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곳을 찾았다. 3년 만에 열리고 있는 2022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미술전에서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 다양한 볼거리와 많은 화젯거리들이 집합되어 있는 베네치아에서 꼭 만나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6301 주소 하나만 갖고 찾아간 길. 많은 골목 사이사이를 누비며 돌아다녔지만, 결국 어제는 찾지 못한 이곳을 다행스럽게 만날 수 있었다.
다른 곳들처럼 길게 늘어선 행렬도 없었고, 미술 관계자나 취재진들도 없었던 이곳. 마음먹고 길을 나서지 않으면 너무나 찾기 힘든 어느 골목의 맨 끝에 자리해 있었던 바로 그곳.
내가 찾은 이곳은 아무도 없었다. 전시회장 바로 앞에서 흐르는 수로의 물결만이 함께할 뿐이었다.
5.18 민주화운동 베니스 특별전
'꽃 핀 쪽으로(to where the flowers are blooming)'
기간
2022. 4. 20 ~ 11. 27
장소
이탈리아 베니스 스파지오 베를렌디스(Spazio Berlendis) 전시장
주최. 주관
(재)광주비엔날레, 광주광역시
전시 제목인 '꽃 핀 쪽으로(to where the flowers are blooming)'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제6장 소제목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 소설은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는 크게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5. 18 민주화운동과 한국 민주화의 역사를 소개하는 아카이브 작품과 광주의 역사 등을 다룬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작품, 그리고 5. 18 민중을 주제로 작업한 작품들을 함께 만날 수 있었다.
안창홍 화가의 '아리랑' 시리즈를 비롯하여 홍성담 민중 화가가 5.18을 주제로 제작한 '횃불 행진', 그리고 노순택 화가가 5.18 희생자가 안장된 망월묘역을 촬영한 이미지 작품인 '망각기계' 등도 전시되었다.
그밖에 김창훈, 박화연, 배영환, 서다솜, 최선 등의 국내 작가와 진 마이어슨, 카데르 아티아, 호 후 니엔 등의 해외작가 등 모두 11명이 참여하였다고 한다.
5.18 민주화운동 특별전은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2020년에 시작되었다. 이미 광주와 서울, 대만 타이베이, 독일 쾰른 등지에서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작가 한강은 <소년이 온다>라는 소설의 제6장을 어두운 상처에서 벗어나 밝은 곳, 바로 꽃 핀 쪽으로 이끌고자 하는 내용을 비추고 있다.
이번 베니스 특별전은 5.18 민주화운동이 지닌 민주, 인권, 평화의 가치를 미학적으로 재조명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아픈 역사의 상처를 되돌아보는 것은 과거의 틀 속에 머물러 있기 위해서가 아니다. 현재를 딛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걸어가기 위한 의무이자 책임인 것이다. 베니스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떠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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