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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달빛 아래에서 들려오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난짬뽕 2021. 12. 1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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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달빛 아래에서 들려오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스페인의 작곡가이자 기타 연주자인 프란치스코 타레가가 1896년에 작곡한 기타 연주곡입니다. 영화 킬링필드의 삽입곡으로도 유명한 이 곡은 원래 <알함브라 품으로>라는 제목과 <기도>라는 부제가 덧붙여진 곡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출판사에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제목을 고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타레가가 남편과 사별한 콘차 부인을 사모하게 되어 그 사랑을 고백했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달빛 아래의 알함브라 궁전을 거닐다가 만든 음악이 바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기록들이 전해집니다.

 

사진  Universal/ EMI (안드레스 세고비아 모습)

 

몇 번째 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왕이 첫 번째 아내가 낳은 아들들의 목을 죄다 베어 죽게 했다는 아벤세라헤스의 방이 있는 알함브라 궁전은 일 년 내내 꽃피는 향기로운 장미 넝쿨이 우거지고, 분수가 있는 아늑하고 조용한 인마상들, 그리고 마치 섬세한 레이스처럼 아름다운 석회 장식의 콜로네이드와 아치창 등이 그 죽음에 대한 진혼곡으로 그렇게 아름다워야만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알함브라 궁전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그라나다에 있는 중세 이슬람 건축물입니다. 그라나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고원 위에 세워진 이 궁전은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 왕조의 무하마드 1세(재위 1230~1272)가 창건하기 시작하여 그 후 몇 번의 증축과 개수를 거쳐 완성되었습니다. 

 

오늘날 남겨진 궁전의 대부분은 14세기의 유수프 1세(재위 1331~1359)와 무하마드 5세 시대에 건설된 것이라고 합니다. 1492년 이슬람 왕조가 축출된 뒤 내부 장식과 가구들이 철거되고, 카를로스 1세(재위 1516~1556) 때는 궁의 일부를 르네상스 양식으로 재건하였으며, 1526년에는 일부를 이탈리아풍으로 중건했다고 합니다. 

 

특히 1812년 나폴레옹 군대의 침입과 1821년 지진으로 많은 손실을 입기도 했는데, 1828년 복원 사업을 시작하여 그 옛 모습을 되찾으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스페인에는 훗날 무어인의 손때가 묻어 있는 수많은 건물들이 파괴되었지만, 이 알함브라 궁전만큼은 무사했는데요. 궁전의 아름다움에 반한 이사벨라 여왕이 화살 하나 쏘지 말고 왕궁을 점령하라 명령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알함브라는 아랍어로 '붉은색'을 뜻하는 말로, 햇볕에 말린 토담 색이나 외벽의 벽돌색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그라나다 중심 도로 끝에서 비탈길을 따라 '태양의 언덕'이라고 불리는 곳에 오르면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궁전은 기본적으로 2개의 커다란 파티오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인 도금량 파티오는 왕의 공식적인 일을 처리하던 곳으로 직사각형의 연못을 따라 도금량 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왕이 각 나라의 고관들을 만나던 '대사의 집'으로 연결됩니다. 

 

높이가 무려 18미터나 되는 돔형 천장에서는 갖가지 기하학적 문양들을 볼 수 있고, 벽면에는 식물 문양이 현란하게 새겨져 있으며, '오직 알라만이 승리자이다'라는 코란 글귀들도 적혀 있다고 합니다. 대사의 방 옆으로 거울 같은 사각의 못을 지나 보이는 '사자의 파티오'는 무하마드 5세가 건조한 것으로, 힘과 용기를 상징하는 사자 12마리가 받치고 있는 분수반을 중앙에 두고 촘촘히 선 문주의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는데요. 124개의 섬세한 기둥으로 받쳐져 있는 이곳은 여인들만이 있었던 내전으로 남자는 유일하게 왕만이 드나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자 궁전 분수 옆으로 나 있는 왕의 방과 두 자매의 방은 외부의 빛을 얼마나 신비롭게 활용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아치형 문의 장식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빛나고, 천장의 벌집 같은 장식은 실내에 빛을 골고루 퍼지게 하는 기술적 묘미가 엿보이며, 정원이 딸린 여름 궁전 헤네랄리페는 아름다운 산책로와 분수, 그리고 수로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품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하네요. 

 

현대적인 연주기법으로 기타 음악에 있어 새로운 전성기를 개척해 나간 프란치스코 타레가는 다른 악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기타의 레퍼토리를 넓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베토벤과 쇼팽, 멘델스존과 같은 대작곡가들의 작품을 기타로 편곡해 연주하는 한편, 알베니즈와 그라나도스 같은 작곡가들의 피아노 음악을 기타로 편곡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께서도 많이 들어보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기타 음악의 대중화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그 후 세고비아 기타를 비롯하여 세고비아 주법과 세고비아 음악원 등 기타 음악에 있어 가장 대중적인 이름으로 다가오는 안드레스 세고비아는 <알함브라의 세고비아>라는 영화에까지 출연할 만큼, 그에게 있어 동의어로 전해 내려오는 곡 역시 바로 이 음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알함브라 궁전은 그 추억의 저 너머에서 이러한 세계적인 명곡으로 다시 부활하여 오늘날 우리들을 그곳의 기억 속으로 흡입하고 있습니다. 달빛이 속삭이는 깊은 밤에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듣게 되신다면, 아마도 타레가의 아픈 마음도 조금은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낮에 들으셔도 정말 좋은 기타 연주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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