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 어페어>는 여주인공이었던 아네트 베닝의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지만, 그와 더불어 듣고 또 들어도 여전히 가슴에 스며드는 메인 테마 음악들을 잊을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시네마 천국> <미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 황야의 무법자> 등의 영화음악을 통해, 눈으로 보는 영화를 넘어 귀로 듣고 마음으로 담는 보다 깊고 넓은 영화 감상의 폭을 확장시킨 '영화음악의 거장'. 아마도 앞에 언급된 작품들을 보고서는 많은 분들이 20세기 최고의 영화음악 작곡가를 떠올리셨을 것이다.
이 영화 <러브 어페어>의 사운드 트랙 역시 많은 영화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는데, 이 또한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음악이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러브 어페어>는 1994년 리메이크작인데, 1958년에 소개된 원작보다 더 유명한 것은 아마도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때문이 아닐까 싶다.
<러브 어페어> (Love Affair), 1994
- 감독 : 글렌 고드 캐런
- 출연 : 워렌 비티(마이크 갬브릴 역), 아네트 베닝(테리 역), 캐서린 햅번(지니 역), 피어스 브로스넌(캔 알랜 역)
- 장르 : 멜로·로맨스, 드라마
- 상영시간 : 108분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개봉일 : 1995년 3월 11일
할리우드의 많은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러브 어페어> 역시 우연한 만남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로맨스 멜로드라마에서 많이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고, 자칫하면 그 과정이 너무 가벼워지거나 현실과 빗대어 비난받을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통속적인 소재와 전개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은 바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름다운 음악이 중요한 장면들마다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아네트 베닝의 지분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에도 내한하여 실황 공연을 한 엔니오 모리꼬네는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나 클래식 음악학교에서 작곡과 트럼펫을 공부했다. 팝 음반의 편곡자로 활동하다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만나면서 영화음악 작곡을 하게 되었다. 1955년 영화 음악을 시작한 후 500여 편에 달하는 곡을 작곡했다. 2020년에 타개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들을 <러브 어페어>를 통해 만나봐도 좋을 것 같다.
줄거리
은퇴한 풋볼 쿼터백 스타 출신의 마이크 갬브릴(워렌 비티 분)은 유명한 플레이 보이로, 토크 쇼 진행자인 방송계의 거목 린 위버(케이트 캡쇼 분)와 약혼을 발표해 연예계의 주목을 받는다. 호주행 비행기에 탑승한 그는 비행기 안에서 미모의 테리 맥케이(아네트 베닝 분)라는 여인을 만나 그녀의 매력에 빠진다.
그들이 탄 비행기는 갑작스러운 엔진 고장으로 조그만 섬에 비상착륙하게 되어, 근해에 있던 러시안 여객선을 타고 타히티로 향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어느덧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사람은 헤어지면서, 3개월 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만약에 나오지 않더라도 이유를 묻지 않기로 한다.
약속한 3개월이 지난 후 테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이크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테리를 기다리지만, 그녀는 오지 않는다. (그 이후~~~ 크리스마스이브에, 워렌 비티가 아네트 베닝을 만나는 장면을 이 영화의 최고의 장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말은 직접 영화로 보시면~~~ ㅎ)
<러브 어페어>의 사운드 트랙 앨범의 음악 연출은 제작과 주연을 맡은 워렌 비티와 리코딩 프로듀서 게리 르멜이 함께 담당했다. 각자 애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 안타까운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는 영화 속에 흐르는 팬 플루트나 오보에, 클라리넷과 트럼펫, 그리고 피아노 선율 등을 따라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앨범에 수록된 곡 중에서 'For Annette & Warren'이라는 테마곡은 엔니오 모리꼬네가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을 위해 손수 만들어준 음악이라고 한다. 사실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은 이 영화 촬영 당시 실제 부부였다. 워렌 비티는 할리우드의 소문난 바람둥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영화 전에 <벅시>라는 작품으로 만난 아네트 베닝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나는 모든 악기의 연주를 즐겨 듣지만, 특히 피아노 선율을 좋아한다. 이 영화에서도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비행기 고장으로 비상착륙을 하게 된 남녀주인공은 마이크의 숙모가 사는 섬으로 찾아가게 되는데, 나이가 많은 숙모가 조카의 여인을 위해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해 주는 곡이 바로 'Piano Solo'이다. 피아노 선율과 함께 애잔한 허밍이 돋보이는데, 실제로 이것이 아네트 베닝의 목소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숙모 역은 캐서린 햅번. 그녀의 나이 든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영화가 개봉될 당시 그녀는 87세였다고 한다.
<러브 어페어>에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뿐 아니라, 폴 매카트니가 작곡한 비틀즈의 노래도 흘러나온다. 원래 비틀즈가 부르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아마도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장면이라서 그런지 예쁜 동요 같은 느낌이 든다.
I will
내가 당신을 얼마나 오랫동안 사랑해 왔는지 누가 알겠어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거 알고 있잖아요
외롭게 평생을 기다려야 할까요
당신이 원한다면 그럴게요
당신을 본다면
이름도 기억 못 하더라도
별로 문제 되지 않죠
제 마음은 언제나 같을 거예요
언제나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게요
내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을 사랑할게요
우리는 언제나 함께일 거예요
멀리 떨어지더라도 당신을 사랑하죠
당신을 마지막으로 찾았을 때
당신의 노래가 공기를 가득 채울 거예요
당신의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더 크게 불러줘요
당신에게 가까이 갈 수 있게 해 줘요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하네요
나는 그렇게 할 거예요
사랑할 거예요
영화 <러브 어페어>는 오래전에 보았을 때에는 아네트 베닝만 보였고, 최근에 다시 보고는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뻔한 이야기가 될 법한 스토리에 아름다운 음악이 사랑의 고리가 되어 애잔함을 더했다. 음악으로 기억되는 <러브 어페어>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보면 더욱 좋겠지만, 따스한 봄날에도 잘 어울리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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