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짧은 만남, 긴 여운

뜨거운 전율, 뮤지컬 배우 최정원

난짬뽕 2020. 11. 19. 16:00
728x90
반응형

2018년 뉴스킨코리아 매거진 <NU STYLE> 여름호

 

뜨거운 전율

뮤지컬 배우 최정원

 

무대 위에서의 최정원은 늘 관객들에게 깊은 에너지와 경이로운 생명의 기운을 전해준다. 그녀의 춤과 노래는 한계가 없는 감동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뜨거운 전율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시대와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친밀한 대화, 뮤지컬 배우 최정원의 춤과 노래는 우리들 인생의 보이지 않는 아픔까지 치유해 주고 있다.

글 엄익순

 

인터뷰 내내 배우 최정원은 활짝 핀 장미꽃처럼 강렬한 카리스마를 자아낸다

 

무대에서의 열정적인 도전

1975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는 미국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공연되고 있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에 처음 소개되어 올해 14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지난 6월에는 1천 회 공연을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운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가 있다.

국내 초연부터 단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18년간 <시카고>의 영원한 히로인이었던 최정원. 그녀는 초연 당시 록시 하트 역으로 시작하여, 2007년 개막한 세 번째 시즌부터 인기스타 죄수인 벨마 켈리 역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매회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만약 제가 18년 전에 무대 위에서 표현했던 것들이 다섯 가지 방향이었다면, 해를 거듭하고 시간이 갈수록 열 개의 길이 보이고 또 그 이상의 모습으로 성숙해지는 것을 느끼게 돼요. 제가 처한 상황이나 경험했던 일들, 그리고 함께하는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축적되어 매 공연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죠."

 

1989년 <아가씨와 건달들>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최정원은 30여 년 동안 뜨거운 열정과 도전으로 늘 대중과 폭넓은 소통을 해왔다. 차별화된 울림과 소리, 표정 등으로 어우러진 그녀의 노래와 춤, 연기는 오롯이 '최정원만이 그릴 수 있는 색채'로 각인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공연을 하는 순간이 제일 행복해요. 기분이 좋지 않거나, 혹은 컨디션이 나쁜 상황에서도 무대에 오르면 희한하게도 몸과 마음이 안정되고 힘을 얻게 되는 것 같거든요. 관객들로 인해 저의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껴요. 그래서 어느 작품을 하든, 내가 하고 싶은 무대를 관객들에게 대충이 아니라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아주 큽니다."

 

관객들과의 가장 친밀한 대화

배우 최정원에게 있어 최고의 행복바이러스는 바로 '관객'이다. 어려서부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고, 그들이 쳐주는 박수소리를 들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의 모든 세포들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고 한다. 1995년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로 한국 뮤지컬 대상 여자 신인상에 이어, 그 이듬해 <사랑은 비를 타고>로 조연상까지 수상했다. 2001년에는 <시카고>가 여자배우 주연상을 안겨주었고, 2015년에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배우이지만 언제나 철저한 자기 관리와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특히 무대에 오를 때에는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자신을 향해 '언제나 처음처럼, 처음은 언제나처럼, 초심을 잃지 않게'라는 내용의 기도를 한다.

"수백 번, 수천 번을 연습했던 장면들이라도 매번 무대에서는 그 날 처음 부르는 노래이고 대사인 것처럼 관객들에게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대 배우와 교감을 나누며 대사를 주고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훈련되어 저절로 나오는 것은 진정성 있는 모습이 아니라고 여겨져요. 공연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무대잖아요. 주연들 말고도 앙상블과 스태프들이 함께 공감하며 하나가 될 때 비로소 멋진 모습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관객들 중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무대를 찾았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바쁜 일상에 지친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서로 다른 이유로 뮤지컬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싸 안으며 꿈과 희망을 노래하고, 더 나아가 힘과 용기를 건네는 것이 바로 뮤지컬 배우로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가치라고 그녀는 말한다.

 

우리 함께 행복을 꿈꾸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터닝 포인트는 아무래도 출산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여배우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면 아무래도 연습시간도 부족하여 무대에서 제대로 해내지 못할 거라는 선입견이 없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출산 이후 활동도 더 많이 하고, 배우로서 보다 더 좋은 모습을 찾아갈 수 있었어요. 출산 즈음 1년 외에는 단 한 번도 작품을 쉬어 본 적이 없이 항상 무대에 있었거든요. 1999년에 출산하자마자 바로 <랜트>라는 작품을 하고, 곧이어 2000년에 초연한 <시카고> 무대에 올랐죠. 그리고 뮤지컬 세계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었을 때 그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거예요."

최정원은 만약 또 한 번의 터닝 포인트가 다가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나이가 60세 때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한다. <빌리 엘리엇>에서 78세였던 배우 박정자 선생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 역을 열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설렜다. 앞으로 20년 후에 자신 또한 저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무척이나 행복했다.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무대 위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다면,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오늘'이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 '오늘'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미안했던 사람한테도 '오늘'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으라고 조언한다. 또한 어제 부족했던 것을 나중이 아닌 바로 '오늘' 채우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렇게 '오늘'을 성실하게 지내게 되면, 나중에 큰 결실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젊은이들이 어떻게 선택과 집중에 몰입해야 할지 망설여진다면, 그러한 두려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반복의 테크닉밖에 없다고 말한다. 항상 일정한 시간을 자신을 위해서 연습하고 투자해야만 준비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자신을 향한 칭찬과 사랑 역시 아끼지 말라고 얘기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안겨주는 <시카고>의 벨마 켈리, 때로는 중년의 싱글맘인 <맘마미아>의 도나가 되어, 혹슨 세심한 감정을 보여주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여배우 도로시 브룩이나 <빌리 엘리어트>에서 꿈을 키워주는 윌킨슨 부인으로서 배우 최정원은 갇여 있는 우리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열어준다.

 

그녀의 무대가 언제나 신비스러운 전설이 되어 이 세상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열정의 화수분, 해미뮤지컬컴퍼니 대표 박해미

해미뮤지컬컴퍼니 박해미 대표를 만난 것은 지난 2016년 2월 23일이었습니다. 구리아트홀에서 인터뷰와 사진 촬영이 진행되었는데요. 뮤지컬 배우, 탤런트로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공연문화를 새

breezehu.tistory.com

 

더 큰 세상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발견과 도전, 뮤지컬 작곡가 이나오

벌써 아주 오래전 일이네요. 이나오 뮤지컬 작곡가를 만난 것이. 인터뷰와 사진 촬영이 있던 2013년 7월 그날은 어느 해보다도 정말로 매우 더웠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이나오 작곡가를 다시

breezehu.tistory.com

728x90
반응형

'시선 너머 > 짧은 만남, 긴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강전도사 아놀드 홍  (6) 2020.11.27
이노디자인 김영세 대표  (6) 2020.11.26
나무인문학자 강판권 교수  (8) 2020.11.19
탐험가 남영호  (4) 2020.11.19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22) 2020.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