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미래,
그대로 두면 그대로 되지 않는
그리운 미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기분좋은 소식이 있다'는 문장이 떠올랐다. 미래의 일이 그립기도 하고 받은 적 없는 행복이 미리 만져지기도 하는 걸까. 어린이 병원에서 일할 때 한 아이와 자주 창밖을 내다보곤 했다. 비가 오지 않는 날도 장화를 신고 다니는 친구였다. 우린 창가에 앉아 기차가 오가는 걸 바라보거나 비행기가 지날 때를 기다렸다. 기다리면 기차와 비행기는 어김없이 지나갔고 아이는 기뻐했다.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여겼던 나도 기차가 달리면, 비행기가 날면 어느새 기쁨을 느끼게 됐다. 무엇이 사람을 기쁘게 할까. 지루한 기다림이 아니라 간절한 기다림이라야 할까. 그렇다면 시 쓰는 나의 기쁨은 어디만치 달아났을까. 당도하지 않은 일을 그리며 간절하게 쓰고, 기쁘고 싶다. 달그락거리는 장화를 신고 복도를 걷던 그 친구처럼.
시인 남지은
그대로 두면 그대로 되지 않는
체온이 가물자 말문이 트이게 되었다. 고요를 흥청망청 쏟으며 마음을 읽으려고 했던 날도 있었다. 가끔은 우울하냐는 질문이 새삼스럽고, 슬픔은 남몰래 귀신같이 내 몸을 빌려 청승을 떨었다. 종이 위로 첨언하는 나는 지나치게 인간다워서 인간이 되려고 한다. 자기 몸을 돌보게 되었고, 좀 먹어가는 곳은 애써 손대지 않는다. 살면서 닿게 된 부분과 손쓸 수 없이 딱딱해진 부분이 닿을 때, 쓴다. 쓰는 손은 차갑고 차가운 손을 응시하는 것은 아마 따뜻함의 곤욕스러움을 잘 아는 것일 것. 나는 다정함을 벌칙으로 살고 있다. 나는 나의 슬픔을 비틀더라도 양보다 크게 울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자주 웃음이 나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시인 서윤후
어느덧 오늘이 6월의 첫날이네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기분좋은 소식이 있다'는 문장이 떠올랐다. 미래의 일이 그립기도 하고 받은 적 없는 행복이 미리 만져지기도 하는 걸까."라는 남지은 시인의 말처럼, 새롭게 시작되는 6월에는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즐거운 일들로만 가득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사실 어쩌면 그것은 너무 큰 욕심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이 사는 세상의 매일이 어떻게 기분 좋은 소식들로만 그려질 수 있겠습니까. 어느 하루는 너무 화가 날 수도 있고, 그다음 날에는 서운함과 안타까움으로 마음이 아플 수도 있을 것이며, 또 며칠간은 온통 속상함으로만 채워질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희로애락을 감싸 안으며 여러분들의 6월이 편안하고 행복한 한 달이 되셨으면 정말로 좋겠습니다. 서윤후 시인의 "자기 몸을 돌보게 되었고, 좀 먹어가는 곳은 애써 손대지 않는다."는 말처럼, 때로는 오롯이 나 자신만을 바라보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오늘 소개해 드린 두 작품의 시 제목만을 따로 붙여보니, 왠지 공감이 가는 말이었습니다. <그리운 미래, 그대로 두면 그대로 되지 않는>. 우리가 무엇을 꿈꾸고 있든, 그냥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결코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다는 의미로 다가왔거든요.
그래서 지금보다 조금 더 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내가 무슨 바람을 갖고 있는지, 내가 걸어가고 싶은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볼까 합니다. 설령 그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지금 나를 흔들리게 하는 마음의 파도 소리는 들리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렇게 새로운 달의 시간들을 채우다 보면, 어느새 다가오는 여름의 길목에서는 왠지 새로운 시작을 할 것만 같은 기대감이 몰려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6월의 첫날인 오늘 많이 많이 행복하신다면~~~ 아마도 이번 달 내내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시리라 생각됩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편안한 6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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