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속의 아름다움
사라 브라이트만
클래식 성악곡을 비롯한 오페라 아리아와 종교음악 등의 고전에서부터 팝에 이르는 대중음악까지 그녀의 한계는 느껴지지 않는다. '클래시컬 팝 싱어의 여왕'이라는 하나의 수식어만으로는 왠지 부족함이 적지 않은 사라 브라이트만의 폭넓은 음악 세계. 그녀의 목소리는 그 어느 누구도 헤어날 수 없는 강한 유혹을 전이시키고 있다.
"크리스틴! 너는 완벽했어. 너에게 노래를 가르쳐준 사람이 누구지?"
"아버지가 천사에 대하여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나는 그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었었어.
그를 본 적은 없지만, 천사가 나에게 노래를 가르쳐준 거야."
"크리스틴, 아마도 너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 거야."
"음악의 천사가 날 가르쳐 주고 이끌어 주고 있어.
음악의 천사여, 더 이상 숨어 있지 마오. 그대는 항상 나와 함께 하오. 내 주위에서......"
뮤지컬 <Phantom of the Opera>의 제1막 제2장. 크리스틴이라는 코러스 걸이 주인공 역을 대신 맡게 되는 그 장면에서, 나는 그녀의 아리아 가사에서와 같이 마치 천상의 숨결을 느끼는 듯했다. 무리 없이 올려놓는 유려한 가창력뿐 아니라, 고음에서 나는 맑고 순수한 서정성과 저음에서의 거칠고 싸늘한 냉정함까지 듣는 이로 하여금 마법 속의 깊은 여운에 취하도록 만들었다.
1910년 프랑스 추리작가인 가스통 르루의 소설을 참고로 찰스 하트가 대본을, 헤럴드 프린스가 연출을 담당한 이 작품은 1986년 10월 9일 런던에서의 초연을 거점으로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하여 사상 최고의 티켓 예약 판매 기록을 남긴 매력적인 작품이다.
<오페라의 유령>에 부여된 그토록 많은 찬사의 한 모퉁이는 바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캣츠>, <에비타> 등으로 유명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라는 거장의 한몫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더불어 또 한 명의 주인공인 사라 브라이트만. 바로 크리스틴 역으로 전율적인 멜로디의 흡인력을 과시, 무대 아래에서의 감동은 모두 그녀로부터 발산되었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최고의 콤비, 앤드류 로이드 웨버
사라 브라이트만을 얘기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그리고 동반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뮤지컬에 있어서의 천재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이다. 그 안에서 클로즈업되는 뮤지션들로는 플라시도 도밍고를 비롯한 호세 카레라스와 바바라 스트라이잰드, 제이슨 도너반, 마이클 크로포드 등이 있겠지만, 그 계보의 한 멤버인 사라 브라이트만의 입지는 단순한 파트너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의 음악을 가장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최고의 커플이었기 때문이다.
사라 브라이트만이 앤드류 로이드 웨버를 만나게 된 것은 1981년 <Cats>에 출연하면서이다. 오디션 자리에 나타난 사라의 아름다움에 웨버는 첫눈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곧 언론에서는 이들의 관계를 다루기 시작하였고, 그것을 의식한 사라는 결국 웨버의 다음 뮤지컬인 <Starlight Express>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그들은 곧 각자의 결혼 생활을 정리, 이 뮤지컬이 초연된 날에 결혼식을 올린다. 더욱이 웨버가 그녀를 위해 <오페라의 유령>을 만든 것은 긴 화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들의 행복했던 결혼 생활은 그리 오래 유지되지는 않았다. 6년 만의 파국. 그 가장 큰 이유는 사라의 일 중독증에 있다는 말이 전해졌으며, 사라 또한 그것을 인정했다. 실제로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의 이혼 이후 그녀는 더욱 바빠졌는데 3장의 독집 앨범과 4편의 연극, 아서 윙 피네로의 <Trelawny of the 'Wells'>, 노엘 코워드의 <Relative Values>, N.J. 크리스프의 <Dangerous Obsession>, 윌리엄 아크볼드의 <The Innocents>와 몇 편의 오페라에도 출연하는 등 무척이나 바쁜 일정에 쫓기었다.
