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예기치 못한 초대, 린다 브라바

난짬뽕 2021. 7. 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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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초대

린다 브라바

Linda Brava

 

 

 

1999년 EMI 데뷔 음반 발매 홍보 차 3일간의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다녀간 적이 있던 금발의 아름다운 바이올리니스트, 린다 브라바. 클래식 아티스트로서는 최초로 1998년 4월 미국의 성인잡지 <PLAYBOY> 지의 표지모델로 등장하여 세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첫 앨범 'Linda Brava'의 프로모션 투어로 이루어진 그 당시의 한국 방문은 연주회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한 소식 그 자체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 많은 변화에 좀처럼 너그럽지 못한 클래식계에서 내가 처음으로 받은 신선한 충격은 바로 바네사 메이가 보여준 당당한 자신감을 통해서였다. 브르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이나 자신이 직접 편곡한 '사계'와 '악마의 트릴'에서 보여주는 음악적 색채 역시 그랬지만, 무엇보다도 일렉트릭 바이올린을 들고 물에 젖은 흰 드레스 사이로 자신의 몸매를 드러내었던 <Violin Player>에서의 과감성은 더더욱 놀라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클래식 무대를 다른 어떠한 외부적 환경과 연관 짓지 않으려 하는 조금은 경직된 일부 클래식 애호가들의 고집 속에서 바네사 메이는 이러저러한 비난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고집된 자신만의 색깔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린다 브라바는 바로 바네사 메이가 내뿜고 있는 그러한 젊은 열정의 연장선상에 서서 오히려 그녀 못지않은 예기치 못한 수식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는 Violin Playgirl인 것이다. 

 

 

전 바이올리니스트예요. 24년간 바이올린을 연주했죠. 
<PLAYBOY> 지 커버 모델요?
그건 29년 제 인생에 있어 극히 일부분일 뿐이죠.




 

1999년 10월 EMI 레이블로 발표된 <Linda Brava>는 클래식 음악과 록 음악 분야에서 각각 동시에 재능을 발휘하면서 두 개의 다른 연주활동을 병행하고 있던 린다 브라바의 첫 클래식 앨범이다. 그 수록곡들 모두는 그녀 자신이 직접 선택한 곡들로, 대부분 'Emotion'이라는 주제 아래에서 아름다운 선율미를 재료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TV와 라디오를 비롯한 각종 방송매체와 신문, 잡지 등에서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단지 새로운 데뷔 음반이 출시되었다는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모델 겸 배우'라는 그녀의 직업과 더불어 당시 핀란드 헬싱키의 현역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독특한 경력사항이 아마도 그러한 호기심 어린 눈길의 시발점으로 출발된 요인일 것이다. 

 

