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첫째 주에 군 복무 중인 아들이 휴가를 나왔었다. 입대 후 지금까지 몇 번의 휴가를 나온 적이 있지만, 휴가 내내 빼곡히 잡힌 약속들로 인해 집에서는 잠잘 때만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번 휴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휴가 첫날 아침 약속을 시작으로 복귀하는 날 저녁까지, 이미 휴가를 나오기 전에 선약이 되어 있었다.
친구들은 물론 선배들과 과외를 할 때 가르쳤던 학생들과의 약속이 잡힌 상태에서, 토요일 하루는 모든 일정을 비워 둔 상태였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은 속초로 당일치기 짧은 가족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가족이 함께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좋은 추억이 있겠지만 이곳 강원도 속초, 특히 설악산은 우리 가족에게 많은 힘을 주는 아지트 같은 곳이다.
이곳은 어느 계절, 어느 시기에 와도 참 좋다. 우리 가족은 매년 같은 시기에 설악산을 오르는 어느 지점에서 같은 모습으로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아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찍은 그곳에서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마치 우리 가족의 변천사를 한눈에 느낄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
새벽에 출발하면 하루가 여유롭다. 잠실에서 가평휴게소까지는 차량들이 많았는데, 곧 길이 뻥 뚫렸다. 그런데 주변의 산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머리를 다 깎은 모습이었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아들이 선곡한 노래들을 듣는 것을 나와 남편은 참으로 좋아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음악을 접할 수 있어 신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무리 귀 기울여 들어도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도 있으니~~~ ㅎㅎ
휴가 때나 아들의 방학 때, 주말 또는 머리가 복잡하거나 파이팅이 필요할 때도 우리 가족은 속초로 내려갔다. 특히 겨울바다의 진한 파도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강원도로 내려가는 곳곳에 우리 가족의 추억들이 그려져 있어 차 안에서도 그때의 기억들을 꺼내놓으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가족은 미시령 옛길을 좋아하는데, 눈이 와서 길이 통제되었다고 했다. 서울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는데, 강원도에는 눈이 많이 내렸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일기예보를 살피지 못했는데, 속초에 눈이 엄청 많이 내렸던 것. 도로가에서는 제설차가 눈을 치우고 있었고, 그렇게 모아둔 눈들이 높이 쌓여 있었다.
입춘이었던 이 날, 뜻하지 않게 우리 가족은 눈으로 수놓아진 하얀 세상을 만끽할 수 있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당일치기의 짧은 가족여행이었지만, 아름다운 설경까지 선물 받은 듯하여 엄청 기분이 좋았다. 여행은 준비 없이 갑자기 떠나는 것도 즐겁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그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울산바위도, 설악산도 다음에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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