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볼록 렌즈

터키 하맘 문화의 산물, 목욕 신발

난짬뽕 2022. 1. 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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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하맘 문화의 산물

목욕 신발

 

2003년 외근을 나갔다가, 안양 평촌의 골목길을 걸어가다가 우연히 어느 빌라 앞에서 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일반 주택단지였던 동네의 그곳에서 마주쳤던 왠지 모를 신비함이 감도는 '솔로몬'이라는 글자에 시선이 갔습니다. 어느 집의 문패인 것처럼 그리 크지 않은 작은 모양의 글씨가 1층 출입문 앞에 붙여 있었습니다. 

 

그때는 어떤 용기가 있었는지, 그저 예사롭지 않다는 궁금함에 이끌려 현관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김민석 수집가를 만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는 1979년부터 세계 곳곳을 누비며 지구촌의 토속 미술품들과 오브제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군 제대 후 자신의 전공인 기계 분야를 더 공부하기 위해 단돈 40달러를 갖고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어느 날 향수를 달래기 위해 근처 벼룩시장을 찾았다가 오묘한 생김새의 세네갈 민속 가면을 보고는 아프리카의 예술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월급을 받으면 식비를 제외한 모든 돈은 아프리카의 민속 예술품을 사는 것에 투자했으며, 그러다가 결국에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니는 수집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그는 수집가로서의 수집만 했을 뿐이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모은 예술품들을 함께하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길을 가다 들어온 처음 만난 나에게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수집품이 가득한 지하실까지 구경시켜주며 한 점 한 점 소개해주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와의 만남 이후,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는 그의 바람대로 그가 젊은 시절부터 모아 온 수집품들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평생에 걸쳐 세계 150여 개 나라에서 수집하여 소장하고 있는 10만 여점의 예술품들. 아프리카 원시 부족들의 생활품들과 15세기에 만들어진 유럽의 인형들, 18세기에 만들어진 조각상들과 공개되지 않은 원화들까지. 

 

그 후 저는 '옴니버스 여행', '글로벌 타임머신' 등의 주제로 그의 수집품들을 지면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획을 하게 되었고, 운 좋게 그의 작품들을 여러 소통 창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그의 수집품들 중에서 몇 개를 소개하면서, 그때의 일들이 스쳐 지나가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사진 Lo Studio / 자료제공_ 솔로몬

 

터키 목욕용 신발을 촬영하기 위해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은 마냥 '아름답다'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기원전부터 고대 이집트인들은 돔형의 대형 목욕탕을 만들어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인류 최초의 목욕탕으로 알려진 것은 지중해의 크레타 섬에 있는 크노소스 궁전에 설치한 로열 베스인데, 이집트 미노스 왕이 사용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때는 몸을 씻는 청결의 수단보다는 종교의식의 수단으로 더 활용되었다고 하는데요. 신전 용도의 의미가 있었던 만큼 매우 화려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집트 못지않게 목욕 문화의 혁명을 일으킨 것은 로마제국이었습니다. 기원전 344년경 스타르타인들이 창안해낸 새로운 방식인 증기식 목욕 방식으로 인해 매우 대형화되었습니다. 로마 카라카라 황제와 디오크레티아누스 황제는 수천 명이 한꺼번에 목욕할 수 있는 공중탕을 만들었다고 하니, 그 규모만도 엄청났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당시 로마 지식층들의 모임은 거의 대부분 공중탕에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중탕 내부는 휴게실, 상점, 도서관, 체력 단련실, 미술관 등 다목적 홀을 갖추었다고 하는데요. 이곳을 '쿠어 하우스'라고 불렀습니다. 그 후 14세기에 들어 오스만쿠르크족의 오스만 제국이 동로마제국을 침략하면서 이때부터 터키식의 목욕문화로 전환되었다고 합니다. 

 

하맘

하맘은 중동 전역에서 널리 볼 수 있는 전통적인 공중목욕탕이다. 터키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터키탕으로도 불린다. (출처: 위키백과)

 

터키에서는 공중목욕탕을 '하맘'이라 부르는데요. 목욕문화의 발달만큼, 목욕탕에서 신는 신발 또한 따로 있었다고 합니다. 젖은 발바닥에 먼지나 물이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요. 그 모양이 매우 독특하고 아름답습니다. 

 

터키의 목욕용 신발은 나무에 조개나 황동을 상감하는 것이 특징이었다고 합니다. 이 신발은 장식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상감 대신 가는 철사로 신발의 바닥과 구두 뒷굽 등을 아름다운 문양으로 장식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모양이라면, 한껏 꾸민 세련된 지금 시대의 멋쟁이들에게도 인기를 모을 만한 디자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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