤 음식이 너무나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어쩌면 그 음식과 관련된 누군가가 무척이나 그리워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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