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영화

영화 <올빼미>, 무엇이 보이십니까? 지금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요!!

난짬뽕 2022. 12. 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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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타워 롯데시네마

지난달 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올빼미>를 보았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집에 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마침 영화관 입구 스크린에 저 장면이 비쳤다.  순간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슴이 답답했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무거웠다.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이 대사 때문이었다. 

 

"무엇이 보이십니까?"

"때로는 눈 감고 사는 게 편할 때가 있습니다."

 

이 대사 앞에 덧붙이는 말, 그것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속 앙금처럼 무겁게 느껴지던 그 말. 

 

"저희같이 미천한 것들은 보고도 못 본 척해야 살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그 일이 떠올랐다. 민중을 개돼지로 취급해야 한다는 그 말.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그래서 국민은 그저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는 그 망언이 왜 영화 <올빼미>의 이 대사들을 들으면서 오버랩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 외신들조차 이 망언에 대한 보도가 많았는데, 특히 LA타임즈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조차 감탄하게 만들 정도의 거친 발언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러한 사고관을 가진 사람이 우리나라의 소위 엘리트 집단이라고 불리는 무리에 속해 있었다. 그것이 비단 과거의 일에만 지나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을까. 

"내가 왕이다."

"소경이면 소경답게 눈 감고 살아라."

"이번 일이 잘못되면 네 마누라하고 애새끼들까지 그냥 싸그리 눈 파고 혀를 잘라버릴 것이야."

 

이 대사의 주인공인 인조는 1595년 11월 7일 해주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종, 자는 화백, 호는 송창으로 1623년 3월 13일 서인 세력을 등에 업고 정난을 일으켜 광해군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랐다.

 

국제 정세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 나라를 환란에 빠뜨리고, 부국강병을 도모해야 할 시기에 지나치게 왕위에만 집착하여 나라와 백성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조선의 제16대 왕.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에 이괄의 난까지 일어나자 도성을 버리고 도망치는 신세가 되기도 했던 인조.

 

그는 당시 친명 사대주의자들이었던 서인들과 힘을 합쳐 광해군을 몰아내 청나라와는 적대적인 관계에 놓였는데, 이로 인해 청의 침략을 받고 패전하여 청과 굴욕적인 군신관계를 맺었다. 패전 이후에 반청 인사들이 대거 청나라로 끌려가고, 소현 세자와 봉림대군 등 아들들까지 볼모로 잡혀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그는 여전히 국제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했고, 1645년에 소현 세자가 서양의 천문학과 수학, 천주학 서적들, 지구의, 망원경, 화포 같은 것들을 가지고 조선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그것들을 모두 불태워버렸다고 한다. 

<올빼미> 

감독 안태진

출연 류준열, 유해진, 최무성, 조성하, 박명훈, 김성철, 안은진

장르 스릴러 / 2022. 11. 23 개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세자는 본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병을 얻었고 병이 난 지 수일 만에 죽었는데, 온몸이 전부 검은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는 모두 선혈이 흘러나오므로, 검은 멱목으로 그 얼굴 반쪽만 덮어 놓았으나, 곁에 있는 사람도 그 얼굴빛을 분변 할 수 없어서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 (인조실록 23년 6월 27일)

 

소현 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인조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밤에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맹인 침술사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킨 영화 <올빼미>는 소재도 참신했고, 긴장감 넘치는 빠른 전개도 좋았다. 이 영화를 통해 주맹증이라는 증상도 알게 되었고, 유해진과 류준열 배우의 조합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낸 배우 유해진의 첫 왕 역할이라고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후반부에 쏟아놓는 그의 대사에서 불현듯 그만의 애드리브가 떠올라 심각한 극 상황에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나는 류준열 배우의 연기가 참 좋았는데, 그의 연기에서 섬세함이 느껴져 지금도 여운이 남는다. 영화 <택시운전사>와 <봉오동 전투>에 이은 <올빼미>까지 배우 유해진과 류준열이 보여준 호흡이 다음에는 어떤 영화로 나타날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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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고 사는 게 몸에 좋다 하여 눈을 감고 살면 되겠는가. 그럴수록 눈을 더 크게 뜨고 살아야지."

 

"길이 막히면 새 길을 내야지요."

 

영화 <올빼미>를 보고 나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대사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 "내 눈에는 무엇이 보이며,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을 이 영화 <올빼미>가 나에게 던져준 것 같다. 

 

지금 여러분들에게는 "무엇이 보이시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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