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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소설 <이토록 평범한 미래>, 기억과 시간에 대한 회상

난짬뽕 2023. 9. 2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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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 지은이: 김연수
  • 문학동네 소설집
  • 1판 1쇄: 2022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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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고 난 후, 이 책이 <사월의 미, 칠월의 솔>(2013) 이후 9년 만에 발표한 그의 신작 소설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보문고에서 실시한 소설가 50인이 꼽은 올해의 소설에 선정된 작품이라는 수식어도 붙어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모두 8편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문학동네 소설집인데, 한 편의 단편을 읽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문장에서 문장으로 넘어갈 때마다 무엇인가 발목을 잡는 장애물에 걸린 듯 읽는 속도가 늦춰졌다.

결국 도서관에서 빌려 온 이 책은 일주일이라는 대출기간에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반납을 하고, 한동안 나의 머릿속에서 잊혔다가는 그래도 끝은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빌려와 읽게 되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여덟 편의 단편들, 그 이야기

이토록 평범한 미래: 지구에 종말이 올 것이라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으로 떠들썩했던 1999년 여름, 동반자살을 결심한 스물한 살의 두 대학생은 뜻밖의 계기로 시간여행을 다룬 소설을 접한 뒤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난주의 바다 앞에서: 남해의 어느 섬 중학교에서 강연을 하게 된 정현은 그곳에서 대학 시절 같은 동아리에서 친구로 지냈던 은정을 만나게 된다. 아이를 잃고 어둠 속에 갇혀 있던 그녀는 바다 앞에서 역사 속 인물인 정난주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삼십여 년이 지나 만나게 된 두 남녀의 이야기이다.

진주의 결말: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진주라는 인물과 그녀를 분석하는 범죄심리학자인 나의 이야기.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정말로 가능할까.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사랑했던 여자의 죽음을 짊어지고, 사막의 일몰 속에서 모래폭풍을 만나며 새롭게 태어나는 남자의 이야기. 

엄마 없는 아이들: 대학시절 연극반에서 만난 명준과 혜진. 그들은 병마로 세상을 떠난 엄마와 이혼 후 자신을 남겨두고 미국에서 가정을 일군 엄마가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코로나 백신 접종 병원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에 대한 선명한 기억과 한때 연인이었다가 헤어진 뒤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옛 연인들의 흐릿한 기억에 대한 이야기.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나에 대한 기억으로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사랑의 단상 2014: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의 과거를 되짚어가면서 시간의 개념과 미래에 대한 낙관에 대해 고민해 보는 이야기. 북한 정치보위부원들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막내 여동생을 보낸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할아버지와의 철학적인 대화들이 이어진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책 속의 그 문장들

언어는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그 뜻이 달라질 수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이야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이야기의 형식은 언어다. 따라서 인간의 정체성 역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이렇듯 인간의 정체성은 허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규정하는 것도 언어이므로 허상은 더욱 강화된다. 말로는 골백번을 더 깨달았어도 우리 인생이 이다지도 괴로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p 19 (<이토록 평범한 미래>)

"그렇다면 제가 달라져야 이런 풍경이 바뀐다는 뜻인가요?"

"그게 내 앞의 세계를 바꾸는 방법이지요. 다른 행동을 한번 해보세요. 평소 해보지 않은 걸 시도해도 좋구요. 서핑을 배우거나 봉사활동을 한다거나, 그게 아니라 결심만 해도 좋아요. 아무런 이유 없이 오늘부터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기로 결심한다거나, 아주 사소할지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겠다고 결심하기만 하면 눈앞의 풍경이 바뀔 거예요." p 27

인생 별거 아니다. 버틸 때까지 버텨보다가 넘어지면 그만이야. 지금은 그거 연습하는 중이야. ~~~ 버티고 버티다가 넘어지긴 다 마찬가지야. 근데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 그다음이 있어. p 60 (<난주의 바다 앞에서>)

아까 타인을 이해하려고 애쓸 때 우리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값어치를 가진다고 말씀하셨는데, 누군가를 이해하는 게 정말 가능하기는 할까요? p 88 (<진주의 결말>)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인생도 바꿀 수 있지 않겠어? 누가 도와주는 게 아니야. 이걸 다 우리가 할 수 있어. 우리에게는 충분히 그럴 만한 힘이 있어. 그게 나의 믿음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순간은 찾아와. 그것도 자주. 모든 믿음이 시들해지는 순간이 있어. 인간에 대한 신뢰도 접어두고 싶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때가. 그럴 때가 바로 어쩔 수 없이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할 순간이지. P 121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그가 늘 믿어온 대로 인생의 지혜가 아이러니의 형식으로만 말해질 수 있다면, 상실이란 잃어버림을 얻는 일이었다. p 156 (<엄마 없는 아이들>) 

한때는 간절한 마음이 전부였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건만 이제는 서로를 비추는 두 개의 거울처럼, 서로의, 서로에 대한 기억들만이 원망의 목소리도, 흐느낌도, 한숨 소리도, 웃음소리도 없이 순수한 묵음으로 남아 있을 뿐이니. p 173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자기 안의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세상을 제대로 못 봐요." p 201

용기를 낸다는 것은, 언제나 사랑할 용기를 낸다는 뜻이라는 것을, 두려움의 반대말은 사랑이라는 것을. p 204

꽃이 지는 건 꽃철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이 끝나는 건, 이제 두 사람 중 누구도 용기를 내지 않기 때문에. p 206 (<사랑의 단상 2014>)

고립은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타인을 멸시하기에 비극을 초래한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이탈하는 것이다. 이 이탈을 통해 각 존재는 공통의 시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p 231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작가 김연수에 대하여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스무 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원더보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일곱 해의 마지막>,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 <우리가 보낸 순간> <지지 않는다는 말> <소설가의 일> <언젠가, 아마도> <시절일기> 등이 있다.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느낌

바다, 섬, 여행, 시간, 기억들이 반복되는 소설. 서로 각기 다른 단편들을 읽고 있지만, 왠지 같은 작품을 읽고 있는 듯한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기분이 든다. 작품 전체적으로 스며있는 암울함과 어두운 무게감. 읽는 내내 기분이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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