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책

스승 구본형이 건네고 제자 홍승완이 화답한 영혼의 대화, <마음편지>

난짬뽕 2023. 3. 16. 00:00
728x90
반응형
반응형

마음편지

 

<마음편지>의 책장을 넘기자, 나는 그때의 구본형 선생을 다시 만난 듯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찡해졌다. 업무로 인해 구본형 선생과 처음 메일을 주고받았던 때가 2003년이었던가, 아니면 그다음 해였던가. 그 이후로 몇 년간을 매달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으며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그는 회사를 나와 그 당시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문을 연 1인 기업가였고, 나는 임신과 함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육아를 하다가 다시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여 세 번째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 때였다. 돌아보면, 그때는 엄마로서의 시간도 매우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가장 치열하면서도 힘들었던 직장생활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5년 넘게 구본형 선생과 함께 일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선생은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들인 제자들에게도 여러 분야에서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좋은 여건이 생기면, 늘 제자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홍승완 전문가 역시 구본형 선생에게 소개받아 몇 번 같이 일한 적이 있다. 

 

구본형

'시처럼 산다'라는 꿈을 가졌던 변화경영사상가. 198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 IBM에서 근무하면서 경영 혁신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했고, IBM 본사의 말콤 볼드리지 국제 평가관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조직의 경영 혁신을 컨설팅했다. 2000년에 회사를 나와 1인 기업가로 변신한 후,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문을 열고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삶이 아름다워지도록 도왔다. 인문학과 경영학을 접목해 새로운 경영 비전을 제시했고, 10년 동안 백 명의 연구원을 양성, 수백 명과 동행하며 '나답게' 살아가려는 이들의 버팀목이 되었다. 


 
이처럼 그는 '자기 혁명'을 평생의 화두로 삼고 타인을, 그리고 언제나 자신을 변화시키려 했다. 생의 마지막까지 썼던 이 책에도 곳곳에 그 의지가 담겨 있다. 삶의 모든 것에서 배우고, 글 쓰고, 아름다운 영향력을 전하던 그는 말과 삶이 일치하는 선례를 남기고 2013년 4월 세상과 작별했다. 


 
저서로는 대표작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비롯해 <낯선 곳에서의 아침>, <떠남과 만남>,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사람에게서 구하라>, <깊은 인생> 등이 있다. 

 

홍승완

인물학 전문가, 작가, 경영 컨설팅 회사와 인적 자원 개발 전문 기업에서 자기 계발과 조직 경영, 인문학 프로그램을 개발한 교육 콘텐츠 전문가이며, 현재 '콘텐츠 랩 심재'의 대표로 활발한 저술과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2000년에 구본형을 만나 그의 첫 제자가 되었다. 그때부터 줄곧 함께 공부하고 여행하고 책을 썼다. 


 
스승을 본받아 2009년부터 1인 기업가로 변신해 책 쓰기 코치로 활동하고 있고, '인물학'을 독서와 글쓰기, 창의성과 심층 심리학 등에 접목한 차별적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저서로 <스승이 필요한 시간>, <위대한 멈춤>(공저), <내 인생의 첫 책 쓰기>(공저) 등이 있다. 

 

벚꽃 한 송이가
봄을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벚꽃이 봄을 그리워하지 않았다면
봄은 오지 않았을꺼야.
한 그리움이 
봄을 만든 것을 그 봄은 알까.


 
여행길에서 써 내려간 이 짧은 메모에서 구본형 선생의 생전 모습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그는 자신만의 생각이 뚜렷했지만, 결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전하거나 주입하려 하지 않았다. 생각의 실마리를 넌지시 떠올리게 하거나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하도록 격려하며 사고의 폭을 넓혀주었다.


 
<마음편지>의 초판은 2023년 1월 25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벚꽃이 피기 전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동안 깜박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내 안에 숨어 있는 그 무엇인가의 그리움이 언젠가는 나에게 또 다른 봄이 되어 다가온다는 것을. 누구나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자신만의 그리움을, 이제는 마음껏 드러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왜냐하면 우리들만의 봄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제자 홍승완이 써 내려간 여는 글의 제목은 '영혼을 깨우는 문장과 질문'이었다. 그 제목 한 줄에 이 책에 대한 모든 것이 스며있다.  그의 말대로 <마음편지>는 자신에게 깊이 다가온 문장, 그에 대한 본인의 해석,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으로 글 한 편이 구성되었다. 구본형 작가의 글은 희색으로, 홍승완 작가의 글은 검은색으로 구분되어 있다. 

차례

 

2013년 세상을 떠난 구본형은 투병생활 중에도 마지막까지 쓰고 싶어 한 책이 있었다. 자신이 만난 책 속의 소중한 문장들을 통해 '내 영혼을 키운 불멸의 명언들'이라는 타이틀 아래, 그 안에서의 질문과 대답들을 세상과 나누고 싶어 했다고 한다. 아픈 와중에도 끝까지 이 주제를 놓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만약 회고록을 집필한다면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해 온 구절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록하게 될 것이다. 지금껏 간직하고 있는 작은 수첩들마다 내 영혼이 의지해 온 짧은 경구들이 잠자고 있다. 부끄러운 삶이 고되다고 여겨질 때마다 나는 이 경구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세상에 둘도 없는 시편이 되어 나를 일깨우고, 일으키고, 살아가게 해 주었다. - 월트 휘트먼, <나 자신의 노래>(바움, 2007)(p.8, 여는 글 중에서)

 

스승이 마지막까지 마음에 간직했던 그 주제에 대한 이유를, 제자 홍승완은 월트 휘트먼의 책에서 그 답을 찾았다. 그리고 '언어를 통한 뇌의 긍정적인 변화는 몸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며, '언어는 정신도 바꿀 수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스승 구본형이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해 온 구절들은 어쩌면 오늘이 힘든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구본형은 그런 문장들을 세상과 나누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마음편지>는 구본형 자신에게 울림을 준 잠언 하나를 제시한 뒤 그에 관한 자기의 생각을 풀어내고, 신중하게 가려 뽑은 질문을 독자에게 전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좋은 문장을 마음으로 다가가 보고, 그에 따른 질문에 대해서는 나만의 대답을 해봐도 좋을 듯싶다. 삶에 대한 대답은 정답이 없지만, 좋은 질문으로 인한 훌륭한 대답은 존재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구본형은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었고, 누군가의 말을 편견 없이 경청했던 사람으로 기억된다. 

