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올 때마다 나는 플랫 아이언(FLAT IRON)에 들른다.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에게 가성비 좋은 스테이크 맛집으로 잘 알려진 이곳은 런던의 여러 지역에 지점을 두고 있다. SOHO, KINGS CROSS, TOTTENHAM COURT RD, LONDON BRIDGE, SHOREDITCH, SPITALFIELDS 등의 지점이 있지만, 나는 COVENT GARDEN(코벤트 가든)에 있는 플랫 아이언을 좋아한다.
2018년 즈음만 해도 스테이크 가격이 11파운드 정도였고, 시금치 샐러드도 무료로 주고, 스테이크 양도 많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어느 순간 항상 곁들여 나오던 시금치 샐러드가 살그머니 자취를 감추더니, 지금은 고기의 양도 조금 줄었고 심지어는 Service Charge가 부과되고 있다. 물론 음식 가격도 예전에 비해 조금씩 인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에 오면 한 번쯤은 플랫 아이언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밥을 먹기에도 하나도 불편하지 않고, 특히 식사가 끝나고 나올 때에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재미도 솔솔 하기 때문이다. 한국 식당에서도 식사 후 아이스크림이 제공되는 곳들이 있지만, 이곳 플랫 아이언의 아이스크림만큼은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17-18 Henrietta Street,
London, WC2E 8QH
플랫 아이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늘 웨이팅이 기본이지만, 나는 식사 시간 때를 한참이나 지나 방문했고 또 혼자라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만약 식사 시간에 맞춰 올 때에는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코벤트 가든의 플랫 아이언은 1층과 지하로 나뉘어 있는데, 나는 지하로 안내받았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저렇게 플랫 아이언 부위에 대한 설명이 그림으로 되어 있다.
손님들이 앉는 테이블로 가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앉아 있는 이곳을 지나야 한다.
내가 안내받은 자리는 저 가운데 테이블. 제일 먼저 팝콘과 물이 나왔다. 저 물병의 물은 수돗물이다. 영국에서는 식당에서 돈을 주고 따로 물을 사 먹을 때에는 직원이 Still(스틸)이냐, 혹은 Sparkling(스파클링)이냐고 묻는다.
테이블 세팅. 언제 봐도 이 나이프는 하나 갖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귀엽다.
나는 Steak와 Lime & Mint Fizz, 그리고 Spinach를 주문했다. 예전에는 저 팝콘이 담긴 컵에 생시금치에 오일을 뿌린 샐러드가 스테이크와 함께 무료로 나왔었는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 맛이 참 좋았다. 그 맛이 그리워서 Spinach도 추가했다.
Lime & Mint Fizz가 곧이어 나왔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코벤트 가든까지 걸어왔더니 갈증이 느껴졌는데, 시원하니 맛있었다.
옷걸이들이 벽면 곳곳에 걸려 있어 편리했다. 천정까지 이어진 저 식물들이 조화인 것처럼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살아있는 식물이었다. 얼마 후에 내 옆 테이블에 초등학생인 듯한 아이와 함께한 가족이 자리를 했는데, 그들 역시 저 식물이 조화가 아니냐며 서로 얘기를 주고받다가는 나중에 아빠가 일어나서 직접 만져보기까지 했다.
내가 주문한 미디엄 레어의 스테이크. 확실히 예전에 비해 고기 양이 많이 줄은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그래도 혼자 먹기에는 딱 좋은 양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소호점에도 간 적이 있지만, 이곳 코벤트 가든의 플랫 아이언의 굽기가 더 만족스럽다. 아무래도 지점에 따라 직원들의 조리 기준이 다소 차이가 있는 듯하다.
소금이 뿌려져 있는데, 나는 조금 짜게 느껴졌다. 워낙 한국에서는 집에서 간을 약하게 음식을 차리기 때문에 밖에서 먹는 음식의 간이 강하게 다가온다. 이럴 때에는 소금을 털어내고 먹으면 된다.
여전히 고기는 부드러웠고, 맛있었다. 굽기도 나에게는 딱 맞는 미디엄 레어였다.
앗~~ 저 그릇에 담긴 Spinach. 나는 예전에 먹었던 생시금치를 생각하고 이 메뉴를 시켰던 거였는데, 이런 모양새로 나와 당황스러웠다. 마치 크림 시금치 소스 같은 맛. 그런데 고기 위에 한 줌 얹어 맛을 보니, 입안 가득한 은은한 시금치 향과 부드러운 크림소스의 식감이 정말 감칠맛이 났다.
처음에는 고기와 함께 먹다가는, 포크에 한가득 얹어 그 자체만을 입에 넣어도 식감이 만족스러웠다. 나중에 한국에 가면 집에서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아이들에게 주면, 시금치도 맛있게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식사를 다 마치고, 직원에게 계산서를 달라고 하면 자리에서 결제가 된다. 결제가 끝난 후에는 직원이 이 예쁜, 장난감 같은, 손톱보다 약간 작은 나이프 모양 하나를 건네준다.
이것은 1층으로 올라가 식당 문을 나서기 전에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는 교환권 같은 것이다. 절대 잊어버리지 말고 갖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으니까. ㅎ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 직원들이 다정하게 인사를 한다. 플랫 아이언은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기에도 분위기가 좋다. 동행이 있으면 맥주를 마시기에도 좋은 곳이다. 은은한 조명도 곁들여져 한결 편안한 느낌이 들고, 직원들도 모두 친절하고 여유가 있다.
1층으로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만나는 이 분. 환하게 웃으면서 아이스크림을 인심 좋게 만들어주신다. 물론 그전에 아래 사진에 있는 사각의 나무통에 넣어야 할 것이 있다. 좀 전에 계산을 하면서 받은 그 장난감 모형의 나이프를 넣으면, 이 분께서 바로 아이스크림을 건네주신다.
Steak 12.00
Lime & Mint Fizz 3.00
Spinach 3.50
Service Charge 1.86
런던에는 맛있는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는 분위기 있는 고급 식당들이 참 많다. 그러한 가운데 플랫 아이언은 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어 부담이 적은 곳이다. 시간을 잘못 맞춰 가면 웨이팅만 2시간 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미리 예약을 하거나 식사 시간 때를 빗겨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
사람이 많이 찾으면, 그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점. 예전에 없던 서비스 비까지 생겼지만, 그래도 플랫 아이언에서 맛있는 한 끼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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