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바라보는 과거의 부활
디지털 복원 전문가
박진호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었던 시대, 고구려. 계속되는 중국의 역사 왜곡으로 이러한 고구려의 진실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고구려 고분벽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고자 애쓰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2004년에 만난 디지털 복원 전문가 박진호. 그 당시 그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고구려의 부활이었습니다.
디지털 타임머신으로
만나는 역사
눈을 감고 누우면 그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역사의 어느 한 부분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그는 KBS 역사스페셜 <고선지>를 통해 방송 역사상 최초로 고대 가상인간을 재현하는가 하면, AD 6세기에 만들어진 무령왕릉의 내부 모습을 디지털로 제작, 그 당시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1천3백 년 전 신라의 수도 서라벌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그리고 1천5백 년 전 조각된 세계 최대 석불인 바미안 석불까지 그의 손에 의해 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고구려 수도였던 국내성과 광개토대왕릉을 복원하면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었던 고구려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요즈음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하루라도 빨리 그 당시 역사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통해 우리 것은 우리의 힘으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죠. 지금 연구하고 있는 안악 3호분은 고구려 고분벽화의 백미로서 4~5세기 당시의 원형을 되살리게 된다면, 그것에 나타난 인물상과 착용물, 행사의식 등을 통해 중국을 압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중·고교 국사 교과서에 실린 무령왕릉과 경덕왕 당시의 불국사, 고구려 사신을 그린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압 궁정 벽화는 모두 그의 복원도이다. 물론 그 당시 원형과 100% 완벽하게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오차마저 줄이기 위해, 복원 대상이 정해지면 우선 그와 관련된 국내외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그 분야 최고의 학자들로부터 조언을 얻는다고 한다. 어쩌면 복원이라는 것은 옛날의 모습 그대로를 되찾는 것이 아니라, 그때와 가장 근접하게 다가가는 것은 아닐까.
현실의 내가 호흡하는
사이버 스페이스의 세계
"좀 더 실력을 쌓은 후에 꼭 한번 복원하고 싶은 인물은 정약용 선생입니다. 디지털 복원과 함께 인공지능 작업까지 이루어진다면, 가상인간과 현실의 제가 대화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봐요. 물론 가능하죠. 그것이 바로 사이버 스페이스의 세계입니다. 사실 거북선의 모형은 봤지만 그것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이버 스페이스의 세계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배 위에서 호령하던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모습까지 옆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죠. 앉아서 가상으로 옛 시대를 만나게 되는 사이버 관광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고고학과 민속학, 미디어적 공상과학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공부하고 싶었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그는 이미 고등학교 시절 문화인류학이라는 전공을 결정했다고 한다. 대학 3학년 때인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노아의 방주를 컴퓨터로 복원하는 작업에 참여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결국에는 한국의 디지털 복원학을 이끌고 있는 개척자가 되었다. 아직까지 시행착오가 많아 더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그의 겸손함 앞에서, 침묵하고 있는 역사를 깨워 현실 속으로 옮겨놓는 작은 초대장을 떠올려 본다.
한양 스꼴라 Vol. 13, 2004 Spring
삼국의 역사를 말하는 진정한 맞수, 삼국사기 vs 삼국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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