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마땅한 사람들
- 지은이: 피터 스완슨
- 옮긴이: 이동윤
- 첫판 1쇄 펴낸날: 2023년 10월 24일
- 펴낸곳: (주)도서출판 푸른숲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증거를 남기지 않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사설탐정
그러나 그 탐정 역시 연쇄살인범이 계획한 사건의 증인이었다
피터 스완슨의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오랜만에 읽은 스릴러 소설이다. 차례는 1부 살인을 저지를 나이, 2부 세 번째 인물, 3부 더러운 일로 이어진다. 나는 퇴근을 한 후 저녁을 먹고 나서 이 책을 읽어서인지, 처음에는 하루 일과의 피곤함까지 밀려와 도입부의 전개가 조금 느슨하게 여겨지면서 지루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1부 마지막 장인 15장이 시작되는 188페이지부터 긴장감이 상승하며 재미가 느껴져, 시간이 날 때마다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크게 두 개의 축을 갖고 있는 소설이다. 그 첫 번째는 '계획 살인'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착한 살인'에 대한 내용이다. 철저하게 계획을 했든, 착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든 간에 살인은 살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 의견들을 산출시킨다.
"나는 비록 살인을 저질렀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내게는 언제나 그래야 할 이유가, 그래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었다."라는 문장이 책 속에서 눈에 띈다. 우리는 가끔씩 법과 이성적인 판단 앞에서 그것을 떨쳐 버릴 만큼의 분노와 감정의 폭탄을 억제하지 못할 때가 있다. 부와 권력 앞에서 양면성을 드러내는 법 해석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준다. 그래서 때로는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악을 이기는 악'이 되고자 마음먹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피터 스완슨의 작품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살려 마땅한 사람들>의 결말은 나의 예상을 조금 빗나갔다. 계획 살인에 대한 범죄가 드러나고, 언제나 다른 사람을 시켜 자기 대신 더러운 일을 하도록 가스라이팅한 무서운 한 인물이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는 당연히 생각했다. 그러나 그 결과에 있어서 이 책에서 보여준 방식은 조금 달랐다. 저자의 또 다른 책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주인공인 릴리 킨트너가 그 해결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살려 마땅한 사람은 아니죠."
"맞아요. 살려 마땅한 사람은 아니죠."
(중간 생략)
"당신이 재판을 받지 않고 풀려날 것 같자, 내가 당신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나요?"
"그래요. 또다시 살인을 저지를 생각인지 물었죠."
"그리고 당신 대답은?"
"다시는 살아 있는 사람을 해치지 않도록 매사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죠."
p 478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후속작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악을 이기는 악은 용납될 수 있을까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다. 피터 스완슨은 이 책을 집필하는 데에만 8년이 걸렸다고 한다. 책의 내용도 흥미롭지만, 이 책에는 다른 책들과 비교해 볼 때 유독 많은 작가들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어 그 작가들의 작품들을 함께 읽어봐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스티븐 킹의 작품들도 많이 언급되는데, 그의 <애완동물 공동묘지>를 비롯하여 <제럴드의 게임> <돌로레스 클레이블> <별도 없는 한밤에> <바크먼 작품선>과 주디 블룸의 <디니>, 영국의 소설가인 킹즐리 에이미스의 <럭키 짐> <강변의 빌라 살인사건>, 존 치버의 <헤엄치는 사람>,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심연>, 조앤 에이킨의 <윌러비 언덕의 늑대들>,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 댄 시먼스의 <부패한 안락>, T. H. 화이트 <바위에 꽂힌 검>, 루이스 맥니스 시집 <가을 일기>, 도로시 휴스 소설 <고독한 곳에>, 그리고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알려진 윌리엄 보이드의 <어떤 인간의 마음도>가 등장한다.
