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볼록 렌즈

예술의 패러다임을 뒤흔든 창조적인 영혼들

난짬뽕 2021. 6. 1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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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탐구하다

 

예술의 패러다임을 뒤흔든

창조적인 영혼들

 

 

기존의 예술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일으킨 시대의 도전자들이 있다. 일반화된 규칙 미학을 거부하고 다양성을 추구했던 창조적인 불꽃들. 그들은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끝없이 토해내며 상상력과 자유의 보물창고를 열어나갔다. 미래를 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꾼 위대한 예술가들을 만나본다. 

 

 

자유로운 시선으로 발산된 새로운 시도

미국의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지미 핸드릭스는 록과 블루스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로 손꼽힌다. 그는 그 어떤 뮤지션도 개척하지 못한 새로운 영역으로 전자기타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독창적이고 기술적으로 진보된 화려한 와페달과 퍼즈 사운드는 기존 록앤롤의 사운드를 완전히 변하게 만들었는데, 1967년에 발표한 그의 데뷔 앨범인 <Are You Experienced>는 지금까지의 기타의 판도를 한순간에 바꿔버리는 획기적인 충격을 안겨주었다. 

바로 그 자체가 사이키델릭 시대로의 진입이었으며, 지금도 그의 음악은 시대를 앞서간 창조물로 대변되고 있다. 헨드릭스는 앰프로부터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소리를 실현시켰는데, 아직까지도 그가 만들어낸 곡들과 사운드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다는 평가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연의 원초적인 에너지를 기타 톤으로 설정하여 들려주었고, 다양한 핑거 테크닉을 구사하는 연주법으로 매우 실험적인 사운드를 완성시켰다. 특히 치아로 현을 퉁기고, 기타에 불을 붙이는 등 극적이고 자극적인 무대 매너를 선보이기도 했다. 록앤롤 기타의 전형적인 연주 방식을 무너뜨리고, 솔로 악기로서의 일렉기타를 한 단계 격상시키며 수십 개의 기타 테크닉을 만들어낸 그는 록 기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선구자로 대변된다. 

 

제나 할러웨이 역시 새로운 시도로 자유와 모험의 세계를 항해한 주인공이다. 18세에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활동하며 그녀는 물과 빛, 색 그리고 아름다운 몸의 선이 어우러지는 물속의 아름다움에 취해 수중사진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수중사진에 대한 정보와 시장이 전무한 상황. 결국 독학으로 수중 촬영 기법을 익히며 본격적으로 수중사진의 세계로 진입, 세계 최초의 여성 수중사진작가가 되었다. 

 

그녀는 규제받지 않은 영역을 탐구하는 것과 같은 황홀한 경험이라는 수중촬영을 통해 마술 같은 예술세계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양식을 발전시키며 전 세계의 매거진과 광고를 장식하는 등 국제적인 명성을 쌓게 되었다. 

 

시대의 조류를 고민하며 담아낸 미래상

과장된 형태의 인물들을 그려내 부풀려진 인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감성을 환기시킨 페르난도 보테로는 당대의 미적 기준에 부합하는 몸매로 고전을 패러디한 화가다. 그가 그린 육체가 풍만한 사람들은 우스꽝스럽게 보이면서도 인간의 천태만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작품 <발레 바의 무용수>에서는 비대해진 몸이 만들어낸 부자연스러운 자세와 그런 자세를 우아하게 유지하려는 힘겨운 노력이 묻어나고,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뚱뚱한 모나리자 그림은 관객의 시선이 인물의 외모에 집중되기보다는 중량감 있는 덩어리로 인식하게 한다. 그러나 보테로는 항상 자신은 뚱뚱한 사람을 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단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리얼리티를 예술로 변환하는 수단의 하나로 변형과 변신을 이용하는데 관심이 있을 뿐이라는 것. 그의 그림은 리얼리티에 부합하게끔 설계되지만, 그것을 묘사하지는 않는다.

 

한편 보테로를 유명하게 만든 고전 미술의 재해석은 고전의 엄숙함과 진지함을 웃음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우람하고 건장하게, 무표정과 부동성, 무감동의 얼굴, 공허하게 응시하는 눈 등 그의 그림은 재미있으면서도 의미가 담겨있고, 형태와 색채에 초점을 맞춰 양감을 극대화하였다. 

