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짧은 만남, 긴 여운

열정의 화수분, 해미뮤지컬컴퍼니 대표 박해미

난짬뽕 2020. 12. 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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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뮤지컬컴퍼니 박해미 대표를 만난 것은 지난 2016년 2월 23일이었습니다. 구리아트홀에서 인터뷰와 사진 촬영이 진행되었는데요. 뮤지컬 배우, 탤런트로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공연문화를 새롭게 열어가고자 하는 꿈을 가진 제작자로서의 박해미의 소신은 명확했고,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언제까지 외국 작품을 사 오기만 할 거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죠. 사실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창작 뮤지컬을 보러 가시는 것도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힘든 일을 겪었지만 최선을 다해 문제 해결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진정성 있는 솔직함이 느껴졌습니다. 앞으로 제작자 박해미로서 그녀가 개척해나갈 새로운 길을 기대하게 됩니다.

 

 

창의적인 공연문화를 개척해가는 열정의 화수분

해미뮤지컬컴퍼니 대표 박해미

 

성악을 공부했지만, 늘 대중과의 폭넓은 소통을 꿈꾸었기에 클래식의 세계에만 머물 수는 없었다. 뮤지컬 배우로, 때로는 TV 드라마 속 연기자로 등장했던 박해미에게서는 늘 인간의 무한 에너지와 생명의 기운이 묻어난다. 무대 위에서의 그녀의 춤과 노래는 사람들로 하여금 전율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제는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로서, 그리고 우리나라 공연문화에 새로운 획을 그을 해미뮤지컬컴퍼니 대표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열정의 화수분을 만나본다. 

글 엄익순 사진 이준용 

 

 

조금 더 넓은 세계를 꿈꾸다

뮤지컬 배우이자, 탤런트라는 수식어보다 앞섰던 박해미의 이름은 성악가였다. 어려서부터 유독 노래를 잘 불렀고, 교내외에서 열리는 합창대회에서는 줄곧 지휘를 도맡아 할 정도였다. 초등학교 시절 내내 음악적인 분위기 안에서 생활하였고, 중학교에서는 음악 선생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본격적으로 노래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마리아 칼라스를 롤모델로 삼아 성악가로서의 꿈을 키워 나갔고, 이화여대 성악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한 후 그녀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물론 노래를 부르는 것이 가장 잘하는 것이었고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조금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노래와 더불어 춤과 연기도 함께 하고 싶은 생각에,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오디션을 봤고, 여주인공으로 바로 무대에 서게 되었다. 그 당시가 대학 3학년 때이다. 

"학교 교수님들이나 친구들 입장에서는 그런 저를 이해할 수 없었나 봐요. 클래식 음악학도가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해 그리 시선이 곱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보다 대중적인 노래와 춤, 연기가 모두 포함된 총체적인 예술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외도 아닌 외도를 하게 된 거고요. 물론 뮤지컬 안에서 저 자신 스스로가 즐거웠고, 더 나아가 미래의 공연문화에 대한 가능성을 내다보게 된 것이죠."

2016년 현대음악 <뮤직프렌즈> 3월호 인터뷰에서 만난 박해미

 

박해미는 <아가씨와 건달들><가스펠><돈키호테><써니><넌센스 잼보리><브로드웨이 42번가><맘마미아><캣츠><카르멘, 더 뮤지컬><스위니 토드> 등 그동안 수많은 뮤지컬 작품에서 인상 깊은 여운을 보여줬다. 뮤지컬 외에도 연극 <햄릿><누가 누구><타즈메니아를 꿈꾸며><각시품바><출세기><이혼의 조건> 등 다수의 무대에 올랐고, <하늘이시여><쩐의 전쟁><천인야화><개인의 취향><웃어라 동해야><칸타빌레> 등 다수의 방송 드라마에도 출연하며 개성 있는 연기자로서도 사랑받고 있다. 

 

"특히 2004년 <맘마미아>는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 준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에요. 오랜 무명생활에서 벗어나게 해 줬고, 이 작품을 계기로 방송 드라마에도 많이 출연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거침없이 하이킥>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대중으로부터 정말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으니까요."

 

박해미는 2008년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영화 뮤지컬 부문 대상, 2007년 MBC 방송연예대상 인기상, 2006년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 시트콤 부문 여자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첫 싱글 앨범, <통(通)>으로 노래하다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다. 잘 알려진 유명 작곡가로부터의 제의도 있었고, 대형 기획사가 숱하게 그녀를 찾아오기도 했다. 

"제 스스로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부르는 노래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심지어는 제 목소리조차 만족스럽지 않았죠. 그래서 앨범을 발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와도 계속 포기를 하고 말았어요."

