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고개만 돌려도 쉽게 볼 수 있는 것들 중의 하나는 바로 예쁜 꽃들과 편지를 쓸 수 있는 카드 진열대이다. 거리의 식당이나 펍들은 그들의 공간에 맞게 꽃들로 장식되어 있고, 가정집 창가에도 몇 송이의 꽃이 꽂아진 화병이 놓여 있다. 그래서 사실 길을 걸으면서도, 자꾸만 남의 집들의 꽃들을 훔쳐보게 된다.
마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M&S를 비롯한, Sainsbury's, Tesco, Waitrose, Morrisons, Lidl, Aldi, CO-OP 등의 다양한 마트들의 입구에는 모두 꽃과 화분들이 자리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수많은 종류의 카드들이 진열대 위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뽐낸다.
우리나라에서도 엽서나 카드, 편지지를 판매하는 곳들이 많지만, 이곳 영국에는 정말로 수없이 많다. 그리고 어느 곳에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퇴근길 M&S에 들렀더니, 벌써 많은 꽃들이 주인과 함께 떠나버렸다.
영국 사람들이 꽃을 많이 사는 이유가 궁금해서 함께 일하는 Zoe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녀가 말하길,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영국의 날씨가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과거 공기질이 좋지 않아 뿌옇기만 해서 사람들의 기분이 우울해졌다는 것. 그래서 집집마다 꽃을 사다 놓고 그것을 보면서 기분전환을 하게 되면서 꽃에 대한 소비가 늘었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세먼지도 없고, 우리나라보다도 날씨가 더 좋다. 많은 사람들이 영국 날씨가 매우 우중충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물론 겨울에는 비바람이 매섭게 불고 태풍도 와서 비행기가 뜨지 않을 때도 있다.
또 우산을 쓰기에는 왠지 애매하게 비가 내릴 때도 많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곧 그치는 경우가 많아 우산이 없어도 그렇게 많이 불편하지도 않다. 영국 지사에 근무하다 귀국한 내 후배 가족은 영국에 대해 가장 그리운 것이, 바로 좋은 날씨라고 지금까지 말하곤 한다.
어쨌든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영국 사람들은 꽃을 좋아하고, 또 그만큼 많이 산다.
꽃과 더불어 카드도 정말로 많이 오간다. 생일은 물론 크리스마스나 오랜만에 만났을 때에도 카드를 건넨다. 꼭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그냥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할 때도 카드가 한몫을 한다.
그래서 영국에는 카드의 종류도 엄청 다양하다. 생일 카드만 해도 나이나 성별, 직종, 관계 등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다. 며칠 전에는 'Father's Day'였는데, 그와 관련된 재치 있는 카드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카드를 건넬 때에는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구구절절, 한 면을 가득 채우지 않아도 된다. 한줄이어도 좋고, 아주 길게 쓴다면 두 줄까지도 괜찮다. 하지만 더 이상은 노노. 나도 영국에 올 때마다 이곳 동료들에게 카드를 많이 받았지만, 두 줄 이상을 넘긴 경우가 거의 없었다. 짧게, 임팩트 있게, 요점만 간단히!! 핵심만 전해지면 된다.
카드 구경을 해볼까.
진열대를 가득 메운 카드들의 종류가 정말로 다양하다. 어떤 카드를 고를까 고민이 된다.
아~ 이건 좀 찡하다. 이 카드를 보는 아들딸들은 아빠에게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하다.
편지를 써내려가기는 너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엽서는 조금 가벼운 느낌이 든다면 마음에 드는 카드 한 장을 사보면 어떨까. 짧은 한 줄의 문장이라도, 그 마음을 담기에는 어쩌면 충분할지 모른다.
카드 한 장, 꽃 한 송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은 지금이 가장 빠른 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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