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나침반/그 곳

운무에 숨어버린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난짬뽕 2021. 9. 10.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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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에 숨어버린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저희 가족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울산바위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오래전에 남편과 아들을 따라 울산바위에 오른 적이 있지만, 그 당시에 울산바위에 이르는 계단 위에서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있어 이제는 직접 오르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이렇게 바라만 봐도 그냥 가슴이 펑 뚫리며 새로운 기운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울산바위는 봄여름가을겨울, 어느 계절에 바라보아도 늘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은 종종 이곳 강원도 속초로 내려오곤 합니다. 휴가 때는 물론이고 스트레스가 너무 쌓여 있을 때나 아들의 방학 때, 혹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신중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에도 왠지 이곳에 내려와 울산바위를 올려다보면 한순간에 머리가 맑아지고 흐려졌던 판단력이 바로 서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많으면 한 달에도 몇 번씩, 시간이 여의치 않았을 때에는 새벽에 출발하여 당일치기로 내려왔다 가곤 했던 이곳을 한동안 오지 못했었습니다. 팬데믹 시대이기도 했고, 아들의 입시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대학시험을 보고 나서는 바로 과외를 하게 되어 남편과 저보다도 더 바쁜 생활을 보내게 된 아들로 인해 강원도까지 내려올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화요일 밤까지 아들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어, 저희 가족은 수요일 아침에 바로 속초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드라이브 겸 미시령 옛길로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미 산 중턱에는 운무로 인해 주위가 하얗기만 했습니다. 급하게 휴가를 내고 갑자기 떠나는 여행은 그것만으로도 좋은 것 같습니다. 늘 설렘도 동반되고요. 아마도 가족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2박 3일 동안 이번에는 특별한 계획 없이, 그냥 푹 쉬면서 산책하고, 맛있는 것만 먹을 계획입니다. 

 

 

여행 이튿날, 가족이 함께 해뜨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새해는 아니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 하나도 빌었답니다.  이상하게도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보면, 저도 모르게 꼭 소원을 빌게 되더라고요. ㅎㅎ

 

아침 산책길. 남편과 아들은 종종 저런 모습으로 다닙니다.

 

미시령 길. 운무에 가려 울산바위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다음주가 되면 아들은 대학생활을 위해 출국하게 됩니다. 지금 계획으로는 내년 여름에나 들어올 예정이라서, 왠지 제 마음 한편이~~~ 저희 가족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지금의 이 소중한 시간들을 각자의 마음속에 간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저 위엄 있는 울산바위가 소중하게 지켜주며 품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울산바위는 저희 가족에게 늘 그런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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