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히드로 공항에 있다. 오후 19시 35분 비행기를 타고, 13시간 정도를 날아가면 드디어 서울에 도착한다. 8시간의 시차가 나니, 내일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인천공항을 밟게 된다.
지난 6일 런던에 도착하여 오늘까지 20일 동안 이곳에 머물렀다. 그 사이 회의 차 프랑스 파리에서 2박 3일을 지냈고, 예기치 못한 여유가 생겨 1박 2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다녀왔다.
지난 2020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오게 된 영국으로의 출장길. 2년 전 4월에는 세계를 긴장시킨 팬데믹으로 인해 귀국길조차 녹록하지 않았다. 급박해진 상황에 비행기를 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마스크를 구하기도 어려웠는데, 비행기를 타려면 꼭 KF94 마스크를 써야 했다.
한국에서 항공으로 마스크를 보냈지만, 코로나로 인해 내가 출국하는 날까지 소포가 도착할 지도 미지수였다. 영국 정부에서는 외국인에 대해 빨리 출국할 것을 권고했고, 이곳 거래처에서도 내가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줬다. 마스크는 결국 나의 출국일까지 도착하지 않았고, 동료인 Evans가 마스크 2장을 구해와 나는 공항으로 향할 수 있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해 그때에는 태풍까지 와서 결항되는 비행기가 속출했다. 나는 KLM을 타고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경유를 하게 되었는데, 버밍엄에서 스키폴로 가는 비행기에는 단 3명만 탑승했다. 스키폴 공항에서 밤을 새우고 한국행 탑승수속이 이루어질 때, 철저한 체온 체크가 진행되었다.
한 사람씩 체온을 측정하여 기준치보다 높으면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제재하였다. 줄을 서있는 동안 내 앞에서 몇몇 사람들이 탑승을 거부당했다. 그러한 상황이 오랫동안 계속되자, 나 역시 긴장감에 휩싸였던 기억이 난다. 공항에 일찍 도착하여 커피 한 잔을 하는 동안,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커피숍에 앉아 있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다가 마주친 캐리어 위의 인형 모습이 참 귀여웠다. ㅎ 출국하는 공항터미널이 3에서 4로 갑자기 바뀌었는데, 여전히 이곳에서의 인터넷 사용은 많은 인내심을 요한다. 역시 어느 곳에서나 편하게~~ 우리나라가 최고이다.
오늘도 만석인가 보다. 한국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다.
출국심사가 끝나고, 간단하게 이곳에서 식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오늘 손님들을 많이 맞아 직원들이 힘들어서 몇 시간 동안 손님을 받지 않고 쉬어야 한다는 식당. 역시 문화가 다른 영국이었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벌써 대기줄이 길다. 오늘 셰프 한 명이 요리를 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안내가 있었다. 이렇게 큰 식당에서 혼자 요리를~~~
내가 밥을 먹고 있는 동안에도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계속 이어졌다.
소시지가 먹고 싶어서 내가 주문한 Banger & Mash. 보이는 것처럼 구성도 간단한, 으깬 감자를 소시지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딱 보시고는 "이것도 요리야?"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는 가끔씩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소시지를 자르는 나이프가 마치 장난감 칼처럼 너무 작았다. ㅎ
(여기까지 공항에서 쓰고는,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저는 지난 일요일에 잘 도착해서 지금은 일상으로 복귀도 잘했습니다. 출장 가있는 동안, 많은 티친 분들께서 매일 함께 걱정해주시고 염려해주셔서 늘 감사했습니다.^*^ 장마철이라 비도 많이 내리고 습하지만, 마음만은 산뜻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점심 맛있게 드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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