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이탈리아 베네치아

익숙한 것들과의 짧은 이별, 그 잠들지 않을 이야기들

난짬뽕 2022. 8. 2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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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골목은 다르다.

그곳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다!

 

일상에서 조금 더 먼 곳으로 떠났던, 지난 6월의 베네치아로의 여행은 낯선 곳에서의 특별하면서도 어쩌면 전혀 특별하지 않았던, 반복되는 익숙한 것들과의 짧은 이별이었다. 

 

교차하는 긴장과 설렘 속에서 나의 내면은 한층 단단해지고, 보다 유연해지기도 했다. 현실 속에서 잠들어 있던 새로움에 대한 갈증들이 하나둘씩 깨어났고, 잘 보이지 않았던 생각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미로 같은 베네치아의 골목들 사이에서 잠시 길을 잃었을 때에도 오히려 한동안 풀리지 않았던 얽혀 있던 복잡한 사고의 실타래들이 하나둘씩 풀려나가는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베네치아에서 유일하게 난간이 없는 다리.
수로 옆에서 축구를 하던 꼬마들이 물에 빠진 공을 건져내고 있다.

 

이번 여행은 뜻밖의 선물 같은 값진 시간이었고, 일상에 쫓기던 나에게 마음의 여유와 소소한 기쁨은 물론 따뜻한 위로까지 건네준 잠들지 않을 이야기들이 되었다. 

 

베네치아에 머무는 동안, 이곳의 골목길은 나에게 친구 같은 존재였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더 이상 갈 수 없는 골목 안에 갇히기도 하고, 걸어가던 길을 되돌아 나와 다른 방향으로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물길을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한없이 길을 잃다 보면, 어느새 나는 처음의 그 자리에 다시 서 있곤 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끔씩 마냥 평온하기만 했던 하루하루의 사이사이에서도 잠시 길을 잃을 때가 있다.

 

 

그 순간 잠시 혼란스럽고 탈출구를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좌절감을 맛보기도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다시 일어섰던 경험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베네치아의 골목 풍경은 마치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길이 막혀도 다시 걸으면 또 다른 길을 만날 수 있다는, 그 보이지 않는 이정표를 숨겨 놓고 있는 듯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많은 생각의 씨앗들이 뿌려져 있는 골목길들.

 

그런 이유로 인해 베네치아의 골목길에서는 잠시 길을 잃어버려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꼭 한 번쯤은 길을 잃어버려도 좋다. 일상의 소란스러움 속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그 순간 만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이제 골목길을 빠져나와 베네치아를 떠나가고 있는 나에게 들려온 노랫소리. 그것은 이곳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다시 베네치아에 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때쯤이면 아마도 나는 지금보다 한 뼘 더 성장한 어른의 모습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좁은 수로 안에서 반사되는 노랫가락도 좋았지만, 울림이 깊은 아코디언의 선율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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