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이탈리아 베네치아

주인 할아버지께서 뿌려주시는 올리브오일, 베네치아의 맛은 다르다

난짬뽕 2022. 7. 1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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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TTORIA RIVETTA 식당

골목을 누비며 수로 위를 지나다닐 때, 우연히 이 식당을 보게 되었다.

 

사진을 정면에서 찍어 식당이 잘 보이지만, 사실 다리를 건널 때에는 난간에 가려져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계단에 서서 어느 골목길을 선택할지 잠시 서성이는 동안, 다리 아래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두 분이 밖에 세워 놓은 메뉴판의 방향을 정면으로 할지, 아니면 식당 입구 쪽으로 돌려놓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해 서로 말씀하고 계셨다. 내가 위에서 바라본 것으로는, 두 분이 말씀하신 메뉴판의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지만 할아버지들의 표정은 꽤나 심각했다.

할아버지들의 그 모습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어찌 보면 소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러한 일들로 고민하시는 할아버지들께서 계시는 식당의 음식 맛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이곳, <TRATTORIA RIVETTA>에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 이름과 함께 주소인 간판 아래의 번호를 메모했다. 그리고는 날이 어두워지면 아무래도 혼자 다니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아, 돌아보지 못한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다. 베네치아는 워낙 치안이 좋지 않고, 소매치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여 늘 긴장을 하면서 다녔다.

 

한 가지 더 조심해야 될 것은 산 마르코 광장 주변이나 다른 곳들에서 장미꽃을 건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절대로 그 꽃을 받으면 안 된다. 그 꽃을 받는 순간, 나의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것을 피해 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식당 입구

그렇게 다시 걷기 운동을 끝낸 후, TRATTORIA RIVETTA에 도착했다. 식당 안은 그렇게 넓지 않았고, 테이블들 사이의 간격도 좁았다. 실내 분위기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깔끔한 하얀색 식탁보들이 신뢰감을 안겨줬다. 

 

나는 현지의 작은 식당이라 생각해서 따로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 밀려드는 손님들은 모두 예약을 하고 오는 듯했다. 다행히 자리를 안내받았다. 

 

아침에 먹었던 파스타가 무척이나 맛있어서, 왠지 이곳에서도 파스타가 먹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알리오 봉골레. 그런데 메뉴판을 보다 보니, Sliced beaf with rosemary라는 메뉴가 있었는데 그것도 먹고 싶었다. 짜장도 먹고 싶고, 짬뽕도 먹고 싶을 때는~~~ 당연히 둘 다 먹는다에 한표. ㅎㅎ

베네치아는 유리공예가 유명해서인지, 물컵도 예술이다. 왼쪽 파란색 물컵이 넘 예쁘다
Spaghetti alle vongole

메뉴를 두 개나 주문해서 다 먹을 수 있을지 약간 염려가 되었다. 그래서 직원 분에게 식전빵은 주지 않아도 된다고 미리 말씀드렸더니, 빵을 서비스하지 못해 아쉽다는 말씀을 하셨다. 

 

음식이 나오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음식이 나오고는 바로 좀 전에 밖에서 보았던 할아버지 한 분이 무엇인가를 갖고 오셔서는 내 음식들 위에 마구~~ 엄청~~ 많이 뿌리시면서 맛있을 거라는 말씀을 하셨다. 

 

사진 속 접시 위에 흔적이 남아 있는~~~ 할아버지께서 뿌려주신 올리브오일. 이건 너무 많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쏟아부으셨다. ㅎㅎ

Sliced beaf with rosemary

알리오 봉골레의 조개는 싱싱했고, 파스타 면을 입에 넣는 순간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그 이상으로 맛있었다. 얇게 슬라이스 된 고기에 올리브오일을 너무 많이 뿌려 느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었는데, 오히려 감칠맛이 느껴졌다. 

 

잠시 후에 할아버지께서 다시 오셔서는 맛이 어떠냐고 물으셨다. 당연히 최고라는 말씀을 드리자, 소리 내어 활짝 웃으셨다. 음식도 만족스러웠고, 올리브오일 역시 탐났다. ㅎ 나는 두 가지 메뉴와 콜라, Service charge도 포함하여 총 41.5유로를 계산했다.

 

나중에 숙소에 들어갔을 때, 호스트에게 다음날 갈 만한 현지인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소개받은 식당 리스트에 이곳이 포함되어 있었다. 해산물이 싱싱하고 정통 베네치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는 것. 베네치아에서의 여행은 이제 맛있는 음식들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홀로 저녁 만찬,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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