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의 작은 도서관에서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바로 이 제목에 끌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 역시 그러했다.
작가 하야마 아마리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는 이 책은 자신의 스물아홉 생일로부터 1년간의 생활을 담은,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2010년 '일본에 더 큰 감동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라디오 방송국인 니폰방송과 출판사 린다 퍼블리셔스가 주최한 '제1회 일본 감동대상'에서 1046:1의 경쟁을 뚫고 대상을 차지한 작품이다.
사실 도서관에서 이 책이 눈에 띈 것은 표지의 조금은 직설적인 책 제목 때문이었는데, 굳이 대출까지 하게 된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표지를 넘기자마자 빨간색 볼펜으로 쓰인 작은 글씨. 2013년 9월 13일에 누군가가 남긴 짧은 문장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내가 자주 가는 우리 동네의 도서관은 주민들로부터 기증도서를 받아 모두들 함께 돌려보기도 하는데, 이 책 역시 누군가가 기증한 도서였다. 자신이 읽던 책에 그때의 감정을 기록해 놓은 세 문장이, 마치 시간을 건너 나에게 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기증한 사람은 왜 이 책을 읽었을까. 그 사람을 힘들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마음이 평온할까. 아직도 우리 아파트에 같이 살고 있을까. 어쩌면 지금 이 도서관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기증한 책을 펼쳐보고 있지는 않을까.
나의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지금은 2022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2013년에 건넨 물음표들을 내가 전해받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예전 헌책방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일들을 집 앞 도서관의 작은 모퉁이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스물아홉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어렸을 때 꿈꿨던 미래는 그 어디에도 없었고, 나는 안정된 직장과 애인, 돈~~~ 뭐 하나 갖추지 못한 인생에 절망하고 있었다. 절망이 너무나 큰 나머지, 인생을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었고, 스스로 '1년의 삶'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하게 되었다.
그래서 인생의 끝을 결심하고 나서야, 나는 그 준비를 하기 위해 펼쳐 본 적 없는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자 그때부터 다양한 만남과 구원의 말들을 얻었고, 새로운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스물아홉 생일부터 1년간의 치열한 기록'이다. 절망에 빠져 있을 때는 나 혼자만 힘들다고 생각되어 그 괴로움이 영원할 것만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혹시 지금 인생에 절망하고 있다면, 아직 펼쳐 보지 않은 날개를 한번 찾아보는 게 어떨까? 그리고 저돌적으로 그다음을 향해 달려 나가다 보면, 반드시 뭔가 얻는 게 있으리라 믿는다.
프롤로그 중에서
인생에서의 마법은 '끝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몸으로 깨달았다.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 나는 '끝'을 의식하지 못했고, 그래서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기만 했었다. 아무런 비전도 없이 노력은커녕 비관만 하며 그저 되는대로 살았었다. 하지만 D-365, D-364, D-363~~~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부터 나는 치열하게 내달릴 수 있었다.
이제부터 맞이하게 될 수많은 '오늘들'은 나에게 늘 선물과도 같을 것이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내일'이란 말을 쓰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나의 인생은 천금 같은 오늘의 연속일 테니까.
에필로그 중에서
- 나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아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죄일 것이다. _ p 28
- 세상은 널 돌봐줄 의무가 없다. 그리고 너에겐 어떤 일이든 생길 수 있다. _ p 34
- 목표가 생기자 계획이 만들어지고, 계획을 현실화시키려다 보니 전에 없던 용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_ p 61
- 가진 게 없다고 할 수 있는 것까지 없는 건 아니지. _ p 76
- 가족이든 친구든 자기 주변 사람들을 소홀히 여기면 결국 인생이란 게 비극으로 치닫게 돼. _ p 81
- 생각과 느낌은 십인십색, 사람의 숫자만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나와 똑같은 느낌을 요구하거나 이해해 달라는 것은 무리이고 어리광이며, 오만일지도 모른다. _ p 107
- 그저 바쁘기만 한 생활이었다면 일찌감치 나가떨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겐 너무도 선명하고 절대적인 목표가 있었다. 그 목표를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면 할수록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힘이 솟았다. _ p 109
- 출세니 성공이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잣대를 갖는 거라고 생각해. _ p 122
- 난 도저히 꿈을 포기할 수가 없어. 하고 싶은 걸 못 하면 죽을 때 엄청 후회하게 될 거야. _ p 144
- 평생의 꿈을 가로막는 건 시련이 아니라 안정인 것 같아.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그저 그런 삶으로 끝나겠지. _ p 168
- 옷만 제대로 입어 줘도 마음의 자세가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그 분명한 진실을 이제 나는 알고 있다. _ p 197
- 남이 어떻게 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을 얼마나 즐길 수 있는가, 오직 그뿐이다. _ p 199
"'해보기 전엔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라고 말하는 하야마 아마리는 "아직은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길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이 책을 마무리한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의 소개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내용과 책 속에서 표현되고 있는 문장들로 대신하고자 한다. 지금 위 문장들에 공감하시고 계시다면, 여러분들도 이미 깊은 고민과 갈등 속에서 잘 버텨내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그려오셨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모든 분들을 위해
오늘은 제가 두 손 가득 엄지척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정말로 모두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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