또한 작품뿐만 아니라 이름만으로 만나게 되는 미국의 시인이자 수필가인 윌트 휘트먼을 시작으로 마크 트웨인, 에밀리 디킨슨, 어니스트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 리처드 예이츠, 존 업다이크, 윌리엄 포크너, 애거서 크리스티, 찰스 디킨스, 제인 오스틴, 셰익스피어와도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셰이프 오브 워터>, <퍼스널 쇼퍼>, <레이디 맥베스>, <회색빛 우정> 등의 영화도 이 소설에서 소개되고 있다. 지은이 피터 스완슨이 자신의 지식을 드러내기 위한 허세를 부리기 위해 이와 같이 많은 작가들을 언급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조금씩 기회가 될 때마다 이 소설에서 언급된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동안 재밌게 읽었던 피터 스완슨의 <살려 마땅한 사람들>. 이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고, 가장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년 전 우리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그 당시 그 사건은 계획범죄로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겨줬으며, 12명의 변호인단을 꾸렸던 공범은 살인방조죄가 되어 무기징역에서 징역 13년으로 감형되어 몇 년 후면 출소하게 되는데 가석방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죽음이 야기된 사건은 모두 네 번이었다. 첫 번째는 2000년에 케너윅에서 일어난 두에인 워즈니악의 익사 사건이었고, 두 번째는 3년 후 다트퍼드에서 일어난 교내 총격 사건이었으며, 세 번째는 한 가정의 남편이 자신의 애인을 죽이고 자살한 사건이었으며, 네 번째는 사설탐정의 사무실에서 일어난 폭발 사건이었다.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한 인물이 있다. 자신이 직접 행동을 실행하지는 않지만, 그 뒤에서 이 사건들을 계획하고 조정하는 그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세상에는 오직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편에 서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 사람을 죽이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렇다면 그녀의 죄는 얼마만큼의 크기일까. 살려 마땅한 사람일까, 아니면 죽여 마땅한 사람일까. 경찰이 잡을 증거는 하나도 남기지 않는 자신의 명민함에 스스로 감탄하는 그녀를 법의 테두리 밖에서 벌을 주는 것은 용납할 수 있는 행동일까. 진정 우리들이 추구하는 선악의 기준은 무엇일까.
첫 번째 계획 살인을 저지르고 난 후 그녀는 경찰에게 반복적으로 그날 밤의 이야기를 진술하는 것을 청소년기에 겪었던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였다고 회상한다. 너무나 무섭게 느껴진다. 2015년에 출간된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피터 스완슨의 생각도 빨리 만나봐야겠다.
<살려 마땅한 사람들>, 줄거리
한때 고등학교 영어교사였던 사립탐정 킴볼의 사무실에 그의 옛 제자인 조앤이 찾아와 자신의 남편인 리치의 외도를 조사해 달라고 의뢰한다. 왠지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수사를 시작하게 된 킴볼은 그들을 뒤쫓던 중 세 발의 총성을 듣게 되고 리치 웨일런과 그의 연인인 팸 오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남편을 잃은 아내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받으며 눈물을 흘리는 조앤을 보며, 킴볼은 왠지 자신이 함정에 빠진 듯한 기분이 든다. 남편이 죽은 현장에 조앤 자신이 없었다는 알리바이를 입증해 줄 수 있는 증인으로 이용된 것을 알게 된 킴볼은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과거 조앤의 영어수업을 담당하며 갖고 있던 자료들을 들춰보던 킴볼은 조금씩 조앤의 행적들에 대해 다가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그녀와 연관된 두 건의 살인사건도 찾아내게 된다. 그러나 의심이 확신으로 굳혀지게 되는 모든 상황에서도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한 킴볼은 답답한 마음에 조력자인 릴리 킨트너(<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주인공)를 찾아간다.
모든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 릴리는 조앤이 이 사건들을 계획한 숨은 배후임을 확신하고, 또한 그녀의 계획을 실행에 옮긴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바로 조앤과 같은 학교에 다닌 친구였다. 그러던 중 킴볼의 의심은 곧 조앤과 그의 조력자에게 발각되고, 킴볼을 노린 폭탄사고가 일어나 큰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된다. 릴리는 의식을 찾지 못하는 킴볼을 대신하여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조앤에게 접근한다.
작가 피터 스완슨(Peter Swanson)
국내에 출간되어 10만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로 "메스처럼 예리한 문체로 냉정한 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퍼블리셔스 위클리>)", "무시무시한 미치광이에게 푹 빠져들게 하는 법을 아는 작가(<가디언>)"라는 찬사를 받았고, 뉴잉글랜드소사이어티북어워드, 영국범죄작가협회에서 매년 최고의 스릴러 부문에 수상하는 CWA 이안플레밍스틸대거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데뷔작 <아낌없이 뺏는 사랑>부터 "대담하고 극적인 반전을 갖춘 채 가차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보스턴 글로브>)"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후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로 NPR 올해의 책을 수상했으며,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로 "정점에 오른 스타일리시한 스릴러(<가디언>)"라는 평가를 받으며 '결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8년 만에 출간된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후속작으로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자신의 높은 기준을 다시 한번 뛰어넘었다"라는 평가 등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
옮긴이 이동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미스터리 애독자인 그는 고전부터 현대, 본격 추리 스릴러부터 코지 스릴러까지 폭넓은 미스터리를 독자에게 소개하기 위해 번역가의 길을 선택했다. 옮긴 책으로 존 딕슨 카의 <마녀의 은신처> <세 개의 관> <황제의 코담뱃갑>, 피터 러브시의 <가짜 경감 듀> <밀랍 인형>, 루이즈 페니의 <치명적인 은총> 등이 있다.
타임슬립 소설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 진실을 찾기 위한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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