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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감정의 깊이와 향기
먹
추사 김정희는 그의 70 평생에 벼루 10개를 밑창 냈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의 글씨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살아있는 감정이 화선지를 뚫고 울컥 쏟아져 나올 것만 같습니다.
그것은 다양한 서체가 튀어나오는 컴퓨터 화면 속의 글씨와도, 또한 선을 그리거나 글자를 쓰기 위한 도구인 서양의 잉크와도 분명 그 느낌이 다릅니다. 왠지 이 속에서는 마음이 동요되는 전율이 꿈틀거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의 선조들은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그것이 단지 손의 기교에 머무르는 것을 우려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획 하나에도 혼을 담고, 자신의 학문과 세상을 바라보는 정신을 담아 몸과 마음의 수련 방식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글씨는 의미 전달뿐만 아니라, 그 형태에 따라 한 개인의 지식과 인격이 간접적으로 묻어나는 수련의 일종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선비들은 하루 일과를 먹을 가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빛이 없어도 존재하는 우주의 본디 색이 바로 먹에 숨어 있다고 여겨, 먹의 검정을 색의 주인으로 삼았습니다. 곧 먹이 지닌 농담(濃淡)을 우주 만물이 지닌 수만 가지 색의 표현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무상(無常)을 붙잡아 두는 철학과 예술로 여긴 것입니다.
먹의 검정은 세상의 복잡한 이치를 담아내는 절제미가 있으며, 그것은 곧 우리들의 인생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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