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우정 사이

 

어쩌면 곁에 없어도 굳이 불편하지는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이 가난하여 인생의 풍요로움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인 친구. 힘들 때나 즐거울 때 항상 곁에 있어주는 친구들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며칠 전 선배의 회사에 갔다가,  한 16년 전인가 어느 매체에서 전국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친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생각들을 설문조사했던 자료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모든 항목들이 정확하게 떠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문득 친구가 필요한 순간을 묻는 항목이 생각났습니다. 결과는 힘들 때 위로의 말을 듣고 싶을  때가 제일 많은 의견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심심할 때와 고민을 털어놓고 싶을 때의 항목도 비율이 높았는데, 역시 친구란 우리가 살아가는데 허물없이 편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기타 의견으로 나온 누군가의 흉을 보고 싶을 때도 친구가 필요하다는 답이 나온 것을 보면 친구만큼 믿을 만한 존재도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만화 속 최고의 친구 관계에 있어서는 의외로 앙숙의 이미지를 가지는 톰과 제리가 많은 사람들이 뽑은 최고의 친구로 선정되었습니다. 또한 오래전에 방영된 만화의 캐릭터들을 많이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듯했는데요. 왕눈이와 아로미,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영심이와 경태, 하니와 나애리 등의 만화 캐릭터들도 친구처럼 오래된 것이 사람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전해주는가 봅니다. 

 

영화 속 최고의 베스트 프렌드로는 많은 사람들이 <시네마 천국>의 토토와 알프레도의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최고로 생각했습니다. 또한 <굿 윌 헌팅>에서 지난 세월의 상처와 콤플렉스로 웅크리고 앉은 천재 윌 헌팅과 그에게 충고를 해주는 숀 맥과이어, 그리고 처키 또한 베스트 프렌드로 뽑혔습니다. 

 

친구 하고 싶지 않은 유형의 사람으로는 진실하지 않은 사람을 제일 많이 꼽았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말하거나 예의 없는 사람, 사람을 이용하는 성격,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 등과는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믿음인 것 같습니다. 

 

친구와 함께 하고 싶은 것을 묻는 항목에서는 과반수가 넘는 사람들이 친구와의 여행을 가장 하고 싶어 했습니다. 10대의 청소년이나 결혼을 한 40대의 중년들도 자신의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꿈꾼다고 했습니다. 또한 연락이 끊기는 일 없이 서로가 함께 부모가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더라고요.

 

살아가면서 언제든지 힘든 시기가 있기 마련이고, 그러한 시간에는 누군가의 따뜻한 말과 손길이 절실히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순간에는 친구의 따뜻한 위로가 무엇보다 커다란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친구에게 어떠한 친구가 되고 싶은지 물었을 때, 사람들은 언제든지 힘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자신의 위로가 친구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도 없을 것입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평범한 자신의 일상 속에서 사소한 일이라도 함께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로는 고맙다는 말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친구에게 직접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늘 함께 있어 '고맙다'는 말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주 가끔은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담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또한 자신만 한 친구가 어디 있냐며 있을 때 잘하라는 장난기 어린 답변을 보며 잠시 웃기도 했습니다. 

 

우정에 관한 속담들

우정은 술과 같은 것, 묵을수록 좋다 _ 폴란드
친구를 갖지 못하는 것은 적을 갖는 것보다 못하다 _ 독일
친구는 술로 맺어지나, 눈물로 증명된다 _ 독일
역경에 처했을 때 위선적인 친구와 파리는 사라진다 _ 스페인
울타리로 너 자신을 보호하려 하지 말고, 친구로서 보호를 받아라 _ 체코슬로바키아
친구를 잃고 싶거든 돈을 꾸어 주라 _ 러시아
부자인 친구에게는 초대받으면 가고, 가난한 친구에게는 초대받지 않았을 때 가라 _ 인도

 

 

친구에게 바치다

때로는 피를 나눈 가족보다도 더 큰 힘이 되고, 때로는 남녀 간의 사랑보다 더 아름답게 다가오는 우정. 이것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감동과 친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놀라움이 담겨 있습니다. 사랑과 믿음을 나눈 친구가 있었기에 만들어진 소중한 흔적들을 소개합니다. 

