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작은 이야기

마거릿 생스터, 하지 않은 죄

난짬뽕 2022. 11. 2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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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은 죄

 

당신이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일이 문제다.
해 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잊어버린 부드러운 말
쓰지 않은 편지
보내지 않은 꽃
밤에 당신을 따라다니는 환영들이 그것이다.



당신이 치워 줄 수도 있었던
형제의 길에 놓인 돌
너무 바빠서 해 주지 못한
힘을 북돋아 주는 몇 마디 조언
당신 자신의 문제를 걱정하느라
시간이 없었거나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사랑이 담긴 손길
마음을 어루만지는 다정한 말투.



인생은 너무 짧고
슬픔은 모두 너무 크다.
너무 늦게까지 미루는
우리의 느린 연민을 눈감아 주기에는.



당신이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일이 문제다.
해 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_ 마거릿 생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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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상을 차리고 있는데, 남편이 아빠도 아침 식사를 잘하셨는지 안부전화를 드리고 있었다. 전화를 끊은 남편이 아빠 목소리가 가라앉았다며 시골에 다녀오자고 했다. 아빠께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큰오빠가 주중에 왔다 가고 이번 주말에는 작은오빠가 내려온다고 해서 나는 다음 주에나 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시골에 내려갈 아무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아빠 목소리를 들은 남편은 아무래도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아빠 목소리가 가라앉은 것 같다고 했다. 따로 장도 보지 못한 탓에 아침을 먹고 나자마자 집에 있는 재료들로 몇 가지 반찬을 만들었다. 그 사이 남편은 집 앞 마트에 들러 꿀레몬차와 딸기를, 그리고 약국에 들러 목캔디를 사 왔다. 그리고 식탁에 앉아서는 호두 껍질을 까서는 따로 그릇에 담고 있었다. 

 

큰오빠가 사골국과 된장국, 미역국과 김치 등을 갖고 갔고 작은 오빠는 늘 고기반찬을 챙겨가는 편이라서, 나는 그냥 밑반찬 몇 가지만 준비해 가려했다. 그런데 남편이 유자차와 목캔디를 사 와 고마웠다. 집을 나서서는 남편이 커피를 마시면서 가자며  빵집에 들러서는 아빠가 드실 카스텔라와 단팥빵도 몇 개 사 왔다.   

 

오늘 아침,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아빠 목소리가 탁하지 않고 맑아지신 것이 느껴졌다. 아빠는 꿀레몬차와 목캔디를 드셨더니 한결 나아지셨다고 말씀하셨다. 딸기와 호두, 빵을 드시니 입맛이 돋았다고 하셨다. 모두 남편이 챙겨간 것들이다.

 

문득 예전에 읽은 적이 있는 마거릿 생스터의 '하지 않은 죄'라는 시가 생각났다. 어떤 일을 하지 않아, 나중에 마음이 아프게 될 일들. 가끔씩 남편이 그러한 일들을 일깨워주곤 한다. 그러한 남편에게 무척이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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