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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트뱅글러 지휘의 마지막 실황 음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난짬뽕 2021. 10. 1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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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트뱅글러 지휘의 마지막 실황 음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1995년 그라모폰 히스토릭 비 성악 부분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이 음반은 1954년 8월 22일 루체른 페스티벌에서의 실황 녹음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루체른 공연은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뱅글러의 마지막 유산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이 연주 이후 석 달만에 푸르트뱅글러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역시 자신들을 초월하는 연주였다는 평가를 지금에 이르기까지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그 이유를 찾고자 합니다. 

 

듣는 이에게 남모를 경외감을 부여하고 있는 제1악장과 더불어 청중에게 새로운 생명감을 안겨주는 스케르초와 아다지오의 서정성이 마지막 악장에 이르기까지 강한 황홀경에 빠져들게 합니다. 

 

곡의 세심한 부분들에 이르러 더욱더 선명해지고 여유로워지는, 그래서인지 이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베토벤 교향곡 9번이라는 곡 자체의 후광과 함께, 그와는 별도로 푸르트뱅글러의 우아하면서도 마법에 끌리는 듯한 그의 음악적 유혹에 한껏 매료되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그날의 음악적 교감을 통해 푸르트뱅글러는 또 다른 이름의 베토벤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엄 미사>와 소나타들, 그리고 사중주곡집과 더불어 베토벤 후기 작품의 정수로 손꼽히는 제9번 교향곡. 기록에 의하면, 베토벤 생전에 단 한 번밖에 공연되지 않았다는 이 작품은 그것의 산고를 느낀 베토벤의 색깔을 잠시 묻어둔다는 전제 아래 생각해 보면, 그것을 소화해내고 있는 연주자에 의해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서 다가오는 느낌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점에서 미루어 볼 때, 베토벤 전 교향곡 중의 정수인 동시에 완성이며 끝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의 가장 화려한 동반자는 바로 푸르트뱅글러였음을 감히 자신합니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푸르트뱅글러는 1913년 4월 26일 뤼벡에서의 초연을 시작으로, 이 앨범의 연주인 1954년 8월 22일 루체른에서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만 41년간 이 작품을 아흔여섯 번 연주했습니다. 

 

 

그의 남다른 통찰력과 유연한 감각이 무척이나 장대하게 때로는 고독한 모습으로 투영되는 전율 앞에서, 우리는 또 다른 모습으로 분출되는 우주적인 힘의 거대한 분출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인간의 목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텍스트를 선택한 이 작품, 제9번 교향곡은 이미 순수음악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합창 환상곡>이 9번에 대한 원형이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러나 베토벤 자신이 <합창 환상곡>을 쓰면서 9번을 작곡할 것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가 형상화시킨 인간의 목소리라는 텍스트는 순환적인 형식인 동시에, 음악사 내에서 순수 추상 음악의 기능성을 가장 투명하게 승화시킨 최절정의 요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푸르트뱅글러는 루체른에서의 9번 교향곡에 대한 마지막 연주회 이후, 연주회장에 단지 다섯 번 정도의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습니다. 8월 25일 루체른에서 연주한 브룩크너 7번, 8월 30일 잘츠부르크에서, 그리고 9월 6일 브장송에서의 베토벤 협주곡, 9월 12일과 20일 양일간 베를린에서 가졌던 자신의 교향곡 2번과 베토벤 교향곡 1번을 연주했으며, 그 후 9월 28일에서 10월 6일까지 비엔나에서 지휘한 바그너의 '반지' 리코딩 세션이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청각장애 치료를 받기 위해 가스타인으로 떠났다가 클라렌스로 돌아오는 중 독감으로 인해 바덴바덴 근교의 에버스타인으로 후송되어 그곳에서 운명하였는데, 음악사 기록에 의하면 그의 임종은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평화로웠다고 전해집니다. 

 

 

가을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시샘하듯 갑자기 한파가 소리 없이 다가온 주말이었습니다. 어쩌면 한해의 고단함에 지쳐 조금은 무기력해진 우리들에게 아직 올해가 두 달 넘게 남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울컥해진 찬바람이 다가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지금까지 버텨오신 모든 분들께 제가 좋아하는 빌헬름 푸르트뱅글러 지휘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으로 응원을 드립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이 음악을 들으면서 하루를 마감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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