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 <다시, 꿈> 겨울호
진정성 있는 울림, 용기
탐험가 남영호
세상에서 가장 큰 10개의 사막 횡단을 도전 중인 탐험가 남영호 대장은 지금까지 6개의 사막을 무동력으로 횡단하였다. 고비 사막을 비롯하여 아라비아와 그레이트빅토리아, 그레이트베이슨, 치와와, 그레이트샌드까지 그의 발자취가 그려져 있다. 원정길에 오른 매 순간마다 거칠고 위험한 순간들이 거듭되었지만, 언제나 열정으로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간절한 신념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늘도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고자 하는 탐험가로서의 멈추지 않은 용기를 만나본다.
글 엄익순
가장 힘든 시기에 큰 용기로 일어서다
2010년 인도 갠지스 강을 탐험할 때 사건이 발생했다. 총과 칼로 무장한 네 명의 괴한에게 피습을 당해 생명까지 위협당하며 죽을 고비를 한차례 넘겼다. 그러나 다행히 몸을 피했지만, 또다시 해상강도를 만나 바다에서 추격전을 벌이게 되었다. 세계 최초로 갠지스 강 2,500km 카약 완주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한국으로 왔을 때 이미 그는 목숨을 잃을 뻔한 두려움과 사고 후유 장애로 마음의 병에 걸린 상태였다. 대인기피증과 틈새에 대한 공포 등에 시달렸고,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 소리를 지르곤 했다. 그렇게 6개월을 커튼이 쳐진 깜깜한 집안에서만 지내다 보니, 문득 이렇게 생활하는 것은 그동안의 지나온 시간들을 모두 버리고 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직 탐험만을 생각하며 20대와 30대를 보냈는데, 이대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두렵다고 좌절하면 안된다는 꾸짖음이 자꾸만 마음에서 울려 퍼졌어요.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저의 꿈을 되돌아봤죠. 오직 저 자신에게 집중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차 밖으로 나갈 용기도 생겼죠."
그 후 일 년간 병원 치료도 받으면서, 남영호 대장은 자신이 겪은 아픈 기억에서 조금씩 회복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다시 생각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2006년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2009년 타클라미칸 사막을 종단했던 것은 스스로를 위한 훈련인 동시에 시험이었다. 사막을 건너고, 산과 물길을 경험하며 탐험을 향한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싶었던 것. 그는 사막이라는 곳을 건너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는 버킷리스트에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 10곳을 차례대로 써내려갔다. 결국 그 다음해인 2011년 고비 사막 횡단에 도전하여 성공한다.
"나도 모르고 있던 나만의 에너지가 솟아오를 때는 누구든 자신이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여겨집니다. 정말로 간절하면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간절함을 잊고 살기 때문에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간절함이 있다면, 실제로 어떠한 최악의 상황도 견뎌낼 수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당시 두려움에 빠져있던 저는 정말로 큰 용기를 낸 것이거든요."
포기를 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남영호 대장은 성적이 좋았던 고등학교 시절 공대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이과를 선택한다. 그러나 수학이나 과학, 화학, 물리 공부보다는 오히려 국어나 영어, 지리, 세계사 등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다고 한다. 3학년이 되자, 흥미가 없는 이과 공부를 계속 하고 싶지 않았다. 막연히 세상을 돌아다니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진학과에 진학하여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산악전문지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한다.
"워낙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궁금한 것이 많아 세상 구경을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을 탐색하고자 하는 모험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러한 호기심과 꿈으로 탐험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거기에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하면서 좀더 그 꿈이 구체화되었고, 잡지사를 다니면서 쌓은 경험을 통해 한층 생각이 견고 해지고요. 그동안의 시간과 노력과 고민의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탐험가가 될 수 있었죠."
만약 그가 자신의 꿈을 향해 용기를 내어 도전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우리는 탐험가로서의 남영호 대장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안정된 현재를 포기한 것 역시 또 다른 의미에서의 용기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정말로 힘들었던 포기의 순간이 있었다. 2014년 호주 그레이트샌디사막과 깁슨 사막을 횡단하던 중, 대원들의 실종과 탈진으로 인해 1670km 횡단 길의 끝이 보이는 목전에서 포기해야만 했다. 채 300km도 남지 않은 상황. 그 당시에는 스폰서도 없었기 때문에 다시 이곳에 오기에는 너무 힘든 여건이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2억 8천만 원의 비용이 드는 수색대에 구조를 요청했고, 실종자를 찾아 나섰다. 아마도 그가 자신만을 생각했다면 결코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위해서 큰 결단을 내릴 때는 정말로 필요한 순간에 포기를 하는 것도 용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탐험밖에 모르는 탐험가는 되고 싶지 않다
남영호 대장이 꿈꾸는 탐험가의 모습은 무엇일까. 그는 한마디로 탐험밖에 모르는 탐험가는 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어느 곳에 다녀온 것을 자랑으로 내세우는, 그게 전부인 탐험가는 지양한다. 약력에 매년 두세 개씩의 자랑거리가 되는 이력이 쌓이는 것보다,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만들어낸 새로운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그 정신을 통해 무엇인가 긍정적인 힘을 공유하고자 하는 고민을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형편이 넉넉하지 않거나, 문화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마음에서 그는 몇 년 전 자신이 탐험을 하면서 기록했던 사진자료들을 교육부 산하 기관에 모두 기부를 한 적이 있다. 쉽게 볼 수 없는 사막과 오지의 신비한 환경들이 사진으로 담아졌기 때문에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시청각 교육 자료로 유용하게 쓰였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것 역시 탐험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2016년 그는 보다 색다른 방법으로 하늘과 땅과 물을 탐험할 예정이다. 파타고니아의 5,800m 최고봉에 올라 페어글라이딩을 타고 내려오면, 곧바로 카약으로 급류를 탄 후에 사막을 도보하고 다시 자전거로 횡단하며 빙하를 벗 삼아 마젤란 해협을 건너게 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가려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신념이죠.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어요. 신념이라는 단어 안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잖아요. 내 꿈이 들어 있고, 나의 지난 시간들과 앞으로의 미래가 있어요. 스스로의 신념이 없을 때 믿음도 없죠. 꿈이 없는 사람에게는 열정도 찾아볼 수 없잖아요.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절실함이 있다면, 어떠한 장애물을 만난다 해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그것을 뚫고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죠. 자신의 꿈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세요. 간절하게 원하지 않으면 용기도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꿈을 가지면, 그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용기를 내게 되는 것이죠."
남영호 대장은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용기는 결코 그냥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꺼내는 것이 아니라고. 꿈을 이루게 하는 선물, 그것은 바로 '용기 있게 도전할 때' 얻어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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