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책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생태학 환경학의 명저

난짬뽕 2022. 11. 1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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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표지에서부터 환경오염으로 인한 심각성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죽은 새를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이 책이 보고서와 같이 딱딱한 통계 수치를 나열하고 있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적 설명이나 이론만을 소개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우리 삶의 터전이 되는 모든 곳들에서 만날 수 있는 생명의 아름다움에 대해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는 듯하다.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으로 일컬어지는 <침묵의 봄>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생물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언론의 비난과 이 책의 출판을 막으려는 화학업계의 거센 방해에도 레이첼 카슨은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중적 인식을 이끌어내며 정부의 정책 변화와 현대적인 환경운동을 촉발시켰다.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은 환경 문제를 다룰 자문위원회를 소집했고, 1969년 미국 의회는 국가환경정책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암연구소는 DDT의 암 유발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각 주들의 DDT 사용 금지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한 상원의원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자연보호 전국 순례를 건의했으며, 이를 계기로 지구의 날(4월 22일)이 제정되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침묵의 봄>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환경학 최고의 고전으로 알려져 있으며, 환경을 이슈로 전폭적인 사회운동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침묵의 봄 / 레이첼 카슨


생명체가 화학물질에 적응하려면 자연의 척도에 따라 적절하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그저 인간이 생각하는 몇 년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몇 세대에 이르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설령 기적이 일어나 이런 물질에 쉽게 적응한다고 해도, 실험실에서 계속 새로운 화학물질들이 꼬리를 물고 쏟아져나올 것이므로 별 성과가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만 매년 500여 종의 화학물질이 등장해 사용된다. 이 놀라운 수치가 암시하는 것은 인간과 동물이 매년 500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인데, 이는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런 신물질 중 상당수는 인간이 자연에 대항해 벌이는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p.31

 

<침묵의 봄>은 들판에 뿌려지는 유독성 화학물질과 미국 야생 생태계의 광범위한 파괴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단순한 유독물질에 국한된 책이 아니다. 자연생태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으며, 그것은 곧 환경과 동식물의 관계에 관한 질문이자 책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세상을 바꾼 인물, 레이첼 카슨

레이첼 카슨(1907~1964)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우리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일깨워줬다. 1907년 펜실베이니아주 스프링데일에서 태어났으며,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 여자대학(오늘날의 채텀 대학)에서 공부하던 중 전공을 문학에서 생물학으로 바꿨는데, 1929년 졸업할 때 이 학교에서 과학 전공으로 학위를 받은 보기 드문 여학생이었다고 한다.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해양생물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볼티모어 선>에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1937~1952년 미국 어류·야생동물국에서 해양생물학자로 일하다가 글쓰기에 전념하기 위해 그만두었다.
시적인 산문과 정확한 과학 지식을 독특하게 결합해 글을 쓰는 그녀는 1951년 <우리를 둘러싼 바다>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그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내셔널 북 어워드 논픽션 부문 수상을 비롯해 존 버로스 메달, 뉴욕 동물학회의 골드 메달, 오듀본 협회 메달 등을 받았다. 영국 왕립문학회 초빙교수를 역임했으며 미국 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레이첼 카슨은 1941년 첫 책인 <바닷바람을 맞으며>를, 1955년에 해양 생물학 관련 저서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는 <바다의 가장자리>를, 그리고 1962년에는 전 세계에 살충제 남용의 위험성을 널리 알린 이 책 <침묵의 봄>을 펴냈다.

 

《애틀랜틱 먼슬리》 《뉴요커》 《리더스 다이제스트》 《홀리데이》 등 유력잡지에 자연사에 관한 글을 기고했으며, 핵폐기물의 해양 투척에 반대하며 전 세계에 그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열성적인 생태주의자이자 환경주의자인 카슨은 1964년 56세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세상을 변화시킨 책, 레이첼 카슨 전집

바닷바람을 맞으며

레이첼 카슨의 첫 번째 책이자 작가가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와 바다를 둘러싼 카슨의 모험을 다룬다. 살아남고 번식하기 위해 분투하는 각각의 생명체에 관한 서사이지만, 격렬한 투쟁에 따른 다원주의적 결정론이 아닌 기회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다. 자연 세계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는 작가 덕분에 우리는 자연과 더욱 친밀해질 수 있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

열정적이고 소상한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자연 세계의 장엄함과 친숙함을 더없이 아름답고 유려한 문체로 풀어내 큰 성공을 거둔 걸작이다. 갓 생성한 지구가 서서히 냉각되고 수세기 동안 끊임없이 비가 내려 바다가 만들어지는 과정, 해수면 수백 미터 아래에서 대왕오징어와 향유고래가 걸판지게 한판 붙는 등 카슨은 상상력과 전문 지식을 아울려 바다의 신비와 매력을 포착해낸다.

 

바다의 가장자리

카슨은 암석 해안, 모래 해안, 산호 해안을 탐구하면서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안내한다. 더불어 오직 짧은 순간의 감상만 허락되는 조수 웅덩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학과 문학을 아울러 얼핏 단순해 보이는 바다 동식물을 복잡 미묘하고 놀랄 만큼 아름다운 생명체로 바꿔놓는다.

 

센스 오브 원더

카슨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자연 예찬. 카슨이 부른 마지막 노래의 주제는 자연과 사귀며 기뻐하고 놀라는 일이 어린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더 나아가 한 사람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부모나 그 밖의 어른이 어린이와 함께 놀라고 기뻐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해준다.

 

미국 공중위생국의 데이비드 프라이스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환경이 파괴되어 결국 공룡처럼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면서 살고 있다. 이런 징후가 나타나기까지 2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괴롭힌다."

 

환경성 질병의 유발에 살충제는 어떤 구실을 할까? 살충제가 토양, 물, 음식 등을 오염시키며, 고기가 뛰놀지 않는 개울과 새가 없어 온통 고요하기만 한 정원과 숲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했다. 인간이 아무리 안 그런 척 행동해도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다. 이 세상 곳곳에 만연한 공해로부터 과연 인간은 도망칠 수 있을까? p.216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을 통해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의해 생물과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 말한 지도 어느덧 60년이 흘렀다. 지금은 그 당시에 비해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더욱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그로 인한 안전한 방제법 등도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그 당시보다 더욱 안전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카슨이 언급했던 과제들을 슬기롭게 풀어왔던 것일까. 그래서 지금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은 과거보다 덜 파괴된 상태일까.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침묵의 봄' 같은 언급은 과거 시제가 된 것일까.

 

"자연을 통제한다"는 말은 생물학과 철학의 네안데르탈 시대에 태어난 오만한 표현으로, 자연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응용곤충학자들의 사고와 실행 방식을 보면 마치 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하다. 그렇게 원시적 수준의 과학이 현대적이고 끔찍한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는 사실, 곤충을 향해 겨누었다고 생각하는 무기가 사실은 이 지구 전체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크나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p. 325

 

더 늦기 전에 다시 한번 우리의 대기와 강과 바다, 산과 들판을 지키기 위한 일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이 더 이상 오염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개개인들 모두가 무엇인가를 해야 된다는 과제가 주어진 것 같다. 그렇지 못하면 자연이 주는 반격에 인간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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