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짧은 만남, 긴 여운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난짬뽕 2020. 11. 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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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공항공사 <Airport focus> 9+10월호에 실렸던 이효재 선생님과의 만남입니다. 인터뷰는 그해 8월에 있었는데요. 한국공항공사 사보에 실릴 원고이다 보니, 아무래도 내용 전개가 공항에 맞춰 있답니다. 노트북 파일을 정리하다가 추석 전에 뵙고 명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이효재 선생님과의 이야기들이 기억나 원고를 올려봅니다. 

글 엄익순

 

 글 엄익순 사진 hu

 

감사하는 마음으로, 삶을 조각하다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지치고 힘든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크고 작은 아픔에 흔들리지 않고,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해안의 선물.

 

 

'한복 디자이너', '보자기 아티스트', '살림 예술가' 등의 수식어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라이프 스타일리스트로 인정받고 계신데요. 그 모든 일상과 작업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은 무엇인지요?

 

예전에는 이상하다고 말했던 것들을, 이제는 조금씩 주위에서 특이하게 봐주기 시작한 것 같아요. 공간에서 공기가 말하는 것을 이해할 만큼, 사회가 문화에 대해서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예요. 물의 수원지를 가보면, 그냥 축축하거든요. 그러나 그 작은 시작이 모여 시냇물이 되고, 강물로 이어져 바닷물이 되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그 과정을 간과한 채, 바다만 보고 감탄을 하는 것은 아닌지... 문화 역시 굽이 굽이 흐르는 과정이거든요. 때로는 불도 만나고, 쓰레기도 떠내려 오고, 홍수도 나는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서야 깊이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시대를 맞이한 거예요. 항상 우리의 색깔에 대해서 고민하던 저는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느리게 생활해 왔을 뿐인데, 그 흐름에 맞물러서 이렇게 무르익은 거죠. 정말 매일매일을 열심히 시간을 조각하듯이 살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한복 디자이너', '보자기 아티스트', '살림 예술가' 등의 수식어와 함께 한국이 대표적인 라이프 스타일리스트로 인정받고 계신데요. 그 모든 일상과 작업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은 무엇인지요?

 

예전에는 이상하다고 말했던 것들을, 이제는 조금씩 주위에서 특이하게 봐주기 시작한 것 같아요. 공간에서 공기가 말하는 것을 이해할 만큼, 사회가 문화에 대해서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예요. 물의 수원지를 가보면, 그냥 축축하거든요. 그러나 그 작은 시작이 모여 시냇물이 되고, 강물로 이어져 바닷물이 되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그 과정을 간과한 채, 바다만 보고 감탄을 하는 것은 아닌지... 문화 역시 굽이 굽이 흐르는 과정이거든요. 때로는 불도 만나고, 쓰레기도 떠내려 오고, 홍수도 나는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서야 깊이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시대를 맞이한 거예요. 항상 우리의 색깔에 대해서 고민하던 저는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느리게 생활해 왔을 뿐인데, 그 흐름에 맞물러서 이렇게 무르익은 거죠. 정말 매일매일을 열심히 시간을 조각하듯이 살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매일 끊이지 않고 즐겨 하시는 일이 있으신가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짧은 글쓰기를 해요. 무사가 검을 연마하듯, 시를 쓰고 글을 이어가죠. 지구에 있는 많은 물질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을 묻는다면, 저는 돌과 책이라고 말해요. 특히 글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죠. 제가 제일 기쁠 때는 책이 나올  때에요. 내년 봄에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을 걸으면서 그 지역의 맛난 음식을 소개하는 책이 나올 계획이에요. 외국인들이 한국의 문화를 좀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는 좋은 안내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이에요. 

 

이제 추석이 다가오네요. 감사의 의미를 나눈다는 것이 요즘 들어서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정과 고마움을 지혜롭게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시대에 따라 무엇인가가 변하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가마를 타고 이동하던 시절과 지금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하루에 왕복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다르죠. 변화는 곧 진화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선물을 전할 때도 택배를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잖아요. 그렇다고 정성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 현실에서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마음으로 감성을 얹으면 되니까요. 예전에 저는 지인에게 감을 드릴 때 소쿠리에 담아 그 윗부분을 모두 감잎으로 덮어 보냈던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의 문화는 그런 정성과 극진함이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중요한 것은 고마움을 나누는 진실한 마음이 아닐까요.

 

2012년 한국공항공사가 진행한 '녹색명절, 福을 나누다'라는 행사를 통해 김포공항을 찾은 사람들에게 직접 보자기를 나눠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공항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소망 중에 하나가 공항과 관련된 일이에요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두 시간 공항 안에서 보내게 되는데요. 대부분 면세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둘러보며 쇼핑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러한 가운데 주부들이 공감하고, 큰 부담 없이 우리나라의 생활소품들을 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우리와 가까운 일본에 가면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요. 그것들을 보면서 많이 부럽더라고요. 외국인들이 한국의 공항에서는 꼭 이것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소품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요즘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고 계셔서, 공항에서 보내시는 시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저는 공항에서 보내는 자투리 시간이 굉장히 소중해요. 무심코 흘러 보내는 자투리 시간에 의해서 운명이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항에서도 절대로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거든요. 공항에서는 꼭 뜨개질을 해요. 가위를 가지고 다니는 바느질은 위험해서 하지 않고요. 코바늘과 대바늘로 목도리를 뜨곤 해요. 뜨개질을 하는 동안 깊이 있는 생각도 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지금 원하고, 느끼며, 하고 싶은 일을 행동해 왔다'라고 말씀하신 글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늘 꿈꾸는 대로 자신의 삶을 그려나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입니다. 

 

꼭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저처럼 살 수는 없어요. 그러면 너무 답답해져요. 저는 운전을 못하죠. 걸어 다니죠. 텔레비전도 없죠. 지금의 제 모습은 그냥 저의 생활일 뿐이에요. 저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분들에게 오늘 당장 직장을 그만두라고 할 수는 없는 거예요. 대신 저를 통해서 자연을 느끼고, 누나를 떠올리고, 이모와 할머니를 떠올리시는 것 같아요. 현대인들은 컴퓨터가 필수고, 텔레비전이 친구가 될 수도 있어요. 모두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거예요. 다만 우리 세대가, 그리고 다음 세대의 우리 아이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추억을 간직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앞으로 나아가게 되고요. 그냥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거죠. 

 

일상 속의 소소한 아름다움이 펼쳐질 앞으로의 행보가 기다려집니다.

 

사실 방송을 한다고 해서, 그게 별다른 일은 아니에요. 평소의 모습대로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나한테는 방송이지. 그래서 그것이 일이 될 수는 없는 거죠. 그냥 나의 일상, 원고 없이 평소에 하는 얘기들일뿐 연출이 아니잖아요. 내가 사는 모습이, 일기를 쓰다가 정리하면, 그것이 에세이가 되는 거고.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가 다 하나로 이어져 있는, 우리 어머니들의 일상일 뿐이에요. 요즘에는 모든 분야가 전문화되면서 저에게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하지?' 하는데, 옛날의 어머니들보다도 너무나 안 바빠요. 양말을 꿰매지도 않고, 방아를 찧지도 않잖아요. 앞으로의 모습 역시 그저 일상을 누릴 뿐이에요. 

 

한국에서 일을 마치고 떠나는 외국 손님들에게 꼭 연잎밥을 선물하곤 했지요.

그러면 공항에 도착하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면서 다시 한 번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전화를 주셨죠. 

공항은 사람과 사람들의 정이 느껴지는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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