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삶과 사랑과 죽음에 대한 서사시, 레퀴엠

난짬뽕 2020. 12. 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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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랑과 죽음에 대한 서사시

REQUIEM

 

 

성악곡은 일반적으로 예술가곡과 오페라 같은 세속 음악과 미사곡, 칸타타, 레퀴엠, 모테트, 오라토리오 등과 같은 교회음악의 두 주류로 분류됩니다. 레퀴엠은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의 안식을 기원하는 가톨릭 교회 의식의 음악을 일컫는데요.

 

PolyGram

 

레퀴엠의 템포는 곡의 엄숙함을 살리기에 충분할 만큼 다소 늦춰져 있고, 리듬 역시 조금은 무거운 편입니다. 그렇지만 경중의 딱딱함보다는 차분하면서도 진지하다는 잔잔함으로 전환되어 다가오죠. 작품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팀파니의 강주에 의해 오싹한 긴장감이 팽배되기도 하고, 때로는 고악기의 결이 거친 거리감을 표출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레퀴엠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그러한 엄숙함 속에서 일체의 치장이나 가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CD는 모차르트와 브람스를 비롯한 포레와 뒤뤼플레, 드보르자크, 베르디 등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데요. 특히 뒤뤼플레와 브리튼의 레퀴엠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작품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신적 해방과 의식의 해탈을 위한 노래들

그에 반해 모차르트의 <레퀴엠 D단조, K626>은 조금은 친숙합니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던 해 7월, 와병으로 고생하며 오페라 <마술피리>의 마무리에 매달려 있던 중 어느 낯선 사나이의 청탁을 받아 작업에 들어갔는데요. 모차르트는 그해 12월 4일 밤 제3부 <속창> 제6곡 <눈물의 날>의 여덟 마디 만을 써놓은 채 붓을 놓고 맙니다. 결국 모차르트는 자신의 제자인 쥐스마이어에게 나머지 부분을 완성하라는 말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이곡은 자신의 죽음을 위한 레퀴엠이 되고 말았죠.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작품 45>도 그리 낯설지 않을 겁니다. 라틴어 가사의 일반적인 레퀴엠과는 달리, 루터의 독일어 성경에서 발췌한 가사와 그 내용 역시 망자에 대한 진혼보다는 삶에 대한 종교적, 철학적 성찰을 주조로 하고 있습니다. 

레퀴엠은 어떠한 큰 감흥의 자극제라기보다는, 잠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은 시간을 부여해줍니다. 굳이 한 해의 마무리에 서있는 12월의 길목에서 이 음악이 떠오르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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