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피어난 그루터기
KBS <폭소클럽>
개그맨 화니지니
요즘 집에서 책장 정리를 하고 있는데요. 자료들 중에서 반가운 사진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너무 오래전에 방송되었던 프로그램이라서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예전 KBS <폭소클럽>에 출연하여 음악 개그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화니지니'를 알고 계시는지요?
제가 그들을 만나게 된 것은 2004년 6월이었는데요.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수많은 인연들 가운데, 가슴 한구석에 그려진 아주 따듯한 만남으로 지금까지도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을 만나기 전 느꼈던 첫인상에 대한 행복한 마취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도 여전히 깨어나지 않을 만큼, 그들에게서는 한여름의 뜨거운 열정과 순수한 편안함이 전이되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봅니다.
"음악적 소질을 갖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희들의 노래와 연주는 많이 부족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보내주시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여 한층 더 성숙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1천 곡 이상의 곡을 한자리에서 펼쳐 보일 만큼, 여느 가수들보다 한층 뛰어난 실력을 드러내고 있는 개그맨 오승환과 최현진. '화니지니'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그들에게 요즈음 많은 음반사들의 유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팝과 가요, 샹송 등 장르를 막론한 뛰어난 노래 화음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기타 연주 실력까지 함께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뇨, 상업적인 목적으로는 만들고 싶지 않아요. 다만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부족한 저희들의 개그송을 아껴주신 분들께 무료로 드릴 수 있는 기념 음반을 만들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MBC 개그맨 콘테스트 4기인 오승환과 3년 후배로 1996년 데뷔한 최현진은 올드 팝송과 가요의 개사를 통한 세태 풍자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더욱이 선배 오승환은 탤런트 오지명과 주현, 이정섭 등의 성대모사를 완벽하게 재현하는가 하면, 최현진은 영화배우 한석규의 목소리로 많은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개그맨으로서의 영역뿐만이 아니라, 광고음악 작곡과 작사까지, 그리고 연기자로서의 변신도 그들에게는 전혀 어색한 모습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들은 우리가 만난 어떤 연예인 보다도 다방면에서 가장 완벽한 실력을 갖춘 최고의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을 최대한 낮추며 상대방을 높이는 정중한 겸손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한 배려는 어디에서 배어 나오는 것일까.
"지독하게 아파했던 무명시절이 있었죠.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도 그런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방송에 데뷔는 했어도 무명이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그때 이미 저희들은 결혼을 해서 아이도 태어난 상황이었는데, 정말 5년 넘게 집에 생활비 한 푼을 갖다 주지 못했으니까요.
방송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라이브 무대에서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자는 각오로 대학로에서 3년 동안 공연을 했죠. 그런데 관객들이 재미는 있다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한테 소문은 내주지 않더군요. 끝내 오는 사람만 몇 번이고 혼자 와서 공연을 보고 가는 정도였어요.
그래서인지 전혀 경제적인 도움이 없더라고요. 물론 좋아서 하는 일이었지만, 아내와 아기에게 뭐 하나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해~~~ 아내한테 많이 고맙죠. 그 어려웠던 시절, 단 한 마디의 불평도 없이 그저 묵묵히 지켜봐 줬으니까요. 지금의 이 인기는 모두 아내의 몫입니다."
MBC <코미디하우스>에서 처음으로 음악 개그를 선보였을 때, 시청자들이 던진 '저런 장난이 어딨어. 당장 교체해라.'라는 험한 말을 들으면서 점점 방송에 대한 마음의 문이 닫혀 갔으며, 카메라 앞에 서면 가슴이 울렁거리는 증상도 맛보아야 했다. 그러한 어려웠던 시절을 극복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저희들이 간절히 바라는 점이 같았기 때문이었죠. 우리만의 준비된 개그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픈 소망. 머리와 입으로 전해지는 개그가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행복하고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웃음을 저희들로 인해 마음껏 터뜨렸으면 하는 희망을 꿈꾸었던 것이죠. 그래서 조금은 어려웠던 그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많이 아파했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영혼의 기억이 크다고 합니다. 그 당시 매주 월요일 자정이 넘은 늦은 밤까지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목적으로 깨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한 프로그램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맨 마지막 순서를 기다리며 졸음을 참으면서요. 그 기다림은 바로 '화니지니'가 전해주는 음악 개그를 만나기 위해서였죠. 오늘 밤 그들이 들려주던 노랫소리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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