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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장안문 성곽을 따라 만나는 우아하고 장엄한 역사길

난짬뽕 2023. 3. 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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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장안문

토요일 아침, 남편과 함께 수원화성을 찾았다. 시골에 갈 예정이었는데, 아빠가 친구 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셔서 우리는 집에서 여유 있게 주말을 보내게 되었다. 

수원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곽으로, 조선의 뛰어난 건축기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의 개혁 군주인 정조대왕의 꿈이 담긴 성곽으로, 우리나라 성곽 건축 사상 가장 독보적인 면모를 자랑한다고 평가받는다.  

수원화성은 수원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길이는 약 5.7km로 성곽을 따라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남편과 나는 이날 산에 가는 대신에 수원화성의 성곽길을 따라 천천히 산책하자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잠실역 광역환승센터에서도 화성행궁 여민각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는데, 수원화성 주변에 공영주차장도 잘 되어 있다고 해서 차를 갖고 갔다. 우리는 화홍문 공영주차장을 3시간 넘게 이용했는데, 주차요금은 950원이 나왔다. 

아들이 어렸을 때 가보고는 오랜만에 다시 찾게 되었는데, 수원화성이 잘 복원되어 관리되고 있어서인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수원화성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부분이 파손되었으나, 축조 상황을 기록한 세계기록유산 <화성성역의궤>에 의거하여 1975년부터 시작된 보수와 복원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화성성역의궤>는 조선시대에 수원 화성을 계획하면서 그림과 글로 설계도와 내용을 철저하게 남겨 놓은 것이다. 

수원화성은 동 창룡문, 서 화서문, 남 팔달문, 북 장안문의 4개의 관문으로 출입할 수 있는데, 우리는 장안문으로 들어갔다. 장안문은 수원화성의 북문이다. 정조는 장안의 의미를 '북쪽으로 서울의 궁궐을 바라보고, 남쪽으로 현륭원(융릉)을 바라보며 만년의 편안함을 길이 알린다.'라고 풀이했다. 

 

문 밖에는 성을 지키기 위하여 성문 밖에 쌓은 작은 성인 항아리 모양의 옹성을 만들고, 방어를 위해 좌우에 적대를 세웠다. 장안문은 남문인 팔달문과 더불어 화성에서 가장 웅장하고 높은 격식을 갖춘 건물이다. 2층의 누각은 네 모서리 추녀가 길게 경사를 이루면서 지붕 가운데 부분에 있는 가장 높은 수명 마루인 용마루와 만나는 우진각 지붕 형태다. 

 

길고 휘어진 목재를 구하기 힘든 조선 시대에 우진작 지붕은 궁궐이나 도성의 정문과 같은 건물에만 쓰였다. 문루 처마 밑에는 다포라는 화려하고 정교하게 다듬은 받침 목재를 짜 맞췄는데, 다포식 건물은 18세기 이후 궁궐에서는 거의 백 년 동안 짓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히 강원도 출신의 승려 목수인 굉흡이 와서 건설을 도았다고 한다. 장안문은 크고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데 석축에는 총탄 자국이 남아 있으며, 안팎으로 평지이기 때문에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도 자유롭다. 

효심과 애민정신이 지극했던 정조대왕은 부친인 장헌세자의 능침을 수원 화성으로 옮기며 축성됐다. 성곽에는 당쟁에 의한 당파정치 근절과 강력한 왕도정치 실현이라는 정조의 원대한 정치적 포부가 담겨 있다. 

북수문(화홍문)과 동북각루(방화수류정)
화홍문(북수문)

화홍문은 수원화성을 가로질러 흐르는 수원천의 북쪽에 세워진 수문이다. 일곱 칸의 홍예문 위로 돌다리를 놓고 그 위에 누각을 지었는데, 화홍문은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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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각은 본래 적군의 동태를 살피고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 군사시설이지만, 평소에는 주변 경치를 즐기는 정자로 쓰였다. 화홍문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수원화성에서 꼭 보아야 할 아름다운 경치로 손꼽힌다. 

화성어차

성곽 둘레길을 걷고 있는데, 화성어차가 보였다. 화성어차는 수원화성의 주된 관광 포인트를 순환하는 관광열차로, 순종이 타던 자동차와 조선시대 국왕의 가마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수원화성 성곽의 주요 지점을 가장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 

용연

성곽 너머로 용연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용연은 화성의 북쪽 성밖에 있는 연못이다. 이곳은 용머리처럼 생긴 용두 바위에서 유래했다. 화성성역의궤에는 용연이 반달처럼 생겼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용연에 비친 달이 떠오르는 모습 역시 화홍문에서 바라보는 경치와 더불어 수원화성에서 꼭 보아야 할 아름다운 풍광으로 손꼽힌다. 

동북각루, 방화수류정

동북각루는 화성 동북쪽 요충지에 세운 감시용 시설이다. 1794년 정조 18년에 창건되었고, 1934년에 해체 수리되었다. 

용두 바위 위에 각루를 세워 주변을 감시하고 화포를 쏠 수 있도록 한 군사시설이지만, 아름다운 연못과 함께 있어 경치를 즐기는 정자로 많이 쓰였다. 이곳의 별칭은 '방화수류정'으로, 정조는 이를 '현륭원이 있는 화산과 수원 읍치를 옮긴 당 유천을 가리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지금은 온돌방이 남아 있지 않지만, 방화수류정에는 원래 온돌방 한 칸이 있었다고 한다. 보통 군사들의 휴식을 위해 각루 1층에 온돌방을 만들었는데, 방화수류정은 임금을 위해 2층에 온돌방을 만들고 창문도 설치되었다고 전해진다. 조선 정조 21년(1797) 정월, 정조는 방화수류정에서 활쏘기를 하고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읊은 시를 지었다고 한다. 

화홍문

수원화성은 어느 지점에서 시작하더라도 하나로 이어진 길 위에서 만나는 풍광이 참 좋은 곳이다. 정조의 숨결을 따라 걸어도 좋고, 토목건축의 백미를 보여준 정약용의 빼어난 과학성에 집중해 둘러보아도 좋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수원화성은 우아하고 장엄한 건축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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