박해미에게 많은 앨범 제작 문의가 왔었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노래들을 담고 싶어 모두 거절했었다고 한다

 

실력 있는 소프라노이자, 대중에게 큰 울림을 주는 인기 많은 뮤지컬 배우였기 때문에 많은 프로덕션의 음반 제작 제의는 끊이지 않았다. 대중들 또한 오롯이 그녀의 노래가 담긴 앨범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2016년 2월 드디어 박해미 자신 인생의 첫 싱글 앨범 <통(通)>이 발표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음악은 진정성 있는 감정의 전달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곡을 받았을 때, 이 노래들은 의미가 깊기 때문에 꼭 불러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통 아리랑'은 2015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지정받은 민요 '아리랑'을 한국의 수많은 여러 모든 아리랑을 통틀어 대변하고자 하는, 신개념의 아리랑으로 승화되었죠. 저는 이 노래를 하면서 굉장히 슬펐어요. 역경 속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의 아픔이 떠올라 눈물이 나기도 했어요. 또 다른 곡인 '잿더미'는 한번 빠지면 평생 헤어날 수 없다고들 하는 매력적인 라틴 보사노바 리듬의 노래로 듣는 사람들의 감성을 아우르는 사랑스러운 곡이에요."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나 가거든'의 음악 프로듀서이자 정상급 아티스트들의 데뷔 앨범과 프로듀싱을 하였던 캐나다의 세계적인 작곡가 겸 지휘자인 '클로드 최'가 이 앨범의 작곡과 프로듀서로 참여하였다. 클래식과 국악, 뮤지컬적인 요소와 대중적인 팝의 성격까지 모두 융합된 90명의 연주자가 참여한 심포닉 클래시컬 팝 크로스오버 음악이기도 하다. 특히 3명의 그래미상 엔지니어들이 참여하여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음악적 완성도와 글로벌한 감각을 전달하고 있다. '통 아리랑'은 두 명의 시인이 가사에 참여하여 남녀의 사랑과 그리움, 글로벌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상호 소통과 한국이 처한 남과 북의 통일에 대한 염원까지 표현하고 있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날의 촬영장소는 구리아트홀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언제가 됐든,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도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해요."

 

사실 박해미는 노래 실력 못지않게 작곡 실력도 뛰어나다. 대학 4학년 시절에 참가했던 '제5회 MBC 대학가곡제'에서 박목월 시인의 '달무리'에 자신이 직접 곡을 붙인 동명의 '달무리'라는 곡을 불러 동상을 수상했다. 이 곡은 느리지만 어깨가 들썩거리고 고개가 절로 움직이는 흥겨운 굿거리장단에 맞춰 완성된 노래로, 그 당시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오케스트라와 굿거리장단이 서로 어우러진 이 곡을 들은 최영섭 작곡가는 박해미를 일컬어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작곡 활동은 꾸준히 계속해나갈 거예요. 언젠가는 제가 직접 만든 곡들만 모아 앨범을 꾸릴 계획도 있습니다. 이번 첫 앨범은 그러한 저의 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만의 곡으로, 나의 노래가 발표되는 그날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소명의식을 갖고 창작 뮤지컬로 세계를 향하다

박해미는 현재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뮤지컬학과 부교수로서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로 성악과 학생들에게 연기수업을 지도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그녀는 늘 '품격을 가져라'는 말을 한다. 

"연주자든 배우든, 모든 무대 위에 서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일을 하잖아요. 그런데 만약 이런 사람들에게서 품위를 느낄 수 없다면, 과연 이들을 아름답고 멋있게 바라봐줄 수 있을까요? 실력보다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 스스로가 품격이 느껴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그것이 예술인으로서의 가치가 더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람에게서 풍겨 나오는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아야 해요."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한 모습의 박해미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는 학생들에게 그녀는 조언을 건넨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세요. 어떤 어려운 상황이라도 결코 좌절하지 마세요. 젊음은 어떠한 고통이나 힘든 역경도 모두 감수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오로지 자신을 사랑하면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세요.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나아가야 합니다. 무엇이든지,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보라는 겁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에는 자기도 모르게 우뚝 서있는 자신을 바라보게 될 거예요. 그 믿음을 갖고,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해요! 절대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박해미는 1996년 대학로에서 소년소녀가장 돕기 무료 뮤지컬 <가스펠>을 시작으로 해미뮤지컬컴퍼니를 설립하였다. 그동안 <I do I do><키스 앤 메이크업><진짜 진짜 좋아해><뉴 롤리폴리><하이파이브> 등의 작품을 제작하여 관객들에게 인정받았다. 국내 공연장르의 다양성과 대중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그녀는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창작 작품을 만들어 관객들과 함께하는 뮤지컬을 선보이고 싶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 특히 지방과 도심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각 지역의 공연장과 연계하여 더 많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더 나아가 세계에서 한국을 알리고자 힘쓰고 있다. 

 

<뮤직프렌즈> 내지 중에서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면서, 객석을 가득 채워주신 관객들께 진심으로 감사했어요. 관객들이 재밌어하고,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감동을 느낀다면 그것이 좋은 작품 아닌가요? 창작 뮤지컬에 대한 투자도 이루어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 우리의 콘텐츠로 세계를 향해 승부하겠다고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무슨 잣대로 예술성이 있느냐, 작품성이 무엇이냐며 쉽게 말만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요. 언제까지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외국 작품을 사 오기만 할 것이냐고요."

 

이제는 우리의 힘, 우리의 정신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세계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그녀는 거듭 말한다. 고정관념에 휩싸여 창작의 시도에 경직되어 있는 우리나라 공연문화에 창의적인 길을 개척하고 있는 배우이자, 교수이며 제작자인 박해미. 예술적 깊이를 지탱하고 있는 음악가로서의 뿌리를 배경으로 얼마나 탐스러운 창작 작품들이 선보이게 될지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이 가득하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를 놀라게 할 그녀의 희망찬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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