 

 

구노의 아베마리아는 친구를 위해 만든 노래입니다.

가톨릭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일지라도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성모곡, <아베마리아>. 듣는 이의 마음에 잔잔하게 와닿는 명곡 아베마리아에는 친구를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작곡가 구노의 마음이 녹아 있습니다. 구노와는 아주 친한 친구 사이이자 선의의 경쟁자였던 친구 엥베르. 음악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신학교에 들어가 사제가 되어 외방 선교에 힘썼던 엥베르는 '조선'으로 임명되어 선교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식을 들은 구노는 친구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던 중 '엥베르가 조선에서 순교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 곡을 작곡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아베마리아>입니다. 구노는 이 곡을 그의 친구 엥베르 주교에게 바쳤습니다. 

 

알브레히터 뒤러의 기도하는 손은 친구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담은 그림입니다.

그림 공부를 하는 두 친구, 뒤러와 한스가 있었습니다. 둘은 가난해서 각자의 학비를 벌어서 쓰기에도 버거웠습니다. 한스는 자기보다 재능이 있어 보이는 뒤러를 위해서 각종 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해서 학비를 대 주었습니다. 뒤러는 한스의 이러한 희생을 마음속 깊이 감사하며 열심히 공부를 했고, 빨리 공부를 끝내고 자신이 한스의 뒷바라지를 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세월이 흐른 뒤 뒤러는 그림으로 세상에 알려진 반면, 한스는 그동안의 고생으로 인해서 손이 망가져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뒤러는 그 친구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원망 대신 감사를 드리는 그 모습에 감명을 받아 친구의 기도하는 손을 그렸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연이 얽힌 뒤러의 <기도하는 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안 소프의 자유형 400m 금메달은 친구에게 바친 올림픽 우승이었습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수영 2관왕이자 세계 수영계의 간판스타인 이안 소프(호주)에게 아테네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따낸 금메달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 어떤 금메달보다 소중했습니다. 그에게 올림픽 출전을 양보한 친구가 없었다면 목에 걸 수 없었던 금메달이기 때문입니다. 호주 올림픽대표 선발전에서 실격을 당한 소프는 선발전에서 2위를 해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을 따 낸 친구 스티븐슨의 양보로 겨우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의 양보에 금메달로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한 소프는 결선에서 가장 먼저 결승 라인을 통과해 친구와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우정에 관한 명언들

