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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장편소설 <아가미>,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난짬뽕 2025. 1. 3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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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아가미
  • 구병모 장편소설
  • 지은이: 구병모
  • 초판 1쇄 발행: 2018년 3월 30일
  • 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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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냉정하지만, 따스하고 아름다웠던

구병모 작가의 장편소설 <아가미>를 읽으면서, 내 귓가에 내내 맴돈 것은 다름 아닌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라는 이 문장이었다.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살아줬으면 좋겠다니! 곤은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이 말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다. 언제나 강하가 자신을 물고기 아닌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랐지만 지금의 말은 그것을 넘어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것만 같았다.  p 185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한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래서 누군가가 이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나는 구병모 작가의 <파과>와 <파쇄>, 그리고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으면서 환상적인 상상력과 등장인물들의 따뜻한 마음과 그들이 건네주는 진실된 위로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 책 <아가미>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가미>는 차갑고 냉정하지만, 따스하고 아름다웠던 소설이었다. 

 

<아가미> 줄거리

잇따른 불행으로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한 남자는 돌이킬 수 없는 절망으로 아들을 품에 안은 채 호수로 몸을 던진다. 남자는 끝내 목숨을 잃지만, 생을 향한 본능적인 의지로 아가미를 갖게 된 아이는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호숫가에서 살고 있는 노인과 그의 손자 강하에게 발견된 아이는 '곤'이라는 이름을 얻고 그들과 함께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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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현실을 버텨내고 있는 우리들 모두를 위한 노래

구병모 작가의 장편소설 <아가미>는 죽음의 문턱에서 아가미를 갖게 된 소년의 슬픈 운명을 그려낸 아름다운 잔혹동화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소년은 물속에서만큼은 아가미로 숨을 쉬고 눈부신 비늘을 반짝이며 깊고 푸른 호수를 헤엄치며 한없는 자유를 느낀다. 자신을 구해준 강하에게 곤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삶을 건네받고 하루하루를 간절히 숨 쉬고 있는 아슬아슬한 이야기가 안타까우면서도 신비롭고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다만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따로 있어요. 강하가 예전에 당신을 어떤 방식으로 싫어했든 간에, 그 싫음이 곧 증오를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걸. 그건 차라리 혼돈에 가까운 막연함이라는 걸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매 순간 흔들리고 기울어지는 물 위의 뗏목 같아요. 그 불안정함과 막막함이야말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확신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이 마음과 앞으로의 운명에 확신이라곤 없다는 사실뿐이지 않을까요. 강하와 할아버지만이, 그리고 막판에 이녕 씨만이 둘러싼 세상의 전부였던 당신에게, 이것은 선뜻 이해가 가는 말이 아닐 수도 있겠어요.  p 194

 

<아가미>는 힘들고 거친 세상살이에 지친 우리들에게 "괜찮다...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그들을 아무 조건 없이 그냥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는 듯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인가에 의해, 혹은 어느 누군가에 의해 지금 너무나 아프고 슬프다면, 이 현실에 대한 불완전함을 그 자체로 인정하되 또 다른 사잇길로 잠시나마 벗어나 보자. 그 길목에서 만나는 누군가에 의해 내 상처가 드러나더라도 어쩌면 치유될 수 있는 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후, 하고 숨을 쉴 수 있는 나만의 아가미를......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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