 

이 책에서 우리는 모두 열 개의 질문을 만날 수 있다.

 

  • 당신의 장작은 무엇을 위해 타오르고 있나요?
  • 운명 같은 '그 일', 찾았나요?
  • 지금은 오히려 지혜로 남은 '퍼펙트 실패'는 무엇인가요?
  • 그대에게 '좋은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 내가 만일 나무라면 어떤 나무일까요?
  • 여행 중에 삶을 바꾼 질문을 만나 본 적 있나요?
  • 누군가를 위해 함께 비를 맞아 본 적 있나요?
  • 그대의 '아리아드네의 실'을 찾았나요?
  • 오늘 먹은 음식으로 무엇을 하고 있나요?
  • 당신의 '인생의 오후'를 어떻게 그려 두었나요?

펴낸곳 (주)을유문화사

 

 윌리엄 스태포드, <삶이란 어떤 것이냐 하면>

네가 따르는 한 가닥 실이 있지.

변화하는 것들 사이를 지나는 실.

그러나 그 실만은 변치 않아.

사람들은 네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궁금해하지.

너는 그 실에 대해 설명해야 해

그렇지만 그 실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 

그 실을 꼭 잡고 있는 한, 너는 절대 길을 잃지 않아. 

살다 보면 슬플 일도 일어나고,

사람들은 상처를 입거나 죽기도 하지.

너도 고통받고 늙어갈 테지. 

네가 무얼 해도 시간이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어.

그래도 그 실을 꼭 잡고 놓으면 안돼. 

 

윌 듀런트, <철학 이야기>

과학은 항상 전진하는 듯한데, 철학은 늘 뒷걸음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철학이 과학으로는 풀지 못하는 문제들, 즉 선과 악, 미와 추, 질서와 자유, 삶과 죽음 같은 어려운 과제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은 승리의 열매를 딸인 과학에게 남겨 두고, 자신은 숭고한 불만을 품고 불확실한 미지의 세계로 계속 나아간다. 보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과학은 분석적 기술이고 철학은 종합적 해석이다. 과학은 전체를 부분으로, 유기체를 기관으로, 모호한 것을 확실한 것으로 해체하려고 한다. 그러나 철학은 사실을 묘사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사실과 경험 일반의 관계를 파악하여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밝혀내려 한다. 철학이 없는 과학은 우리를 파괴와 절망에서 구할 수 없다. 과학은 우리에게 지식을 준다. 그러나 우리에게 지혜를 줄 수 있는 건 철학뿐이다. 

 

그대에게 좋은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어떤 그림이어도 좋습니다. 오롯이 나의 힘으로 활짝 꽃피우고 싶은 삶을 떠올려 보세요.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을 살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p.61~65, 그대에게 '좋은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중에서)

 

"하늘에 흐르는 저 흰 구름 가닥처럼
봄이 온다.
배낭을 메고 떠나고 싶다."

 

병세가 심해지던 때에 구본형 선생이 남긴 글이다. 2023년 올해는 구본형 선생이 돌아가신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구본형 선생을 처음 뵈었을 때 나는 퇴직 후 3년 가까운 공백기를 뒤로 새로운 업계에서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때였고, 아장아장 걷던 아들은 지금 대학생이 되었다.

 

아이가 어려 일본이나 중국 출장 정도는 당일치기로 해결했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면 한 달 내내 야근에 밤샘이 다반사였던 그때, 업무 메일로 뵙는 구본형 선생은 늘 따뜻한 말씀을 건네주셨고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 때에는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많은 길을 열어주셨다. 

 

이 봄, 아마도 구본형 선생은 하늘에서도 배낭을 메고 세상을 내려다보며 여행하고 계실지 모르겠다. 구본형 선생이 건네는 좋은 질문을 통해 진정한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음편지>라는 이 책의 제목처럼, 스승과 제자가 나누는 마음과 마음의 대화가 어느새 내 마음속으로도 노크를 하고 있다. 너무 빠르게 읽지 않아도 되는 책, 조금은 더 느리게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본다. 

 

우울한 시선으로 가장된 잔잔한 밝음, 파트리크 쥐스킨트 콘트라베이스

 

우울한 시선으로 가장된 잔잔한 밝음, 파트리크 쥐스킨트 콘트라베이스

우울한 시선으로 가장된 잔잔한 밝음 파트리크 쥐스킨트 이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으로 와 가 각각 1991년도와 그 이듬해에 초판 발행되었지만, 내가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1993

breezehu.tistory.com

배우, 자유로운 인간을 위한 백세개의 모노로그

 

배우, 자유로운 인간을 위한 백세개의 모노로그

배우, 자유로운 인간을 위한 백세개의 모노로그 최형인 엮음 가 1쇄 발행된 것은 1990년이었고, 내가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1994년 11월의 어느 가을날이었다. 그 이듬해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라

breezehu.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