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작은 이야기

위험들,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난짬뽕 2022. 12. 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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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들

 

웃는 것은 바보처럼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우는 것은 감상적으로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은 일에 휘말리는 위험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자신의 생각과 꿈을 사람들 앞에서 밝히는 것은
순진해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랑을 보상받지 못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사는 것은 죽는 위험을,
희망을 갖는 것은 절망하는 위험을,
시도하는 것은 실패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그러나 위험은 감수해야만 하는 것
삶에서 가장 큰 위험은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것이기에,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아무것도 되지 못하므로,
고통과 슬픔은 피할 수 있을 것이나
배움을 얻을 수도, 느낄 수도, 변화할 수도,
성장하거나 사랑할 수도 없으므로,
확실한 것에만 묶여 있는 사람은
자유를 박탈당한 노예와 같다.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오직
진정으로 자유롭다.



_ 자넷 랜드

사진_ hu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나는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넘어지거나 불에 델까
두려워하며 살지는 않으리라.
나는 나의 날들을 살기로 선택할 것이다.
내 삶이 나를 더 많이 열게 하고,
스스로 덜 두려워하고
더 다가가기 쉽게 할 것이다.
날개가 되고
빛이 되고 약속이 될 때까지
가슴을 자유롭게 하리라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하지 않으리라.
씨앗으로 내게 온 것은
꽃이 되어 다음 사람에게로 가고
꽃으로 내게 온 것은 열매로 나아가는
그런 삶을 선택하리라.


_ 도나 마르코바

사진_ hu


오랜만에 예전에 함께 일했던 친구가 아내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안부 전화도 주고, 회사 근처를 지날 때면 잠시 들러 얼굴이라도 보여주던 친구였다. 나는 이 친구를 나의 세 번째 직장에서 만났다. 

 

그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던 이 친구는 주위에서 보기에도 열정이 대단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도 매사에 최선을 다했고, 조금은 서툴렀지만 열심히 배우고 노력했다. 

 

그 친구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느 날 우리는 회사가 아닌 롯데월드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나는 집이 롯데월드와 가까웠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난 후 종종 아들과 함께 레이저쇼를 보러 가곤 했다. 지금도 레이저쇼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는 아이스링크장까지 불을 끄고 펼쳐지는 레이저쇼를 한동안 좋아했었다. 

 

그곳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그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어 여자 친구까지 소개받게 되었고, 얼마 후 결혼식에 이어 돌잔치까지 가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 부부는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둔 부모가 되었다. 

 

지금은 서로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 친구는 이직을 할 때면 꼭 나를 찾아왔다. 그러면 나는 밥과 커피를 사주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곤 했다. 그런데 올해에는 전화도 없었고, 만나지도 못했던 그 친구가 아내와 함께 한아름 꽃을 사 갖고 우리 회사에 왔다.  

 

15년 가까이 일하던 지금의 이 분야를 떠나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했다. 어려운 시기를 다 견뎌내고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된 자리에서 더 많은 것들이 보장되는 지금의 위치를 버리고, 지금까지의 일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의 새로운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는 나는 처음에는 많이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 부부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대신 오늘은 그의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정성스럽게 대접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우리들은 어느새 같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오래전 롯데월드에서 나를 보고는 얼음 땡처럼 서있던 그들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주차장까지 내려가 그들을 배웅하고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읽고 있는 류시화 엮음의 <마음챙김의 시>. 문득 그 안에 소개되었던 시들이 생각났다. 이제 새로운 출발과 도전을 하려는 그 친구에게 시 한 편을 사진 찍어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위험들',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는 제목이 왠지 따뜻한 조언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부부가 선택한 어려운 결정들에 대해 힘을 보내고 싶었다. 

 

"다른 사람은 다 반대해도 응원해주실 줄 알았어요. 휴가 때 건너오세요. 숙식제공입니다."

 

조금 지나 내가 보낸 두 편의 시에 대해 그 친구가 문자를 보내왔다. 낯선 땅, 낯선 곳으로  떠나는 그들 부부를 위해 봉투 하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달이면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그들을, 나는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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