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는 키워드
유혹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들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유혹은 그 사람만의 독특한 개성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상대방을 매료시킬 수 있다. 역사상 실제 인물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행했던 유혹의 기술들을 만나본다.
세상에 초연한 듯한 태도로 전 세계인들에게 추앙받은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 크리슈나무르티와 관심과 무관심을 이용해 나폴레옹을 사로잡은 열정적이면서도 차가운 여인 조제핀 보나파르트, 그리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냉담함으로 일관한 앤디 워홀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바로 불확실한 이미지를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냉담한 태도와 침묵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들지만, 결코 가까워지도록 허락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분명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지도 않는다. 그것이 이들의 매력이었고, 사람들은 그런 신비감에 끌려 다가가려 했지만, 사람들이 다가갈수록 이들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1952년 패션 잡지에 삽화를 그리던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워홀은 유명한 작가 트루먼 커포티에게 자신의 그림을 삽화로 사용해 달라는 부탁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워홀은 포기하지 않고 커포티에게 매일 전화를 걸고, 심지어는 그의 어머니에게까지 접근했다. 이런 워홀의 행동에 화가 난 커포티는 워홀을 인생의 낙오자로 비유하며 외면했다.
10년 후 워홀은 맨해튼의 스테이블 갤러리에서 첫 번째 전시회를 열었는데, 적극적이었던 예전의 모습과는 달리 말없이 한쪽 구석에 서 있었다. 비평가들은 워홀의 그러한 모습에 당황해하며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주제 등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워홀은 "그저 좋아서 그렸습니다"라며 짧게 답했다. 비평가들은 워홀의 그러한 모습이 신비스러워 그들 나름대로 '워홀의 작품은 대량 소비문화를 신화처럼 떠받드는 현대 문명사회의 필연적인 결과이다'라며 그를 대중예술의 선구자로 올려놓게 된 것이다.
그들만의 정열적인 카리스마와 신비로움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예지능력으로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한 잔 다르크에게서는 예언자적 카리스마가 느껴지며, 대중매체를 이용한 뛰어난 연기력으로 난관을 돌파한 프랑스 국민의 영웅 드골과 극적이고 종교적인 요소로 국민들로부터 성녀로 추앙받은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 그리고 강렬한 눈빛과 담대함으로 국민과 군대를 승리로 이끈 위대한 정복자 나폴레옹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대중을 유혹하는 카리스마이다.
자석처럼 상대를 끌어당기는 힘인 카리스마는 후천적으로도 습득할 수 있는데, 실제로 나폴레옹은 거울 앞에서 당시 배우였던 탈마의 눈빛을 흉내 내기 위해 몇 시간씩 연습했다고 한다. 카리스마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했던 것이다.
마치 꿈같은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스타의 모습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끌리게 된다. 이것은 아마도 모든 유혹자의 유형 가운데 가장 강력한 유혹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의 유혹은 의식을 우회해 무의식을 자극함으로써 상대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
자신의 얼굴을 악기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며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한 마를렌느 디트리히나 자신만만한 눈빛과 표정으로 미국인에게 꿈과 비전을 제시하며 신화가 된 존 F. 케네디 역시 신비로운 우상형에 속한다. 텔레비전 토론이 있은 다음에는 지지율이 놀라울 정도로 더 높아졌는데, 정치가로서 케네디의 생애는 할리우드 배우의 역할과도 비슷했다. 그의 아버지였던 조지프가 한때 영화제작자였으며, 케네디 자신도 자연스럽게 배우들과 교류하며 게리 쿠퍼나 몽고메리 클리프트 등 그들이 스타로 성공하게 된 비결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케네디는 제임스 딘과 게리 쿠퍼 같은 배우의 분위기와 얼굴 표정을 모방하기도 했다.
돋보이는 창조적 스타일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관심
아침용 지팡이와 저녁용 지팡이가 다를 정도로 스타일에 신경을 쓴 디즈레일리, 주위 사람들을 전혀 개의치 않는 뻔뻔함과 대담함으로 세인의 주목을 받은 오스카 와일드 등은 독특한 자신만의 이미지를 표출시키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분홍빛 셔츠를 입고 눈 화장을 했는데, 이러한 그의 모습은 일찍부터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830년대 런던의 도르세 백작은 패션에 관심이 많아 항상 주목을 받았는데, 언젠가 런던에 갑자기 폭풍우가 불어닥치자 네덜란드 선원에게서 모자가 달린 두꺼운 방한복을 구입해 입었다. 그와 동시에 그 방한복은 곧 유행이 되었는데, 사람들이 모방을 한다는 것은 유혹에 빠졌다는 징후라 할 수 있다.
1870년대 초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남편 앨버트 공이 세상을 떠나자 깊은 슬픔에 빠져 공개석상에 나가는 것조차 꺼려했다. 1874년 보수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수상이 되었는데, 당시 그는 70세였고 여왕은 55세였다. 고집이 세고 완고했으며 태도도 딱딱하고 취향도 소박했던 여왕에 비해 디즈레일리는 화려하고 낭만적이었다. 그의 보고서는 역대 수상들이 제출한 것과는 사뭇 달랐는데, '천사와 같은 여왕이시여'라는 표현을 하는가 하면, 새로 내각에 취임한 장관을 소개할 때는 조금은 경박스럽고 형식을 벗어났지만 외적인 모습과 성격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보고했다.
모두들 수상의 이러한 솔직한 모습에 실망했지만, 여왕은 그의 보고서를 탐독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치에 관한 관심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디즈레일리가 그녀를 칭찬하는 말을 전해 듣고는 기분이 좋았으며, 더욱이 모든 공적 또한 여왕에게 돌리자 더욱더 디즈레일리를 신임하게 되었다.
디즈레일리는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상대를 편안하고 즐겁게 해 주었다. 그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관심으로 딱딱하고 완고한 성품을 가진 여왕을 부드럽게 바꿔 놓을 수 있었다. 상대를 만족하게 하는 것 역시 강력한 유혹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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