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도록 아름다운 12줄의 현
가야금
'보름달 밝은 밤에 청초하고 맑은 소리 울리나니, 내 마음도 바람이리라~~~'
이것은 조선시대 한 유생이 달빛 아래서 가야금 소리를 듣고 한 말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가야금은 구슬픈 가락으로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습니다.
백색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색이라면, 신라시대 대표 3현(가야금, 거문고, 향비파) 중 하나였던 가야금은 우리 민족을 대변하는 악기입니다. '가얏고'라고도 불리는 가야금은 오동나무 공명반에 명주실을 꼬아서 만든 12줄을 세로로 매어 각 줄마다 안족(雁足: 기러기 발)을 받쳐놓고 손가락으로 뜯어서 소리를 냅니다.
줄풍류(가야금이나 거문고 등의 현악기 중심인 합주)를 비롯하여 가곡 반주, 가야금산조, 가야금병창 등 한국음악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으며, 청아하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오늘날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전통악기 중의 하나입니다.
가야금에는 우리 민족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습니다.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할 때에도, 나라의 우환이 닥쳤을 때에도, 외국의 사신을 위한 연회를 베풀 때에도 가야금은 늘 우리와 함께했습니다.
좋은 일보다는 슬픈 일과 함께 했던 가야금은 애초에 가야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가야의 멸망으로부터 가야금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독한 아이러니입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에 비해 가야는 너무도 미약했습니다. 결국 가야는 멸망하고 왕의 죽음 앞에서 노래하고 금(琴)을 타서 죽은 자의 넋을 달래는 악사 우륵은 가야의 멸망과 함께 신라의 이사부에게 귀부 합니다. 그리고는 우륵은 '신라에서 가야의 금을 연주하게 해 달라'고 이사부에게 부탁하지요.
우륵은 망해가는 가야의 혼을 일생을 기울여 만든 12줄 가야의 금(琴)에 담아, 역사의 승자로 남은 신라를 통해 전하고 싶었을까요? 결국 그의 말 한마디가 신라를 대표하는 3현 중 하나를 탄생시켰고, 지금껏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악기를 탄생시키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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