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바다 내음에 퐁당 빠져버린
태안 맛집
태평양 회 수산
지난주에 큰오빠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혹시 주말에 시간이 있냐고요. 그래서 별다른 일이 없다고 하니, 밥이나 먹고 오라(?)고 했습니다. 큰오빠 내외는 종종 우리 부부가 결혼하기 전부터 맛있는 음식을 자주 사주곤 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맛있는 것이 생길 때면 늘 챙겨주었습니다. 밥이나 먹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으면, 저희 부부는 잠실에서 오빠가 살고 있는 마포까지 한달음에 달려갔었습니다.
그런데 밥을 먹으러 오라는 것이 아니라, 밥이나 먹고 오라는 것은 무슨 말인지~~ 실은 큰오빠가 지난주에 출장을 갔다가 알게 된 집인데, 저희 식구가 좋아할 것 같다며 예약을 해놓겠다는 거였어요. 오~ 호~~
그런데 이 식당은 서울이 아닌 충남 태안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저희 가족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죠. ㅎㅎ 지난 토요일 비까지 내리는 날에 태안으로 내려갔습니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군청 8길 31(2층)
태평양 회 수산
041 673 9091
이른 저녁을 먹을 겸 여유롭게 내려가겠다고 하니, 큰오빠가 3시 30분에 예약을 해줬습니다. 오픈된 주방은 정갈해 보였고, 방으로 예약되어 있어 저희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어요. 저희가 도착하고 나니, 이렇게 상차림이 시작되네요.
요즘 제가 멍게 맛에 빠져 있었는데, 너무 맛있게 먹으니 사장님께서 금세 한 접시를 다시 내오셨어요. 전복도 싱싱하고, 홍어도 딱 먹기 좋을 만큼 입맛에 맞았어요. 무심하게 무친 옛날 샐러드도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더라고요.
피조개 식감이 정말 좋더라고요. 금방 부쳐 따끈따끈한 부침개는 저 혼자 다 먹었어요.
귀엽게 생긴 이 친구는 병어랍니다. 저는 이날 병어조림 맛에 푹 빠져버렸어요. 미역국은 조개만 넣고 끓였는데, 정말 시원하더라고요. 알밥은 저희 아들이 다 먹었어요.
회는 정말 맛있었어요. 저희 가족은 가끔씩 주말 아침에 강원도 속초에 내려가서 회를 먹고 올라올 때도 많은데요. 특히 저희 아들이 회를 무척이나 좋아한답니다.
반건조 우럭구이는 두말할 나위 없죠. 저도 가끔 집에서 구워 먹긴 하지만, 역시 집에서 굽는 맛 하고는 너무 달라요.
간재미 찜은 아버님이 좋아하셔서 정말 자주 했던 음식인데, 아버님이 떠나신 후에는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먹으면서 세 식구가 아버님 얘기하면서 다 먹었어요. ㅎㅎ
우리가 먹는 메뉴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먹었네요. 나중에 큰오빠한테 잘 먹었다고 인사하면서 살짝 물어보니, 스페셜 대 라고 하네요. 한상 차림에 저 가격인가 봐요.
회까지 깔끔하게 먹고 나서, 이제 매운탕이 나오려나 하고 있었어요. 이 반찬은 밀가루 살짝 입혀 찐 고추 찜인데 제가 좋아해서, 한 접시 더 먹었어요. 열무김치는 금방 담근 거라, 정말 입맛을 돋우는 맛이었고요. 김치 잘 담그더라고요. ㅎㅎ
와~~ 여긴 매운탕이 아니네요. 박속과 시금치, 숙주나물 등을 넣은 육수가 끓자, 사장님께서 산 낙지를 갖고 오십니다. 박속낙지탕이라니~~ 깜짝 놀랐네요. 대부분 회를 먹고 나면 매운탕이 나오는데, 여기는 연포탕~~ 낙지가 부드럽게 입안에서 씹히는 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낙지가 빠져나가려고 냄비 밖으로 발을 뻗고 있네요.
갑자기 밖에서 얼음 가는 소리가 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후식이 팥빙수~~ ㅎㅎ 오~~ 대박~~ 하면서 큼지막한 볼에 가득 들어있는 팥빙수를 깨끗하게 비웠답니다.
큰오빠 덕분에 맛있는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었던 주말이었습니다. 그 먼 곳에 예약을 한 큰오빠나, 그곳까지 가서 먹고 올라온 저희 가족 모두 조금 특이하죠. ㅎㅎ
저희 가족은 먹는 걸로 정이 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댁이나 친정 모두 시간이 될 때면 식구들끼리 모여 맛있는 것을 즐겨 먹기도 하고요. 지금은 상황적으로 피로도가 너무 큰 시기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맛있는 음식으로 지쳐 있는 몸과 마음을 모두 회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엄청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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