• 벗이 화내고 있을 때에는 달래려고 하지 말라. 그가 슬퍼하고 있을 때에도 위로하지 말라 _ 탈무드
• 남녀 간의 사랑은 아침 그림자와 같이 점점 작아지지만, 우정은 저녁나절의 그림자와 같이 인생의 태양이 가라앉을 때까지 계속된다 _ 베벨
• 진정한 우정은 앞과 뒤, 어느 쪽에서 보아도 동일한 것. 앞에서 보면 장미, 뒤에서 보면 가시일 수는 없다 _ 리케르트
• 벗이 애꾸눈이라면 나는 벗을 옆얼굴로 바라본다 _ 슈베르트
• 맹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악한 벗을 두려워하라. 맹수는 다만 몸을 상하게 하지만, 악한 벗은 마음을 파멸시키기 때문이다 _ 아함경
• 우정을 위한 최대의 노력은 벗에게 그의 결점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일이다 _ 라 로쉐호크
• 설사 친구가 꿀처럼 달더라도 그것을 전부 빨아먹지 말라 _ 탈무드
• 친구는 제2의 재산이다 _ 아리스토텔레스
• 속으로는 생각해도 입밖에 내지 말며, 서로 사귐에는 친해도 분수를 넘지 말라. 그러나 일단 마음에 든 친구는 쇠사슬로 묶어서라도 놓치지 말라 _ 셰익스피어
• 진실된 우정이란 느리게 자라나는 나무와 같다 _ 조지 워싱턴
• 지혜로운 친구를 가까이하면 몸과 마음을 함께 깨끗이 간직할 수 있다 _ 대승장엄론
• 그 사람을 모르거든 그 벗을 보라 _ 메닌드로스
• 학문을 좋아하는 자와 함께 가면 마치 안갯속을 가는 것과 같아서, 비록 옷은 젖지 않더라도 때때로 물기가 배어든다. 무식한 자와 함께 가면 마치 뒷간에 앉은 것 같아서, 비록 옷은 더럽혀지지 않지만 그 냄새가 맡아진다 _ 공자
• 번영은 벗을 만들고, 역경은 벗을 시험 한다 _ 페블릴리우스 시루스
• 불길처럼 불타오른 우정은 쉽게 꺼져 버리는 법이다 _ 토마스 풀러
• 선물이 늘어나면 친구는 줄어든다 _ 칼릴 지브란
•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만이 인생의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_ 그라시안
• 많은 벗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의 진실한 벗을 가질 수 없다 _ 아리스토텔레스

 

흔들리는 우정을 단단하게 묶는 방법

우정은 포도주와 같이 세월에 의해 숙성되어야 더 좋은 맛을 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된 친구 사이에서도 때때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올 때가 적지 않습니다. 인생 최고의 재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평생 친구를 얻기 위해 마음의 창문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친구가 많아지는 56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보면, 흔들리는 우정을 단단하게 묶는 방법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무조건 들어주는 태도를 키우라고 합니다. 친구의 푸념이나 고민을 차분하게 들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무심코 반론을 제기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때로는 충고나 격려의 말보다도 흥분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차분히 들어주는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친구의 좋은 점을 떠올려 보라고도 말합니다. 서로의 결점을 알면서도 그 결점을 덮을 만한 그 사람만의 장점을 알고 있기에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단순한 동료인지 아니면 친구인지, 혹은 그 경계선상에 있는지는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어느 정도 떠올릴 수 있는지에 따라 그 후의 관계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친구는 한참 나중에라도 나를 성장시켜주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상에 쫓겨 바쁘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면 내가 먼저 연락해 말을 건네보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이것은 매우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외로움쟁이로 보여도 좋다고 합니다. 친구끼리는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으로 보였다고 해도 창피한 것이 아니며, 상대방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마음을 갖은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고민도 감싸 안을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성건성 사귀는 태도는 바꾸라고 강조합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자신의 마음의 창이나 문을 열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누구 하고도 그럭저럭 잘 사귈 수는 있지만, 결코 친한 친구는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때로는 격렬한 싸움도 좋다고 말합니다. 친구와의 사이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일방적으로 대화의 수단을 차단해 버릴 것이 아니라, 좀 더 서로의 의견이나 감정을 격렬하게 주고받는 것은 어떨까요.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솔직하게 서로 말할 수 있는 사이야말로 친구다운 친구라 말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주위에 독점욕이 강한 친구가 있으신가요? 아무리 절친한 친구라도 그 사람에게 '나 이외의 사람과는 친구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솔직히 난처해집니다. 그런 독점욕이 강한 상대는 나에게 쓸데없는 참견과 질투가 많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독점욕이 강한 친구에게 지나치게 끌려다니지 않는 최고의 방법은 냉정하고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을 갖는 것입니다. 싫을 때에는 '오늘은 안 되겠다. 좀 봐줘.'라고 확실히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덧 올 한 해도 벌써 반이나 흘렀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6월의 마지막 주말이기도 하고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하지 못했던

그리운 친구들에게 오늘은 문자라도 띄어 보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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