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짧은 만남, 긴 여운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 여행

난짬뽕 2020. 12. 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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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아이의 이야기를 올린 블로그 이웃 분의 글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다시 한번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문득 2016년 8월에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 사외보 <다시, 꿈> 인터뷰 취재를 하게 된 최동익 작가의 가족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방송에서 많이 보셨을 텐데, 버스를 타고 온 가족이 세계 여행을 한 빼빼가족으로 잘 알려져 있죠. "이제 직함에 아버지라 적으세요."라고 말했다는 자녀분들의 이 말이 다시금 생각납니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동반자, 가족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 여행

최동익 작가

 

 

350일(2013년 6월 3일~2014년 5월 16일) 간의 대장정 속에 25개국 163개 도시를 여행한 다섯 식구. 온 가족이 4평 남짓한 미니버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인 대한민국의 간절곶에서 서쪽 끝 포르투갈 호카곶까지 용감하게 길을 나선 삐삐가족을 만나본다.

글 엄익순

 

사진_hu / 새해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전시 디자이너로 매일 바쁜 일상을 보내던 한 집안의 가장. 가족 간의 선약이 있어도 갑자기 업무상 문제가 생기면 어쩔 수 없이 가족보다는 직장이 우선시 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집안 분위기는 언제나 다정하고 화목했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새벽에 나가서는 한밤중에 돌아오는 아들딸과는 점점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에, 더 늦기 전에 온 가족이 함께 바라보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오직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작 아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저 역시 일에 몰두하다 보니 부부가 같은 곳을 바라볼 기회가 많지 않아 서로 공유하는 것 또한 많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세상의 문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가족이 함께 지내면서 우리 가족만의 가족사와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던진 "우리 세계 여행 가자!"라는 한마디로 시작된 그들의 용감한 결정. 여행을 떠날 당시 고3인 딸 다윤과 장남인 진영은 고1, 그리고 막내 진우는 중3이었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올려줘야 하는 것이 마치 부모로서의 최고의 역할로 여겨지는 그때에 이 가족은 여행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지금 바로 이 시간이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배려와 존중, 가족이 성장하다

나이 오십의 가장이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족과 함께 유라시아대륙을 여행하겠다는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우려의 목소리를 건넸다. 아이들이 사회 적응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걱정하거나,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을 거라는 선입견도 갖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기 때문일 거라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부모로서 자녀들에 대해 너무 방관한다는 것이었다.

"저희 부부는 가정을 꾸릴 때 부모의 역할에 대해 서로 말한 적이 있는데요. 부모로서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 철학이 깃든 이름을 지어주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외에 다른 역할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들이 말하는 좋은 환경이란 부모가 싸우거나, 너무 궁핍해서 사고 싶은 것을 못산다거나, 혹은 지나치게 넘쳐서 가치를 모른다거나, 아이들이 추위에 떤다거나 하는 경우가 일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 외에는 아이들 스스로가 걸어가며 개척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녀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살면서 다칠까 봐 넘어질 기회조차 빼앗아버리는 부모들이 많은데요. 그것은 곧 자녀의 인격체를 그 자체로 존중하지 않는 행위입니다."

 

부모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가르침이라는 생각. 가족여행을 결심하고 3년간의 준비 끝에 아파트를 팔아 여행경비를 마련했고, 미래가 불투명해질지도 모를 두려움을 뒤로 한 채 아이들은 학교를 자퇴, 휴학했다. 

 

그들은 가족이기 이전에 각자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여행을 함께하기로 한 하나의 팀이었고, 아버지는 그 팀의 인솔자였다. 그 인솔자의 어깨에 권위와 위신 따위를 더한다면 이 여행은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출발 준비의 어려움과 조사를 통해 알게 된 국경 문제와 치안 문제, 도로 사정의 낙후로 벌어질 수 있는 차량의 안전 문제 등을 가족에게 토로하고 수평적인 구조에서 서로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삶의 경험치를 가지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감독의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감독이 아닌 더 열심히 뛰어야 하는 주전선수 정도의 역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아버지로서의 권위와 주장만을 고집하지 말고, 가족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면 더욱 끈끈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4평 남짓한 미니버스에서 24시간, 350여일을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 가족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나눴다. 캠핑카로 개조된 움직이는 작은 집에서 화가 난다고 걸어 잠글 수 있는 문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낯선 땅에서 홀로 밖에 나갈 수도 없는 상황. 나만을 위한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족 모두가 스스로 희생을 감싸 안게 되었다. 

 

행복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다섯 식구 모두가 마른 체형이라 '삐삐가족'으로 불리는 이들 가족은 속초항을 출발하여 첫 여행지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국제항을 빠져나와 끝없는 풍광과 하늘이 펼쳐진 시베리아를 거쳐 사방 천지가 불타는 듯한 장엄한 바이칼 호수의 붉은 석양 앞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에 빠져들었다. 

"관광은 구경을 가는 것이고, 여행은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시베리아에 관광은 오지 마십시오. 구경거리 하나 없습니다. 시베리아에 여행 오지 마십시오. 고생만 합니다. 그러나 남만 쳐다보고 살다가 자기를 볼 기회가 없으신 분들은 시베리아로 오십시오. 시베리아가 자기 자신을 볼 기회를 줄 것입니다. 가족과 한 집에 살면서도 가족을 못 보신 분들은 가족과 함께 시베리아로 오십시오. 가족을 볼 기회를 줄 것입니다."

 

모스크바에서 푸시킨의 시를 읊는 소녀를 만나고, 세상에서 가장 큰 음악회를 경험한 핀란드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스웨덴의 공동묘지에서 모든 인연에 감사함을 느꼈다. 집시가족이 된 프랑스에서의 추억, 이란 마슈하드의 오지마을 캉, 동화 속 풍경인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등으로의 이번 여행은 무엇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떠났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으로 길을 나섰을 뿐. 

 

최고의 전시 디자이너로 인정받으며 열심히 바쁘게 살아오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은 언제나 가족을 향해 있었다. 오롯이 가족과 함께 한해를 보낸 대가로, 25년간 지속된 사회적 연결고리의 직업으로 다시 복귀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빼빼가족은 행복하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날, 아버지에게 건넨 아이들의 짧은 이야기. 

 

"아버지!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직함에 아버지라 적으세요!"

 

빼빼가족은 '아버지'라는 이름을 찾았고, 가족이라는 든든한 팀이 생겼다. 만약 지금 자신이 처한 환경 때문에 좌절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마지막 용기를 내어보라고 빼빼가족은 말한다. 반드시 자신을 보듬어줄 가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함께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동반자, 그 이름이 바로 '가족'이다.

 

 

탐험가 남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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