프로 모델과 연예인으로서의 활동. 핀란드 및 미국 TV에 출현하고 속옷과 란제리, 그리고 할리우드로 무대를 옮겨 테니스 스타 비외른 보리의 이름을 딴 수영복 모델로도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고 있었으며, 여러 패션 잡지의 커버 인물로 등장하기도 했던 그녀는 이미 자신의 이름을 딴 여덟 개의 다른 맛을 제공하는 '린다 브라바 표' 음료로 핀란드와 스웨덴의 젊은이들에게 판매 1위라는 폭발적인 인기를 한 몸에 안고 있는 주인공이기도 했다. 특히 1998년에는 파멜라 앤더슨, 지나 리 놀란과 같은 육체파 배우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백사장을 누비는 인기 TV시리즈 <Bay Watch>에 출현하였으며, 더욱이 <PLAYBOY> 지에 자신의 누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한 린다 브라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두 가지. '클래식의 마돈나', '음악계의 파멜라 앤더슨', '바이올린 섹시스타', '음악과 성을 결합한 상술'이라는 수식어로 일부 클래식계에서는 그녀의 활동을 지극히 못마땅해하기도 했지만, 또 한쪽에서는 '클래식 음악의 엄숙주의를 파괴하는 통쾌한 발상'이라며 린다 브라바에 대한 신선한 만남을 반갑게 맞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수식어에 대한 선택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린다 브라바 자신에게 주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클래식 연주자라는 타이틀이 세워져 있기는 하지만, 형편없는 연주 실력에 단지 외형적으로 화려한 그러한 활동만을 추구했다면 그녀를 향해 고지식한 클래식 애호가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다른 영역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음악인들을 스스로 배타시키며 자신들의 축배를 들 것이 분명했다. 반면 린다 브라바가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도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로 실력을 과시한다면 아마도 그녀는 클래식계의 전무후무한 멋진 스타로서, 또한 아무도 일찍이 도전해내지 못한 클래식 내부에 자리 잡은 경직성을 조금은 유연한 사고의 발상으로 전환케 만든 선구자적 몫을 담당한 아티스트로 인정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왠지 전자와 같은 그러한 우려는 아마도 쓸데없는 걱정거리에 불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데뷔 앨범이 바로 EMI 레이블에서 발매되었다는 사실이 그러하다. 그동안 EMI 클래식에서 심어준 우리들을 향한 신뢰는 단지 그녀에 대한 가벼운 이야깃거리만으로 상업적 이용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있는, 클래식 아티스트로서 더 많은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세계적인 음반사의 선택이었다면, 그 위험한 게임을 지켜보는 스릴은 철저히 우리들의 몫으로 맛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석 달 밖에 되지 않은 린다를 업고 영화에 출연할 정도로, 그의 부모는 핀란드에서 영화와 TV 활동으로 유명한 인물들이었다고 한다. 5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 3년 사이 눈에 띄는 발전을 보이며 그 유명한 헬싱키 주니어 스트링스의 단원이 되기도 했으며, 아주 빠른 속도로 잇달아 헬싱키 방송 교향악단의 객원 독주자에 이어 주니어 스트링스에서도 악장에 임명되었다. 그 후 헬싱키에 있는 유명한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수학하게 되는데, 나중에는 이곳 지휘반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활동했으며, 3년간 핀란드 국립 오페라 관현악단에서 연주를 하며 실내악 활동과 독주자로 여러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린다 브라바가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바로 우연한 기회. 어느 날 TV로 방영되는 시벨리우스 아카데미 교향악단의 연주회에서 당시 카메라맨은 콘서트 장면 가운데 상당 부분을 단독으로 린다에게 초점을 맞춰 잡곤 하였는데, 방송이 진행되는 내내 매력적인 모습을 자아내고 있는 그녀의 신상에 대해 궁금해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게 되었고 결국 린다는 그 카메라맨에 의해 좀 더 빨리 세상 사람들의 관심의 초점이 될 수 있었다. 

 

린다의 데뷔 앨범에서는 영국과 프랑스, 핀란드, 독일, 노르웨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의 음악으로 꾸며진 모험적인 연주곡목들이 특징을 이루고 있는데,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비롯하여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곡', 바흐/구노의 '아베 마리아', 시벨리우스의 '론디노/유모레스트/로망스', 파가니니의 '칸타빌레', 포레의 '자장가', 그리그의 '소나타 3번', 크라이슬러의 '비인의 작은 행진곡' 등이 대표곡으로 담겨 있다. 

 

 

"나에게 있어 음악은 먹고 숨 쉬고 자는 것과 똑같은 행위"라며 연주자로서의 일을 가장 우선시했던 린다 브라바. 어느 프로 모델 보다도 더 화려한 모습의, 연주용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매혹적인 음반 재킷의 사진 못지않은 열정적인 연주가 조금은 우울한 우리들의 일상과 마음을 어느새 환하게 밝혀줄 것이다. 굳이 린다 브라바를 단지 <PLAYBOY> 지의 모델로서만 한정 짓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를, 바로 그녀의 연주를 통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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