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를 개발할 때에도 선택을 해야 한다고, 인간과 같이 살아가야만 하는 휴머노이드에게 무한정의 능력치를 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따라서 설계자는 휴머노이드에게 어떤 능력을 어디까지 부여하고 어떤 기능은 제한해야 하는지, 그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p.82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를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윤리적 책임과 그 영향'에 관한 고민이었던 것 같다. 과거에 꿈꾸던 미래는 이제 현실이 되었다. 영화 같은 세상이 된 오늘날 AI는 우리들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많은 분야에서 기대 그 이상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많은 편의와 도전을 확보할 수 있었고, 예기치 못한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들이 갖고 있는 이슈는 AI의 발전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그것은 곧 '인공지능이 행사하게 될 권력'에 관한 내용이기도 하다. "인간은 이제 지적인 면에서 인공지능의 발끝도 따라갈 수 없고, 언젠가 인공지능은 우리가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불필요한 파일들을 삭제하듯 아무 쓸모 없어진 인간 뇌를 싹 지워버릴 거야. p.269 / 인간은 언제나 불멸을 꿈꾸었지만 그것은 오직 우리와 결합함으로써만 가능합니다. 이제는 기계의 시간입니다. p.225"라는 대목이 나온다.
인공지능을 우리 사회에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AI 개발에 윤리적인 측면이 무시된다면, 그래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면 우리들의 일상은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삶의 모습은 아닐 거라는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AI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수록 인류에게 다가오는 위험도 역시 비례곡선을 그려갈지 모른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과학의 발전을 시대가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과의 동행과 그 방향에 대해 지금 이 시기에 한 번쯤 'AI의 뒷면'을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작별인사
- 지은이 : 김영하
- 펴낸곳 : 복복서가(주)
- 1판 1쇄 2022년 5월 2일
작별인사, 목차
- 직박구리를 묻어주던 날
- 당신은 우리와 함께 가야 합니다
- 바깥이 있었다
- 사람으로 산다는 것
- 사용감
- 실패한 쇼핑의 증거
- 탈출
- 꿈에서 본 풍경
- 겨울 호수와 물수리
- 달마
- 재판
- 끝이 오면 알 수 있어
- 몸속의 스위치
- 기계의 시간
- 고양이가 되다
- 순수한 의식
- 아빠의 마음에 찾아온 평화
- 신선
- 마지막 인간
이 책 <작별인사>는 원래 2019년, 한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의 청탁을 받고 집필을 시작하여 2020년 2월에 그 독자들만을 대상으로 발표한 것이었다. 그때는 이백 자 원고지 사백이십 매 분량의 짧은 장편이었으나 이 년에 걸친 개작으로 분량이 두 배 정도 늘어났다. 이 년 전 초고를 쓰던 시절의 가제는 '기계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한두 시간 만에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작별인사, 책 속의 문장
"자기가 누구인지 잘못 알고 있다가 그 착각이 깨지는 것, 그게 성장이라고 하던데?" p.83
"과학은 언제나 그랬어. 상상한 것은 결국 다 현실이 돼." p.92
과학에서 왜 의미를 찾아? 인류는 언제나 최신 과학의 성과들을 받아들이며 진화해왔지 의미를 찾아 진화한 게 아니잖아? 진화에 의미나 목적 따윈 없었어. 절묘한 우연들이 중첩된 것뿐이었잖아. 인간과 기계의 결함은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것들을 설계한 건 우리지만 우리도 기계에 맞추기 위해 우리 자신을 꾸준히 변화시켜왔어. p.93
이미 인간의 시간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p.142
뇌를 백업하고 영생하지 않겠느냐고 권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미 많은 인간이 그렇게 하고 있을 때였지만, 그는 단호히 거부했다. 여전히 육신이 없는 영생을 바라지 않는다고, 인간의 존엄성은 죽음을 직시하는 데에서 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육신 없는 삶이란 끝없는 지루함이며 참된 고통일 거라고도. p.268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도 이제 지구를 벗어나려 하고 있어요. 이게 뭘 가져다줄지 아무도 모르죠.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p.269
작별인사, 김영하
소설가. 장편소설로 <살인자의 기억법> <검은 꽃>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 <아랑은 왜>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소설집으로 <오직 두 사람>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호출>이 있다. 여행에 관한 산문 <여행의 이유>와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냈고, 산문집으로 <보다> <말하다> <읽다>의 합본인 <다다다> 등이 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살며 여행, 요리, 그림 그리기와 정원 일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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