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문학동네 8

한강 <희랍어 시간>, 철학책을 읽는 듯한 삶의 문제의식들에 대한 질문들

희랍어 시간지은이: 한강1판 1쇄: 2011년 11월 10일펴낸곳: (주)문학동네 인간의 모든 고통과 후회, 집착과 슬픔과 나약함 들을 참과 거짓의 성근 그물코 사이로 빠져나가게 한 뒤 사금 한줌 같은 명제를 건져올리는 논증의 과정에는 늘 위태하고 석연찮은 데가 있기 마련입니다. 대담하게 오류들을 내던지며 한 발 한 발 좁다란 평균대 위를 나아가는 동안, 스스로 묻고 답한 명철한 문장들의 그물 사이로 시퍼런 물 같은 침묵이 일렁이는 것을 봅니다. 그러나 계속 묻고 답합니다. 두 눈은 침묵 속에, 시시각각 물처럼 차오르는 시퍼런 정적속에 담가둔 채. 나는 당신에게 왜 그토록 어리석은 연인이었을까요. 당신에 대한 사랑은 어리석지 않았으나 내가 어리석었으므로, 그 어리석음이 사랑까지 어리석은 것으로 만든 걸까..

조해진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 사람이 사람에 의해 살 수 있다

셔터를 눌렀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철로 된 무기와 무너진 건물을 지나, 올리브나무와 묘비 없는 무덤을 지나, 총성이 울리는 도시 한가운데 설치된 임시 병원에서 절망하고 흐느끼는 사람들과 그들의 상처를 봉합하고 소독하는 누군가의 손길을 지나, 살겠다는 의지를 포기한 적 없는 아기의 악센 손가락을 지나, 한 아이가 들여다보던 스노볼 안의 점등된 세상을 지나, 그 아이를 생각하며 잠 못 들고 뒤척이던 또다른 아이의 시름 깊은 머릿속을 지나, 거울 속 세상과 그녀를 위해, 영원에서 와서 영원으로 가는 그 무한한 여행의 한가운데서, 멜로디와 함께...... 빛이, 모여들었다.  p 251빛과 멜로디문학동네 장편소설지은이: 조해진1판 1쇄 2024년 8월 30일펴낸곳: (주)문학동네 장편소설 는 단편 를..

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 그들의 비밀

이중 하나는 거짓말지은이: 김애란1판 1쇄: 2024년 8월 27일펴낸곳: (주)문학동네 세 명의 주인공들이 말할 수 없었던 비밀, 이중 하나는 거짓말김애란 작가의 이 책을 도서관의 새책 코너에서 만났을 때, 나는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제목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은 에 이은 13년 만에 선보인 김애란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책 제목은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담임선생님이 만든 자기소개 규칙이기도 하다. 새 학기가 시작된 후 반 아이들이 자기소개를 할 때 지켜야 하는 이 규칙은 간단하다. 우선 다섯 문장으로 자기를 소개하면 되는데,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말이 들어가야 하는 것. 소개가 끝난 후 다른 친구들이 무엇이 거짓인지 알아맞히고 나면, 자연스레 네 개는 참이 ..

이꽃님 장편소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그날 우리는 최선의 선택을

어쩌면 그날최선의 선택을 한 걸지도 몰라.그게 꼭 옳은 선택이 아니었을지라도. 청량하고 맑음으로, 마음이 정화되는 소설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로 제8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꽃님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지난주 도서관에 갔다가 어느 고등학교의 추천도서 목록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손부터 먼저 반응했다.  원래 빌려오고자 했던 책은 뒷전으로 제쳐두고 이 책에 사로잡힌 것은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라는 제목도 한몫을 했고, 라는 책을 읽으면서 받았던 기억들이 아직도 따스하게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꽃님 작가가 보여줄 또 다른 세계의 아름다움이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마주하는 순간마다 그리워하게 되는, 유난히도 더운 여름이..

김연수 소설 <이토록 평범한 미래>, 기억과 시간에 대한 회상

이토록 평범한 미래 지은이: 김연수 문학동네 소설집 1판 1쇄: 2022년 10월 7일 김연수 작가의 를 읽고 난 후, 이 책이 (2013) 이후 9년 만에 발표한 그의 신작 소설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보문고에서 실시한 소설가 50인이 꼽은 올해의 소설에 선정된 작품이라는 수식어도 붙어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는 모두 8편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문학동네 소설집인데, 한 편의 단편을 읽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문장에서 문장으로 넘어갈 때마다 무엇인가 발목을 잡는 장애물에 걸린 듯 읽는 속도가 늦춰졌다. 결국 도서관에서 빌려 온 이 책은 일주일이라는 대출기간에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반납을 하고, 한동안 나의 머릿속에서 잊혔다가는 그래도 끝은 봐야..

장기하 산문 <상관없는 거 아닌가?>, 보통의 다름을 받아들일 때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 라는 제목 때문에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오게 되었다. 책을 읽기도 전에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제목의 문장부호는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뀌어 있었다. 때로는 내 생각대로, 내 마음대로. 그러니까 '상관없는 거 아닌가!!!' 책표지 색상이 주황색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 중의 하나이다. 주황색이긴 하지만, 그냥 보통의 주황색이어서는 안 된다. 맑은 빛깔이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하여 가벼운 느낌은 아니다. 깊이가 있는 맑음이어야 하며, 형광색 이미지가 묻어나서도 안된다. 장기하의 책인 것도 그 이유였다. TV 방송에서 록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처음 보았을 때의 놀라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확하게는 장기하보다는 그 옆에 있던 두 사람의 인상이 강렬했..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방식들에 대하여

세상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러한 일들이 거짓이거나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꽃님 작가의 장편소설인 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이다. 현재의 은유가 과거의 은유와 서로 주고받는 편지 형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이제야 알겠어. 그 먼 시간을 건너 네 편지가 나한테 도착한 이유를. 너와 내가 사는 세계의 시간들이,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있는 힘껏 너와 나를 이어 주고 있었다는 걸. 살아있는, 그리고 먼저 떠나버린 사람 사이에는 무엇이 그들을 이어주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는 여러 가지 이유들을 언급할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이 책의 색다른 소재와 형식에 재미..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황영미 작가의 장편소설로,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지은이: 황영미 1판 1쇄 2019년 1월 28일 펴낸곳: (주)문학동네 작가의 다른 책: 관계의 피곤함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인 다현이가 관계의 피곤함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황영미 작가는 을 통해 "소설을 쓰면서 마음의 지도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서로의 경계가 어딘지, 어느 지점이 초록불이고 빨간불인지, 각자 마음속 깊은 골짜기 쉼터는 어디인지, 불가능한 일인 줄 알지만 내 소설이 타인에게 다가가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라..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