 

페르난도 보테로 못지않게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를 내다봤던 예술가 중에서 단연 으뜸은 바로 우주시대를 그린 SF의 아버지, 쥘 베른이다. 과학과 모험으로 미지의 세계를 그려낸 그는 많은 작가와 과학자, 발명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과학 소설가였다. 베른 이전에도 많은 과학 소설가들이 있었지만, 미래를 예견했던 것은 그를 따라가지 못한다. 

 

<지구에서 달까지>는 인류가 달에 갔다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렸는데, 이 작품이 발표되고 104년 후인 1969년 아폴로 11호가 소설에서처럼 플로리다에서 발사돼 돌아올 때는 대양에 떨어져 회수됐다. 로켓과 인공위성 연구의 선구자인 소련 항공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를 비롯하여 '현대 로켓 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고더드, 아폴로 계획을 성공시킨 베르너 폰 브라운은 모두들 베른의 이 작품을 읽으며 우주여행을 꿈꿨다고 말한다. 

 

베른은 이미 비행기나 잠수함, 우주선이 만들어지고 상용화되기 전에 우주와 하늘, 해저 여행에 대한 글을 썼다. 또한 1920년에 처음 등장한 뉴스 방송을 1889년에 예언했으며 태양 돛배, 화상회의, 테이저 총, 전기의자 등도 베른이 최초로 언급했던 것들이다. 

 

경이로운 상상력으로 탄생한 불멸의 아름다움

학창 시절 학기말 프로젝트로 제작한 '공동묘지 입구 설계도'에는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장례 행렬과 사이프러스 가로수, 심지어 눈물을 흘리는 조문객들의 모습까지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단지 건축을 땅 위에 고립된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건축 스스로의 형태와 위용을 통해, 보는 이와 신비롭고 영적인 교감을 나누는 대상으로 여겼던 것. 실제로 그의 초기 작품인 비센스 저택은 길에 핀 꽃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고, 아침햇살을 받으면 무지개처럼 빛나는 바트요 저택은 물론 공동주택 카사 밀라에 이르기까지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라는 생각으로 미학과 우주적인 상상력을 결합하여 탄생시켰다. 

기존의 통념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을 닮은 '자유로운 설계'로 수많은 건축가들에게 창작의 모티브가 되고 있는 안토니 가우디. 그는 경이로운 상상력으로 자연과 꿈을 빚은 건축가로 기억되고 있다. 20세기 건축과 예술의 전무후무한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그의 최후의 걸작은 바로 성가족성당. 서른 살의 나이로 이곳의 건축 책임자가 되었지만, 완성하지 못하고 생을 달리하였다. 가우디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진행 중인 이 건축물은 전혀 다른 파격적인 양식, 곡선 위주의 설계, 벽돌과 흙의 따뜻한 질감, 타일을 이용한 화려한 모자이크 장식 등은 가우디의 비범한 창조성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내면의 숭고한 아름다움까지도 건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우디. 그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을 상상력으로 풀어간 자신만의 독창적인 건축 철학으로 다음 세대가 걸아갈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어느 시대든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는 과학적 인식이나 이론, 관습, 가치관 등이 결합된 틀이 있기 마련인데, 이것이 바로 패러다임이다. 수많은 분야에서 패러다임이 생장하고 소멸해가며 역사를 엮어 갔다. 이렇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미래를 보는 또 하나의 시선으로 시대의 패러다임을 새로 만들거나 개량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패러다임 메이커, 패러다임 체인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의 미래가 바로 이들에 의해 산고의 진통을 겪으며 탄생하고 있다. 

 

정글의 세계에서 음악을 설계하는 창조의 마법사, 작곡가 강석희

 

정글의 세계에서 음악을 설계하는 창조의 마법사, 작곡가 강석희

한남동을 지날 때마다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4월에 찾아뵌 적이 있는 작곡가 강석희 교수님이십니다. 당시 한남동에 자리한 일신홀에서 처음 뵙게 되었는데요. 그곳에서는 현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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