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진주 출장길에 일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기 전, 진주성을 둘러보게 되었는데요. 촉석루를 비롯하여 진주성 곳곳이 정말로 잘 가꾸어져 있고, 관리하시는 분들의 정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시간이 여의치 못해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고 주차장을 향해 공북문으로 향하고 있었는데요. 그때 눈에 띄는 건축물 하나가 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진주성 경내에 위치한 이곳은 진주성의 경관을 파괴하지 않고자 하는 세심한 배려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대로 느껴졌는데요.
주변 경관보다 오히려 낮게 보이도록 규모를 높이지 않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든 건물이든, 요즈음에는 서로 앞다투어 자신의 위용을 드러내고자 더 높이, 더 강하게 경쟁하는 모습이 만연된 시대에 이곳은 오히려 스스로의 자세를 낮추고자 하는 겸손함이 와닿았습니다.
거대함을 피하고 건물 자체가 자연 속의 조경요소로 느껴지는 이곳은 바로 국립진주박물관이었습니다.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시간이 촉박했지만, 국립진주박물관을 다녀가지 않으면 많이 후회될 것 같아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진주대첩의 현장인 진주성에 자리한 국립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을 중심으로 경남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전시하면서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관람시간
09:00~18:00
(토, 일, 공휴일 1시간 연장)
휴관
매주 월, 매년 1월1일, 설/추석 당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개관하고, 공휴일 다음의 첫 번째 평일에 휴관)
임진왜란실은 동아시아 7년 전쟁(1592~1598) 임진왜란의 특화전시실로 임진왜란을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조선과 명, 일본의 7년에 걸친 국제 전쟁의 전개 과정과 영향을 당시의 무기와 여러 역사 기록으로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비격진천뢰는 선조 때 이장손이 처음으로 만들어 임진왜란 때 사용하였다는, 무쇠로 만든 포탄입니다. 측면 화약 구멍을 통해 화약을 채우고 심지에 불을 붙인 후 주로 손으로 던지거나 굴리기도 하고, 완구에 넣어 발사하기도 했습니다. 도화선의 수에 따라 폭발 시간을 조절하여 시한폭탄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관람료
무료
주차 안내
유료: 공북문 주차장, 진주문화원 옆 주차장
무료: 진주성 관광버스 주차장(서문매표소 도로 건너편)
류성룡이 전쟁 당시에 입었던 갑옷과 투구를 복원하였는데요. 갑옷 일부가 전해져 그 형태와 재질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돼지가죽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만든 미늘을 사슴가죽 끈으로 엮어서 제작한 비늘 갑옷입니다. 투구는 챙이 있는 원뿔 모양으로 쇠비늘을 엮어 만든 볼가리개와 뒷가리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조·명 연합군이 1593년 1월 일본에 빼앗겼던 평양성을 탈환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조선군은 왼쪽 끝에 5명이 그려져 있습니다. 평양성 안에는 성을 점령한 일본 장수 고니시 유키나가가 보고를 받는 모습과 일본군들이 명군을 향해 조총을 쏘고 칼과 창을 휘두르는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바닥에 놓여져 있는 4개의 뽀족한 날이 달린 철 조각을 철질려라고 합니다. 능철, 여철, 마름쇠라고도 하는데요. 적의 예상 진입로에 뿌려 놓아 적의 침입을 저지하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철질려의 날에 똥물이나 독약을 섞어 놓기도 하고, 5~6개를 줄에 함께 묶어서 사용하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역사문화홀은 경남 지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과 다채로움을 편안히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문화유산을 보면서 책도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는데요. 가지무늬토기와 붉은간토기, 사람머리모양토기, 도기 바퀴장식뿔잔, 그릇받침, 백자 태항아리 등도 보게 되었습니다.
윤여환이 그린 논개의 초상으로 2007년 표준 영정으로 지정받았습니다. 김은호의 <논개상>이 작가의 친일논란과 복식의 고증 논란으로 인해 다시 제작된 것입니다. 이전의 <논개상>이 일제강점기 이후 열녀 초상의 교과서가 된 김은호의 <춘향상>을 토대로 그려졌던 것에 반해, 이 초상은 16세기 여성의 복식과 머리 모양을 고증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인물화가 김은호가 그린 논개의 초상입니다. 김은호는 전통화를 배우다가 일본 유학기를 거쳐 일본 미인도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다수 제작했습니다. <논개상>은 작가 김은호의 친일, 그리고 임진왜란 때 인물인 논개를 조선 말기 - 근대기의 짧은 저고리를 입은 모습으로 표현하여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각 시대에 따른 논개상을 보여주기 위해 김은호가 그린 논개 초상을 윤여환이 그린 것과 비교하여 전시하였다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의 장검인데요. 충청남도 아산 이순신 종가에 대대로 전해 내려왔던 두 점의 칼로, 현재는 현충사에 있다고 합니다. 충무공 이순신을 상징하며 길이가 2m, 무게가 5kg에 달합니다. 이 칼자루 속 슴베에는 1594년(선조 27) 태귀련과 이무생이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하네요.
국립진주박물관의 휴게실은 참으로 멋스러웠습니다. 외관도 그러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니 신발을 벗고 휴식을 취하거나 간식을 먹기에도 편안한 공간이었습니다.
국립진주박물관에는 이밖에도 두암실이 있는데요. 이곳은 경남 사천 출신의 재일교포 두암 김용두(1922~2003) 선생이 일본에서 수집하여 기증한 문화유산을 전시한다고 합니다. 보물로 지정된 서화와 도자기, 공예품 등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은입사 담배합, 금은으로 장식한 청동향로, 나전 물고기무늬 반짇고리, 대나무무늬 대나무모양 병, 업경대, 소상팔경도 중 평사낙안(보물) 등을 직접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밖에도 야외전시장에는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국보)을 볼 수 있습니다. 이층 기단에 삼층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통일신라 양식의 석탑인데요. 상층 기단에는 신장상이, 제1층 탑신에는 보살상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1941년 고향인 산청을 떠났다가 77년만인 2018년 국립진주박물관에 세워졌다고 하네요.
국립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는 '임진왜란 특성화 박물관'이었습니다. 또한 그러한 전쟁을 통해 평화와 공존, 상생의 시대를 읽게 하는 과제를 안겨주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방문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다음에 진주에 다시 오게 되면, 조금 더 천천히 자세하게 둘러봐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삼국의 역사를 말하는 진정한 맞수, 삼국사기 vs 삼국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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