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황영미 작가의 장편소설로,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 지은이: 황영미
- 1판 1쇄 2019년 1월 28일
- 펴낸곳: (주)문학동네
- 작가의 다른 책: <모범생의 생존법> <판탈롱 순정> <중딩은 외롭기 않아>
관계의 피곤함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인 다현이가 관계의 피곤함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황영미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소설을 쓰면서 마음의 지도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서로의 경계가 어딘지, 어느 지점이 초록불이고 빨간불인지, 각자 마음속 깊은 골짜기 쉼터는 어디인지, 불가능한 일인 줄 알지만 내 소설이 타인에게 다가가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라는 얘기를 전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누군가의 마음 골목에 작은 안내판'이 되고자 했던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의 주인공인 다현이를 비롯하여 이 책을 읽는 많은 청소년들과 나 같은 불특정 독자들에게 이르기까지 관계와 관계 사이에서 느끼게 되는 혼란과 스트레스를 한방에 정리해 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나무들처럼 혼자야. 좋은 친구라면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 주고 바람이 되어 주면 돼. 독립된 나무로 잘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친하다고 여겼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서운함을 느끼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주인공에게 또 다른 친구가 한 말이다. 이 말이 어찌 친구에게만 국한이 될까 싶다.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더 나아가 가족 간의 관계에서도 그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줄거리
친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다현이는 어딘가에 속하고 싶은 중2의 여학생이다. 클래식 음악과 가곡을 아이돌 노래보다 더 좋아하고, 돌아가신 아빠가 보고 싶거나 마음이 답답할 때는 자신의 블로그인 체리새우블로그에 비공개로 글을 쓰며 외로움을 달랜다.
중학교에 올라와 '다섯 손가락'의 멤버가 되어, 네 명의 친구들과 학교에서도 학교 밖에서도 늘 붙어 다니게 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다섯 손가락의 단톡방에서 소외되기도 하고,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이용만 하는 멤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현이는 그들과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
그러던 중 수행평가 과제를 하기 위해 모둠 활동을 진행하면서, 세 명의 친구들과 시간을 갖게 된다. 다섯 손가락 멤버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한 번도 받지 못했던 다현은 새로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작은 일에도 함께 칭찬해 주고 기쁨을 나누며 관심을 가져주는 진실된 관계를 통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흔들렸던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당당하게 생각하며, 비공개였던 자신의 블로그인 체리새우블로그를 전체 공개로 전환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긍정적인 생각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건강한 마음을 갖게 되는 다현이는 자신을 옳아 맺던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보다 자유로운 날갯짓을 펼치며, 나답게 학교생활을 해나간다.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교실에서 펼쳐지는 복잡 미묘한 친구들과의 관계나 학교생활의 풍경들이 군더더기 없이 묘사되고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속도감이 붙어 마지막까지 재밌게 읽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나도 학창 시절의 친구들을 떠올리며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진지충, 짝남, 은따, 스따 등의 새로운 용어들도 알게 되었고, 엘가의 <사랑의 인사> <위퐁당당 행진곡>,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베르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등의 클래식 음악들도 중간중간 소개되기도 한다. 은따를 당한 적이 있었던 주인공이 다섯 손가락 멤버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그들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자신 스스로 그 관계를 끊어버리는 장면에서는 나까지 속이 시원해졌다.
체리새우 블로그의 좋은 문장들
어떤 친구가 말했다. 우리 모두는 나무들처럼 혼자라고. 좋은 친구는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 주고 바람이 되어 주면 된다고. 독립된 나무로 잘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그게 친구라고.
이 말이 계속 생각난다.
→ 댓글: 내 글에 내가 댓글 담. ㅋㅋ 친구는 동등한 관계여야 한다. 그런데 나는 자주 무시당했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자초한 듯. 나는 친구를 잃을까 봐 늘 전전긍긍이었다. 선물 주는 버릇, 눈치 보기, 거절 못 하는 것. 스스로를 업신여기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존중하기 어렵다. 당당해지자!
주인공 다현이는 자신의 체리새우 블로그 공개를 결심한 새벽에 "나도 나무처럼 우뚝 서고 싶다. 바람이 불면 흔들릴 테지. 괜찮다. 그러면서 이파리는 더 파래지고 뿌리도 단단해질 테니."라는 글을 블로그에 남긴다. 평생 친구에 대해 묻는 다현에게 해준 엄마의 말도 기억에 남든다. "친구가 그런 거야. 살다 보면 멀어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만나기도 하고. 인간관계가 다 그래."
관계의 피로함 속에서 진정한 나의 존재를 찾은 주인공 다현은 이제 다른 사람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행동하게 된다. 그리고 머리가 복잡해질 때는 이렇게 말한다. "어쩌라고!!!" "아님 말고!!!" 이 말들이 은근 중독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어쩌라고!!! 아님 말고!!!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이제 더 이상 비밀글로 운영되지 않는다.
♠ 자녀들의 학교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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