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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낸, 예술가들의 특별한 습관

난짬뽕 2021. 12. 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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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낸

예술가들의 특별한 습관

 

사진 hu

 

 

거리의 뒷골목 선술집이나 살롱에서 플라멩코를 연주하는 서민의 악기로만 간주되었던 기타를 당당히 세계 유수의 무대에서 연주되는 악기로 변신시킨 안드레스 세고비아 토렌스. 그의 하루 연습량은 오직 5시간 정도였다고 합니다. 오전에 두 번, 오후에 두 번으로 나누어 각각 1시간 25분씩 연습했는데 그 시간은 단 몇 분의 오차도 없었다고 주위 사람들은 전합니다. 

 

그 정도의 시간은 다른 사람에 비해 연습량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고비아의 스타카토라든가 박자의 유연함이 주는 생동감 등이 지금까지도 다른 여느 연주자들보다 한층 멋스럽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세고비아가 진정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그러한 수치상으로 계산되는 악기 자체로만의 연습량이 아닌, 바로 우리들 삶의 모습 그대로를 자신의 연주 혼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을 했던 것은 아닐까요. 하루 중 단 5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말입니다. 

 


평범하지 않았던

무대 위의 자유인

 

클래식 음악가들 중에서 아주 특이한 습관을 가졌던 주인공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입니다. 

 

어느 6월 리코딩을 위해 스튜디오에 나타난 굴드의 모습과 마주친 사람들은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화창한 여름날 짧은 소매의 웃옷을 걸친 스태프들 사이로 그는 털목도리에, 코트와 장갑까지 끼고 있었습니다. 또 뉴욕의 물은 마실 것이 못된다며 두 병의 물과 5개의 약병을 따로 준비해 왔습니다. 더욱이 어디를 가든 빼놓지 않고 들고 다니는 의자도 역시 눈에 띄었습니다. 

 

또한 연주가 시작되기 전 그는 두 팔을 뜨거운 물속에 약 20여 분간 담근 후, 자신이 직접 가져온 커다란 수건으로 닦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연주 중 흘러나오는 그의 허밍 소리는 정말 골칫거리였다고 합니다. 가끔씩 입을 뻐끔거리면서 새어 나오는 흥얼거림. 

 

리코딩 스태프진들은 그의 허밍 소리를 흡수하지 않도록 마이크 세팅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굴드의 앨범에는 자신의 피아노 선율에 한껏 취해 있는 그의 목소리까지 함께 실려 있습니다. 

 


파벽에 반사된

고독한 질주

 

"레몬 향기가 맡고 싶소"라는 유언을 남긴 채 사라져 간 천재 시인 이상. 살아있는 동안 너무나 인색하기만 했던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죽은 후에야 비로소 만끽하고 있는 그는 보성고보 시절 세로 10cm가 넘는 거울을 가지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가 거울 속에서 느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거울 속의 자아는 가난과 고독에 시달리던 자신의 숨기고 싶은 과거로의 단절인 동시에, 나아가 부모 혹은 조상의 이미지를 한 그의 뿌리에 대한 회한일지도 모릅니다. 태어난 지 3일 만에 울음을 터뜨린 이상은 가난을 이유로 백부의 집에 양자로 들어갑니다. 

 

7세 때 이미 <대학>과 <논어>를 읽을 정도로 총명했기에 중독에 가까운 편애를 한 조부와 백부, 그리고 여전히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실부와의 관계 사이에서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대해 방황했다고 합니다. 그의 작품 속에 드러난 동일한 어휘의 반복과 마치 중얼거리는 듯한 음송증 등은 그러한 이상의 정신적 외상을 단면으로 보여주는 예가 될 것입니다. 

 

닭이나 사람의 얼굴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이상한 습관. 집 안에 틀어 박혀 사람 얼굴이나 눈, 기타 그림을 그리거나 부동자세로 벽에 기대어 멀뚱멀뚱한 눈으로 멈춰진 초점. 자리에 누우면 항상 이불을 뒤집어쓰고, 수세미처럼 언제나 머리가 헝클어져 있는 특이한 성격. 빗질은커녕 일부러 머리를 흩뜨려 놓았으며, 이발은 친구가 억지로 데리고 가다시피 하여 넉 달에 한 번 정도.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그러나 화가의 길을 고집하지는 못했던 이상. 생전 그의 여러 가지 습관들은 분열된 자아의 슬픈 모습으로 여겨집니다. 

 

 

예술가들의 습관은 결코 그들의 작품 세계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또 그러한 남다른 모습으로 인해 후세에 빛나는 이름을 남길 수 있는 발판이 된 경우도 많습니다. 아동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안데르센은 꽃과 나비에게 말을 걸고, 개미에게 윙크를 하는 엉뚱한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예술가들의 위대함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을 괴짜로 기억하는 것은 그들의 특별한 습관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묻어나는 땀과 눈물, 노력의 어우러짐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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