동화 속의 공주, 무대 위의 여왕
작업이 시작되면, 저는 제 자신의 일 하고만 대화를 나누죠.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
그것은 아마도 제 노래의 가장 짙은 색깔이었을 것입니다."
1960년 8월 14일, 그녀는 영국의 버크햄스테드에서 태어났다. 그렌빌 브라이트만과 폴라홀 사이에서 6남매의 장녀로 태어난 사라는 3세 때 에름허스트 발레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예술가로서의 재능을 과시한다. 16세 때에는 댄스 그룹 Pans People의 멤버로, 그 2년 후에는 알린 필립스의 무용단 Hot Gossip에서 활동하며, 그해 1978년엔 록 그룹 매니저였던 앤드류 그래험 스튜어트와의 결혼과 함께 발표한 싱글 앨범 <I Lost My Heart A Starship Troope>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는다.
마리아 칼라스와 존 서덜랜드를 흠모하며, 어린 시절부터 이미 가수가 될 것을 꿈꾸어 왔던 그녀가 본격적으로 성악 공부를 하게 된 것은 <캣츠>에 출연하면서부터라고 한다. 1985년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Requiem>을 초연, 그 해 그래미상 최우수 클래식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며, 뉴 새들러 오페라단의 <Mary Widow>에도 출연한다. 1986년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런던 게스트 <Phantom of the Opera>에서의 크리스틴 역으로 다시 한번 강한 인상을 부여받은 그녀는 1988년 다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이 작품을 통해, 그 해 Drama Desk Awards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다음 해 첫 솔로 앨범 <The Songs That Got Away>에 이어 두 번째 앨범인 <As I Came of Age>를 연이어 발표한다. 1991년에는 <Aspects of Love>에서 로즈 역으로 또다시 인기를 모은 사라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Amigos Para Siempre'를 불렀고, 다음 해에는 솔로 앨범 <DIVE>를 발표, 1994년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한 일본에서의 순회 연주회를 통해 오페라 가수로서의 뛰어난 실력을 입증하였음은 물론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하였다.
환상에서 미니멀리즘까지
사라 브라이트만의 활동을 최정점에 올려놓은 <Timeless>. 플라시도 도밍고의 후원을 받고 있는 호세 큐라와 루시아노 파바로티가 양성하는 안드레 보첼리와 함께 한 이 음반은 EMI 레이블로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유럽에서만 1,3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우리나라에서 또한 11만 장 이상의 인기를 누렸다. 특히 세계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헨리 마스케의 은퇴 경기에서 오프닝 곡으로 화제를 모았던 'Time To Say Goodbye' 곡에 대한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사라 브라이트만은 또다시 선보인 앨범 <EDEN>을 통해 미니멀리즘의 색채를 선보이기도 했다.
타이타닉 신드롬을 일으킨 셀린 디옹의 'My Heart Will Go On'의 이탈리아 버전인 <Il Mio Cuore Va>에서는 오페라의 극적인 아리아와 같은 전혀 색다른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으며, 영화 <파리넬리>에 삽입된 헨델의 아리아 <Lascia Ch'io Pianga(울게 하소서)>에서는 그녀 특유의 감성적 아름다움이 한껏 펼쳐진다. 또한 영화 <미션>의 주제음악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편곡한 <Nella Fantasia>, 그리고 바로크 명곡으로 유명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편곡한 <Anytime, Anywhere> 등은 그녀가 직접 가사를 붙여 부른 곡들로 그녀의 노력들이 엿보인다. 특히 '가브리엘의 오보에'의 경우, 작곡가인 엔니오 모리꼬네를 설득하기 위해 3년을 기다릴 만큼 그녀의 따듯한 애정이 담겨 있다.
물론 지금은 세월의 흔적이 많이 묻어나지만, 과거 앳된 얼굴과 치장을 하지 않아도 돋보이는 빼어난 미모, 발레로 다져진 우아한 몸놀림과 뮤지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천 가지의 표정으로 둘러싸인 사라 브라이트만은 온몸으로 광채를 자아내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던 것 같다.
▶▶ 사라 브라이트만이 좋아했던 마리아 칼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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