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시댁 식구들과 함께 선산에 갔다가 내당한우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모두 함께 홍주읍성을 둘러보았습니다. 내당한우와 홍주읍성은 주차장을 사이로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올 때만 해도 비가 세차게 내려 걱정을 했었는데, 선산에 도착하자 비가 그쳐 다행이었습니다. 밥을 먹고 나서도 여전히 하늘은 흐려있었지만, 성곽길을 따라 걷기에는 선선하니 참 좋았습니다.
홍성 홍주읍성은 1972년에 사적 제231호로 지정된 전형적인 조선 시대의 읍성입니다. 길이 약 1,772m의 돌로 쌓은 성벽 중 약 800m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하네요.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성의 둘레에 대한 기록과 함께 여름과 겨울에도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고 전해진다고 합니다.
성은 신라 말~고려 초에 쌓은 것으로 보인다고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여 새로운 양식으로 각 고을 읍성을 쌓았던 조선 초기 이후 여러 차례 고쳐 쌓았으며, 1870년 홍주목사 한응필이 대대적으로 다시 쌓았다고 하는데요.
삼국시대 이후 쌓았던 읍성의 특징과 조선 초기 새로운 형식으로 쌓은 읍성의 양식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합니다.
우성의 남문인 홍화문은 2012년에 복원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아문 중에서 가장 크고 특이한 형태를 지닌 홍주 아문은 조양문을 만들 때 함께 세웠는데, 조선시대 관아의 구조와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글씨는 흥선대원군이 직접 썼다고 하는데, 현재는 남아 있지 않고요.
1905년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되자 안병찬을 중심으로 한 홍주지역 인사들은 의병봉기를 결의하고 민종식을 의병장에 추대하여 1906년 3월부터 대대적인 의병투쟁을 전개하였습니다. 그해 5월 19일에는 마침내 홍주성을 점령하고 13일간 항전하였으나, 일본군의 계속되는 중파병력에 의해 31일 결국 많은 희생을 치르고 실패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홍주성전투의 정신만은 지금까지도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것 같습니다.
홍주읍성 앞쪽에는 주차장이 자리해 있습니다. 주차요금은 1시간에 800원 정도입니다.
홍주읍성 옆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충남에서 7번째, 전국에서는 70번째의 평화의 소녀상이라고 하네요. 시민들이 모금하여 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애초에는 홍주읍성 안에 세울 계획이었는데, 문화재청이 홍주읍성과의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허했다고 하네요. 을사늑약 체결에 반발하여 의병을 일으켜 주둔하던 일본군을 격퇴한 곳인데, 그런 역사적 의미로는 안되었나 봐요.
홍성군 홍성읍 오거리를 지날 때에는 백야 김좌진 장군의 동상도 볼 수 있습니다. 전체 높이는 11.8m로 독립군을 지휘하는 모습이 경건하게만 느껴진답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한평생 일제와 맞서 싸우신 김좌진 장군은 1930년 공산당원의 총탄에 맞아 순국하셨는데요. 마지막 순간까지 "나라를 위해 할 일이 너무도 많은 이때에 죽는 것이 한스럽다"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홍성 시내를 가로지르다 보면, 성의 동문인 조양문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모습은 1975년 복원한 것이라고 하네요. 홍성에 가신다면, 홍주읍성을 한번 둘러보시는 것도 좋으실 것 같습니다. 이곳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읍성으로 이어졌으며, 조선 초기 새로운 형식에 의해 쌓은 성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저희 가족들도 다음에 선산에 내려올 때에는 조금 더 천천히 홍주읍성을 둘러보고자 합니다.
수원화성 장안문 성곽을 따라 만나는 우아하고 장엄한 역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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