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지향하는 최상의 트렌드, Black

 

미래를 지향하는 최상의 트렌드

Black

 

 

1919년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가 파시스트 운동을 전개했을 때 추종자들에게 검정 셔츠를 입게 했는데, 그때의 검은빛은 무자비하고 잔인한 위협과 공포의 상징이었다. 그런가 하면 나치스 독일의 청소년 조직이었던 히틀러 유켄트 역시 검정 옷을 입었는데, 이는 위협이나 공포뿐만 아니라 엄격한 권위와 규율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반면에 중국의 진시황제는 당당하고 힘이 있으며, 엄숙하고 무게감을 내세우기 위해 검은색을 선호하였다고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검은색은 내부적으로는 집단의 단결력을 과시하고, 외부적으로는 상대에 대해 위협감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었는데, 이러한 사고는 빛과 어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했던 태양숭배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고대의 통치자들은 밝은 낮을 상징하는 흰색을 선으로 보는 반면, 어둠을 상징하는 검은색을 악으로 규정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검정은 죽음이나 어둠 · 슬픔 · 좌절 · 공포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산업 현장이나 경제 마케팅 분야에서는 이렇게 금기시되던 검정이 고급스러움과 우아함, 권위와 카리스마를 상징하는 첨단 이미지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검정을 이용한 대표적인 제품으로 권위와 부를 표현하고 하이클래스 느낌을 주는 고급 승용차뿐만 아니라, 클래식한 이미지를 주는 검정 양복, 부의 상징으로 상류층 1%만을 겨냥한 블랙카드, 흰색이나 은색 중심이던 전자 업계에 부는 검정 바람 등 이제 검정은 우리 문화의 흐름을 지배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심리학자들은 검은색이 다른 모든 색상보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최고의 관심을 모으는 주역으로서의 기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제 세계는 검정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서 미래의 행보가 달라질 것이다. 

 

 

영웅본색은 검정이다

매트릭스, 맨 인 블랙, 배트맨. 이 세 영화는 공통점이 있다. 악당과 맞서는 영웅을 이야기한다는 점과 검정으로 영화의 이미지를 한층 업그레이드했다는 점이다.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는 검은색 선글라스에, 검은색 코트, 검은색 부츠를, 배트맨은 검은색 망토와 검은색 가면과 부츠를, 맨 인 블랙의 두 주인공 형사 K와 J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온몸을 검은색으로 치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검정'이라는 색에 유독 집착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검정이 '살신성인의 색'이기 때문이다. 검정은 자신을 죽이고 남을 도드라져 보이게 만드는 색이다. 즉, 이러한 색의 옷을 입게 되면 차분해 보이고, 입는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 일반적으로 남성 정장의 기본이 검은색인 점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세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들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영웅들이다. 이들에게 초록색, 빨간색 등의 원색 옷을 입혔다고 생각해 보면 아무리 멋진 몸매여도 영웅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매트릭스의 네오는 악당으로부터 지구의 평화를 되찾아야 했고, 배트맨은 악당의 소굴인 고담 시에서 최고의 악당 조커와 싸워야 하고, 매혹적인 캣우먼과도 맞서야 한다. 또한 맨 인 블랙은 지구에 정착한 외계인을 감시하고 방어하는 미연방 일급 기밀 조직의 일원인 K와 J 형사의 이야기이다. 

 

즉, 용감하고도 멋진 일을 해내는 영웅의 이미지를 부각하는데 검정 이상의 색이 없었던 것이다. 

 

좀 더 선악을 구분 짓기 위해 악당과 대비되는, 그들을 압도하는 모습으로 그려져야 했고, 그 수단이 바로 검정이었다. 만일 영웅이 빨간색으로 온몸을 치장했다고 상상해보자. 가벼운 그들이 지구를 지킨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검정은 이렇게 영화 속 주인공들을 한층 신뢰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드는 숨은 일등공신이다. 그만큼 검정은 영화 속에서 영웅의 본색을 드러내게 하는 색이었다. 

 

▼▼   검은색 이야기  ▼▼

탄생의 아픔으로 피어난 아름다움, 흑진주

 

기적을 먹는다, 검은색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