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집시 댄스,
스페인의 플라멩코를 추는
무희 인형
투우와 함께 스페인을 상징하는 플라멩코는 15세기 스페인 남부에 정착한 집시들이 만들어낸 춤으로 즉흥적이며 기교적인 성향을 보여줍니다.
인형 플라멩코를 추는 무희는 대단히 도도하고 우아하며 정열적인 댄서의 모습 그대로이며, 몇 겹으로 되어 있는 드레스의 레이스는 춤을 출 때 바라보는 이들을 사로잡을 만큼 화려하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집시 문화로 무시되었던 플라멩코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위대한 무용수 까르멘 아마야의 살아있는 리듬과 선율이 직접 느껴지는 듯합니다.
우연한 기회로 만난 김민석 수집가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품을 지면에 소개하게 되면서 사진 촬영도 함께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그가 소장하고 있는 수집품 가운데 인형들은 다른 수집품들에 비해 그나마 낮은 가격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 점씩밖에 존재하고 있지 않아 사진 촬영을 하는 데 있어 매우 조심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인형은 바로 오늘 소개해드린, 스페인의 플라멩코를 추는 무희 인형이었습니다. 2005년 7월 경에 소개되자마자, 이 인형을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줄을 이었습니다. 대단히 도도하면서도 우아한 정열적인 댄서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던 이 인형은, 실제로 보면 더욱더 화려하여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습니다.
거의 백여 통에 가까운 구입문의 전화가 있었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수집가의 말을 전하자 모두들 매우 실망하는 눈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약 두 달간 계속 전화를 걸어왔던 어느 노부부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분들은 외국에 사시다가 노후를 보내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온 지 일 년도 채 안되었다고 했습니다. 오래전 열다섯 살 된 딸을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아픔 때문에 우리나라를 떠났었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사고를 당하던 그 해 딸의 생일에 바로 이 플라멩코를 추는 무희 인형을 선물로 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그 인형은 잃어버린 지 오래지만, 당신들의 딸이 다시 살아온 것처럼 느껴진다며 꼭 구입할 수 있도록 부탁했습니다. 가격은 얼마를 요구하든, 부르는 값을 모두 치르겠다고도 했습니다. 비록 그때 그 인형을 노부부에게 건네줄 수는 없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딸을 그리워하고 있는 그 노부부의 마음이 간절하게 느껴져 한동안 저의 마음도 가라앉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설날 연휴가 시작되네요. 저도 오늘 성묘를 가기 위해 다른 때보다 이른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며느리였지만 늘 예뻐해 주셨던 시부모님, 그리고 엄마. 매년 명절이 찾아올 때마다 그리움은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 그리움을 모두 채워주시고 있는 아빠에게 빨리 달려가야겠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행복한 설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시선 너머 > 볼록 렌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은 전사 케냐 마사이족의 비즈 웨딩 목걸이 (84) | 2022.02.21 |
---|---|
바다의 전사들이여, 건배! 바이킹 술잔 (101) | 2022.02.08 |
터키 하맘 문화의 산물, 목욕 신발 (132) | 2022.01.23 |
다산을 기원하는, 카메룬의 남지 인형 (105) | 2022.01.20 |
솔방울로 만든 친환경 천연 가습기 (142) | 2022.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